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사용 L’emploi du Temps
감독 로랑 캉테 프랑스 2001년 132분
로랑 캉테는 근래 등장한 영화감독들 가운데 아주 드물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기 영화 속에 끌어안으려 절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데뷔작 <인력 자원부>(1999)에서 프랑스의 한 금속 공장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그는 그 다음 작품인 <시간의 사용>에서는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한 중산층 가장의 이야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벵상은 얼마 전 실직당한 처지이건만 자신의 그런 상황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대신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위스에서 새로운 일을 얻어 바쁘다고 말한다. <시간의 사용>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는 차근차근한 발걸음으로 이 남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관찰해간다. 그럼으로써 벵상이라는 인물의 불안한 초상을 꼼꼼하게 그려나간다.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오늘의 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제1회 광주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뼈 Ossos
감독 페드로 코스타 덴마크, 프랑스, 포르투갈 1997년 94분
누노는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리스본 근교의 슬럼가에서 간혹 구걸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남자다. 그의 아내 티나는 병원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집으로 돌아온다. 겉으로만 봐서도 깊은 상처를 안고 사는 것이 분명한 그들. 누노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버리고 티나의 아픔은 깊어만 간다. <뼈>는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과 그들의 치유하기 어려운 아픔을 다룬 영화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에 대한 정밀한 분석보다는 그 상처받은 영혼들을 포착하는 데 더욱 관심을 가지는 듯이 보인다. 그런 면에서, 게다가 표정과 대사와 음악을 극히 절제하는 미니멀리즘적인 양식으로 인해 더더욱, <뼈>는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그만한 감동도 안겨준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의 실제 삶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반다의 방>(No Quarto Da Vanda, 포르투갈, 스위스, 독일, 2000년, 170분)도 선보인다.
페르난다 후세인의 미친 노래 Mad Songs of Fernanda Hussein
감독 존 지안비토 미국 2001년 168분
하버드대학 필름 아카이브의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존 지안비토는 걸프전 직후 미국에서 조성된 광포한 분위기에 분노가 차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미쳐버리지 않으려 전쟁에 대한 영화 작업에 착수했는데, <페르난도 후세인의 미친 노래>는 폭력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지안비토의 반응으로 나온 영화다. 영화는 전쟁의 희생자가 된 세 인물들의 이야기를 겹쳐 놓으면서 걸프전이 미국에 끼친 영향과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미국인들의 슬픔과 분노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카로운 비판적 시선과 시적인 감수성, 흥미로운 스토리가 잘 융합된 <페르난다 후세인…>은 비록 베를린이나 칸과 같은 메이저 영화제에서는 버림을 받았지만 그뒤 크지 않은 영화제들에서 평론가들의 눈에 들어와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오래된 꿈 Ce Vieux Re(’)ve Qui Bouge
감독 알랭 기로디 프랑스 2001년 50분
알랭 레네는 장편 데뷔작 <히로시마 내 사랑>을 만들기 이전부터 ‘내일의 영화’를 내다보고 있던 사람들로부터 이미 대가 대접을 받고 있었다. 알랭 기로디는, 비유하자면 50년대 알랭 레네의 위치를 2000년대의 프랑스영화계에서 누리고 있는 인물이다. 아직 단 한편의 장편도 내놓지 못했지만 몇편의 단편과 중편들에서 보여준 비범한 재능으로 기로디는 현재 가장 촉망받는 미래의 시네아스트로 간주되고 있다. 기로디의 중편 <오래된 꿈>은 곧 폐쇄될 공장에 한 젊은 노동자가 들어오면서 시작된다. 영화는 공장의 기계들을 분해하기 위해 온 젊은이와 공장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전해준다. 유머를 섞어가며 크게 떠들지 않으면서 아주 미세하게 남자들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는 방식은 이 스물일곱살의 젊은 감독이 놀랍게도 성숙한 시선을 가졌음을 증명한다. 기로디의 전작 <가난한 자들에게도 태양을>(2000년, 55분)도 함께 상영된다.
권태 L’ennui
감독 세드릭 칸 프랑스 1998년 120분
마르탱은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40대의 이혼남이다. 어느날 그는 술집에서 돈이 없어 곤경을 당하고 있는 한 화가의 술값을 대신 내준다. 며칠 뒤 화가의 집을 찾아간 마르탱은 바로 전날 그 화가가 모델인 세실리아와 정사를 나누던 도중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세실리아와 직접 대면하게 된 마르탱은 어찌 보면 평범하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매력적이기도 한 그녀에게 흥미를 갖게 되고 세실리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점점 집착으로 변해간다. 프랑스의 신예감독 세드릭 칸의 세 번째 장편 <권태>는 사랑의 광기, 열정과 집착에 대한 한 연구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위험하고 사악한, 그러니까 특별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존재에의 끌림을 다룬다는 점에서 ‘아무르 푸’(amour fou) 이야기의 흥미로운 변주를 들려준다.
