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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봉지를 들고 튀어라!
2001-12-05

<정글쥬스> 촬영현장

“앗싸, 앗싸….”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을 찍던 중 이범수가 갑자기 뽕짝을 흥얼거린다. “아! 또 배 오네.” 사운드 녹음을 하던 녹음기사는 한숨을 내쉰다. 잠시 촬영 중지. 배가 지나간 뒤에야 촬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태종대 자살바위 앞바다에는 왜 이리 많은 배들이 지나가는지. 고깃배에, 유람선에, 촬영을 제대로 진행하기가 힘들다. 내년 봄 관객을 찾아갈 예정인 <정글쥬스>의 막바지 촬영은 시도때도 없이 지나가는 배들과의 신경전으로 시작됐다.

이날 촬영분은 기태(장혁)와 철수(이범수)가 민철(손창민)에게 쫓겨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다. 사실 기태와 철수는 그냥… 청량리에서 그저… 돈이나 좀 뜯으며 살아가는 생양아치일 뿐이다. 어느날 기태와 철수는 고물차 보닛 위에서 하드를 먹고 있었다. 지나가던 누나들의 몸매도 보면서. 그런데 평소 따르던 악어가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내려간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조직에 중대한 업무가 생겨 꿩 대신 닭격으로 ‘좆밥’인 기태와 철수가 나서게 된다. 조폭의 중간보스인 민철에게서 조직원으로 인정도 받고, 중요한 임무라는 말도 들으니 기분은 좋지만, 정작 기태와 철수는 그 ‘임무’가 뭔지 모른다. 그저 망을 보라니 망을 보는 수밖에. 아, 그런데 일이 사정없이 꼬이더니 밀가루하고 똑같이 생긴 마약이 든 봉지가 기태와 철수의 손에 떨어진다. 일단 그들은 무조건 튀기로 한다. 마약봉지를 들고서 말이다. 그렇게 부산까지 흘러온 기태와 철수는, 이제 바닷가 절벽 끝까지 내몰렸다. 쫓아온 민철은 마약을 내놓으라고 총을 쏘아대기까지 한다. 이제 더이상 갈 곳없이 밀린 두 양아치의 선택은?

사진·글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