품행 제로 Ze(’)ro de Conduite
감독 장 비고 프랑스 1933년 44분
힘겨운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라는 점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1959)에, 학교라는 권위체제에 대한 과격한 반항을 포용한다는 점에서 린제이 앤더슨의 <만약에…>(1968)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작품이 바로 장 비고의 <품행 제로>이다. 영화는 학교가 강요하는 행동지침들을 따르지 못해 품행 점수 0점을 받는 소년들의 ‘시스템’에 대한 반항을 보여준다. 픽션영화로는 비고가 처음으로 만든 <품행 제로>는 그의 무정부주의적인 반항정신이 잘 녹아 있는 영화. 또한 급진적인 태도와 더불어 세밀한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적인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혼합한 창의성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랑주씨의 범죄 Le Crime de Monsieur Lange
감독 장 르누아르 프랑스 1936년 80분
거의 파산할 위기를 맞은 소규모 출판사의 사장이 회사의 돈을 갖고 사라지자, 직원인 랑주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한다. 회사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갈 무렵, 사장이 나타나 출판사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결국 랑주는 이 문제를 원만히 처리하려면 그를 처치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장 르누아르의 30년대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랑주씨의 범죄>는 인민전선의 대의에 대해 그가 공감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영화. 평범한 노동자들이 연대를 통해 파시즘의 폭정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정치적 메시지만을 전파하는 프로파간다에 그치진 않는다. 자크 프레베르의 위트 넘치는 대사와 유려하게 흘러가는 롱테이크 등이 화음을 이룬 이 영화는 세대를 초월해서도 살아 있는 예술로 남아 있다.
화해 불가 Nicht Verso(움라우트)hnt
감독 장 마리 스트라우브, 다니엘 위예 독일 1965년 53분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화해 불가>는 하인리히 뵐의 소설 에 바탕한 영화다. 그러나 두 감독은 세기초부터 나치즘의 발흥과 패전의 시기까지를 아우르는 원작을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응축하면서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역사와 기억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쩌면 당혹스럽다고 할 만큼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이 영화가 관객을 편안하게 해줄 컨벤션들로부터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간대를 왔다갔다하는 스토리를 전개하면서도 시간적 표식을 제공해주지 않으며, 캐릭터의 동기도 부여하지 않을 정도로 불친절함으로써, 과거와의 화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영화적으로 보여준다. 전후 유럽에서 제작된 가장 급진적인 정치적 아방가르드 영화들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
만사쾌조 Tout Va Bien
감독 장 뤽 고다르, 장 피에로 고랭 프랑스 1972년 95분
<만사쾌조>는, 69년부터 ‘지가 베르토프 그룹’을 결성해 급진적인 정치영화를 만들던 장 뤽 고다르가 상업영화의 세계로 돌아와 만든 작품이다. 이브 몽탕과 제인 폰다라는 ‘스타’를 주인공으로 기용한 것만 봐도 당시의 고다르가 대중적인 파급력이란 문제를 무시하지 않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고다르가 전 시기의 영화들과 완전한 ‘단절’을 꾀하고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지난 4년 동안 배우고 실험한 바들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반동의 시대에 부르주아 지식인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묻는 이 영화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브레히트 방법론의 영화적 활용이다. 로빈 우드는 고다르의 다른 어떤 영화들보다 브레히트적 의미에서 ‘소외 효과’를 이뤄내는 데 성공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10월 Oktiabr 감독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 1927년 러시아 103분
1917년 러시아 사회를 뒤흔든 혁명의 격랑을 그렸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미지들을 병치해 추상적인 관념을 표현한다는 것, 즉 ‘지적 몽타주’를 과감하게 실험했다는 사실이다. 이 야심찬 실험은 그러나 에이젠슈테인을 엘리트주의에 물든 ‘형식주의자’로 매도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일본의 밤과 안개 日本の夜と霧 감독 오시마 나기사 1960년 일본 107분
구좌파와 신좌파의 일원이었던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 처음엔 두 파의 행복한 결합처럼 보이지만 투쟁이 실패한 원인을 둘러싸고 의견 차이를 보이자 식장은 돌연 전투장으로 변한다. 오시마 나기사 영화 가운데 가장 정치적인 영화로 그 소재에 걸맞은 형식의 급진성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
감축된 인간성 Die Allseitig Reduzierte Perso(움라우트)nlichkeit 감독 헬케 잔더 독일 1977년 98분
에다는 어린 딸과 함께 베를린에 살고 있는 프리랜서 사진가. 돈을 벌기 위해, 때로는 자기의 관심사가 담긴 사진을 찍기 위해 일하다 보니 딸을 돌볼 시간이 거의 없다. 독립적인 삶을 사는 여성, 그러기 위해 자신의 다른 요구들은 제한해야만 하는 한 여성을 꼿꼿하게 바라보는 영화.
홍성남/영화평론가 [email protected]▶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슬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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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스포트라이트; 오구리 고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