세일링 홈 Tornanda a Casa
감독 빈센조 마라 이탈리아 2001년 88분
튀니지 영해에서 불법 어업을 하던 이탈리아인 어부들이 지친 몸을 끌고 고향인 나폴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그들을 맞는 것은 생소해진 현실이다. 감독인 빈센조 마라의 말을 빌리면 <세일링 홈>은 “세상에서 가장 덜 중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그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결속과 그들이 직면한 내외적인 갈등을 정직하게 바라본다. 남부 이탈리아의 고단한 삶이라는 소재, 아마추어 배우들을 기용하고 그들이 쓰는 방언을 그대로 담는 리얼리즘적 방식이 <흔들리는 대지>와 유사해 <세일링 홈>은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사적 걸작과 자주 비교되기도 하며, 근래 들어 이탈리아에서 나온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듀오 2/Duo 감독 스와 노부히로 일본 1997년 90분
H 스토리 H Story 감독 스와 노부히로 일본 2001년 112분
자크 리베트의 영향을 자인하고 있는 스와 노부히로는 자발성과 즉흥성을 최대한 살리는 영화를 만들어가려고 고심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는 꽉 짜여진 시나리오 대신 느슨하게 그려진 개략적인 상황만을 갖고 출발한다. 그리고는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실제 느끼는 감정에 따라 그들과 함께 대사를 만들어나가고 또 그들을 말 그대로 카메라로 따라간다. 그렇게 픽션과 다큐멘터리가 교묘하게 얽혀드는 스와의 영화는 ‘추적’으로의 영화라고 할 만하다. 스와는 데뷔작 <듀오>부터 그런 방식의 영화를 선보였다. <듀오>는 동거하고 있는 두 남녀 사이에 흐르는 감정의 흐름과 결절을 생생하게 잡아낸 그의 첫 걸작이다. 한편 스와의 최근작인 <H 스토리>는 <히로시마 내 사랑>의 리메이크에 착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을 다시 만든다는 것의 불가능을 보여준다.
안양의 고아 安陽的孤兒
감독 왕차오 중국 2001년 90분
40줄에 들도록 아직 결혼을 안 한 채 혼자 살고 있는 다강은 어느날 직장을 잃고 만다. 돈이 필요한 그는 아기를 양육하는 일을 하기로 한다. 아이의 엄마인 매춘부 얀리가 아이를 맡아주면 양육비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술집에서 나온 얀리는 다강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매춘을 계속한다. 중국 내에서는 소설가로도 잘 알려진 왕차오의 데뷔작인 <안양의 고아>는 최근 들어 중국에서 자주 나오는 도시 영화들이 그러하듯, 급격한 변화 앞에서 당황한 빛을 보이는 중국의 모습을 포착하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단순성의 미학은 이것을 유사한 다른 중국영화들보다 높게 평가하게 해준다. 과묵하게 멀찍이 떨어져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고양감을 자아내는 솜씨는 감독으로서 이제 첫발을 내디디는 왕차오가 결코 범용하지 않은 재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러 이미지 Mirror Image
감독 샤오추안 대만 2001년 72분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퉁칭의 왼쪽 손에 새겨진 생명선은 거의 없어진다. 퉁칭은 간호사로부터 이제부터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우며 그의 삶은 완전히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듣는다. 이것이 퉁칭에게 좋은 징조가 될까? 허우샤오시엔의 조감독을 지낸 샤오추안의 데뷔작으로 빼어난 로맨틱코미디다.
늦은 결혼 Hatouna Mehuheret
감독 도버 코사시빌리 이스라엘, 프랑스 2001년 102분
서른한살의 나이에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자자는 집안의 근심거리다. 그러나 사실 그에게는 열렬히 사랑하는, 숨겨놓은 이혼녀 애인이 있다. 전통의 이름으로 개인에게 행사되는 폭력을 약간은 과장되게 코믹한 상황 속에서 보여준다. 아모스 지타이 이후 가장 주목받는 이스라엘 감독이라는 소리를 듣는 도버 코사시빌리 감독의 데뷔작.
피의 기억 Sangue Vivo
감독 에드아르도 윈스피어 이탈리아 2000년 92분
50살의 밀수꾼 피노는 뮤지션인 동생 도나토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 아버지의 죽음은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이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나쁘게 만든다. 실의에 빠진 도나토는 방종한 모습을 보이고 피노는 동생을 다시 음악을 하도록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지난해 산세바스찬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작.
고양이를 부탁해 감독 정재은 한국 2001년 112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세상에 나선 스무살 여성들의 삶을 치밀하게 그려낸 영화. 영상원 1기 졸업생인 정재은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으로 흥행은 부진했지만 국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슬라이드
▶ 상영시간표
▶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영 시네마
▶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미조구치 겐지와 이마무라 쇼헤이
▶ 마스터스-영화의 세월을 품은 거장의 현재
▶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폴리티컬 시네마
▶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임권택 회고전
▶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스포트라이트; 오구리 고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