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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영화 74편 올가이드 [4]
김혜리 2001-11-30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지금쯤 원작소설의 광팬들은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의 개봉을 앞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의 심경으로 가슴을 졸이고 있을 것이다. 반세기 동안 ‘스테디’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의 영화판은 그러나, 원작의 명성에 누가 되진 않을 듯하다. 그것은 <천상의 피조물들> <데드 얼라이브> <프라이트너>로 알려진, 판타지 호러 장르의 재간꾼 피터 잭슨의 이름에서 배어나는 미더움 때문. 피터 잭슨은 자신의 홈그라운드인 뉴질랜드의 숲 속에 시공을 탈색시킨 중간세계(Middle Earth)를 짓고, 2년 넘도록 두문불출하며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만들어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절대반지’의 내력을 소개하고, 원정대가 구성돼 험난한 여정을 떠나는 과정을 따라잡는다. 엘프족과 난장이족, 그리고 인간이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먼 옛날, 악의 힘에 동화된 신 사우론이 만들어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불의 산으로 향하는 원정대의 여정, 그 모험담이 1편의 기둥 줄거리. 과연 애니메이션(70년대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 있다)이 아닌 실사영화 속에서 원작의 ‘판타지 월드’가 생생히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접어두는 게 좋겠다. 제한 시사를 통해 공개된 20여분 분량의 프로모 필름은 <반지의 제왕>이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액션 어드벤처로서, <스타워즈> 시리즈의 출현에 버금가는 ‘사건’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비독

19세기 프랑스에는 거울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살인마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고, 거울 뒤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자는 영혼을 빼앗긴다고 한다. 연금술사로 알려진 그 살인마를 추적하던 명탐정 비독이 어느날 행방불명된다. 도둑에서 죄수로, 경찰로, 국가정보국장으로 파란만장한 생을 살아오며 국가적인 영웅이 된 비독의 실종(혹은 죽음)으로 프랑스는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다. 비독의 전기를 쓰던 저널리스트 에티앙은 연금술사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비독을 추앙하던 사람들과 힘을 합친다. <비독>은 이처럼 옛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이자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늑대의 후예들>과 닮은꼴인 영화다. 카소비츠가 영화로 만들었던 <크림슨 리버>의 원작자 장 크리스토프 그랑쥬가 시나리오를 썼고, <델리카트슨 사람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공동 연출자인 마르크 카로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영화의 분위기와 색채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개봉해 17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두사부일체

또 조폭이다. 조폭의 활동무대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공간들, ‘부조화’스런 설정이 자아내는 웃음은 계속된다. 조폭 두목이 안방에서, 산사에서 출몰하더니, 이번엔 고등학교다. 윤동주를 새로 나온 술로 오해해 톡톡히 망신당한 조폭 두목 계두식이 자신의 ‘가방끈’을 늘이기 위해 뒤늦게 고등학교에 편입하면서 황당한 사건사고가 이어진다. 맘 잡고 공부 좀 해보려 하지만, ‘고삐리’ 깡패의 도전을 받는가 하면, 천사 같은 얼굴로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짝에게 자꾸 맘이 끌린다. 반장으로 뽑히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던 계두식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학교 비리.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몸’이라는 뜻의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는 “재미없는 영화는 죄악”이라는 신념에다, 제도교육의 문제점과 학교 비리를 꼬집어보겠다는 연출자의 야심이 결합한 작품. 신인 윤제균 감독은 라끄베르 등의 CF를 제작했고, <신혼여행>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게 기획된 영화로, <미스터 콘돔> <자카르타>를 제작한 제니스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이들 정 트리오의 코믹 연기가 어떻게 어우러질지가 관건.

아프리카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지원과 배우지망생 소현.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길을 떠난 두 친구의 여행은 빌린 차에서 총을 발견하면서 엉뚱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도중에 만난 다방 종업원 영미, 양품점 주인 진아까지 합세한 4명의 여자들은 총을 밑천삼아 일탈의 여정을 이어가며 경찰에 쫓기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들의 분방함을 추종하는 팬클럽 ‘아프리카’가 생겨난다. 총이라는 금지된 욕망의 열쇠를 거머쥔 여자아이들의 도발은 <엑스트라> <얼굴> 이후 모처럼 현장에 돌아온 신승수 감독이 끌어간다.

오션스 일레븐

자, 또 한번 저질러볼까. <오션스 일레븐>은 뉴저지 교도소에서 가석방되자마자 새로운 한탕을 꾸미는 도둑 대니 오션과 함께 스티븐 소더버그가 다시 ‘저지른’ 범죄영화다.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지난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한 소더버그는 <조지 클루니의 표적> <라이미> <트래픽>에서 이미 선보였던 솜씨로 다시 범죄와 욕망의 소굴에 카메라를 들이민다. 오션의 목표는 세계적인 권투시합 이벤트가 벌어지는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세곳을 동시에 털어 거액을 챙기는 것. 우연인지 의도인지 이 카지노의 주인은 오션의 전처 테스와 사귀기 시작한 테리 베네딕트다. 오션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마스터플랜을 짜고 카드의 귀재, 소매치기의 명수, 파괴 전문가 등 열한명의 드림팀을 꾸린다. 과연 오션과 ‘오션의 11명’의 계획은, 그리고 소더버그의 새로운 구애는 성공할 것인가. <…표적>과 <에린 브로코비치>로 소더버그와 만족스럽게 호흡을 맞췄던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를 필두로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스타들이 대거 가세한 초호화 캐스팅이 일단 유효한 전략. 무엇보다 식상한 스타 이미지의 함정을 영민하게 피해가면서, 튼실한 내러티브와 지적인 오락을 매끈한 스타일로 세공해 성인관객을 겨냥하는 감독의 역량이 기대치를 높인다.

몬스터 주식회사

장난감과 곤충들의 소우주를 창조하며 컴퓨터그래픽과 판타지의 경계를 일신해온 픽사가 새롭게 눈을 돌린 곳은 형형색색 괴물들의 이상한 나라다.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몬스터들의 세계. 몬스터 주식회사의 사원들은 인간세계를 넘나들며 비명을 채집한다. 털북숭이 몬스터 설리는 늘 ‘이달의 겁주기왕’에 꼽히는 유능한 사원. 하지만 그를 따라 몬스터 세계로 온 꼬마 소녀 때문에 그와 친구 마이크는 좌충우돌 모험에 휘말린다. 인간과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다른 몬스터들에게 들키지 않고 아이를 돌려보내고자 하지만, 설리의 라이벌 랜달과 사장의 음모로 위기에 처한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토이 스토리2>와 <벅’스 라이프>로 공조체제를 유지해온 픽사와 디즈니의 4번째 합작품. 부드러운 털과 눈보라 같은 디테일과 기상천외한 몬스터 도시를 살려내는, 한겹 더 정교해진 첨단기술을 그릇삼아, 유년의 기억에서 끌어낸 벽장 속 괴물 이야기의 향수어린 온기와 판타지를 맛깔스런 동화로 버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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