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원안을 냈다는데, 벽장 속의 괴물은 어떻게 구상한 이야기인가.
피트 닥터(이하 피트) 래세터와 <토이 스토리>를 만들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도 내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었지’ 하고 공감하는 게 좋았다. 그처럼 모두가 공유할 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난 어릴 때 벽장 속에 괴물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아이들은 그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세계 어느 곳, 어느 문화에서나 보편적이다. 그래서 벽장 문을 지나면 아이들을 겁주는 몬스터들의 회사가 있고, 거기도 경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거의 5년이 걸렸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한 작품에 매달리게 하는 힘이 뭔가.
존 래세터(이하 래세터) 우리는 미쳤으니까.(웃음) 애니메이션은 아마 가장 노동집약적인 예술 형식일 것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점이지만, 아주 협동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 개발 때문이다. 우리는 스토리와 캐릭터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참 어려운 과제다. 우리 작품들은 다 이야기의 층이 많다. 선적인 스토리 라인 안에서 때로는 감정적이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작은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그 층을 쌓아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5년씩 한 작품에 매달릴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끊임없이 동료들과 영감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스토리보드에서 레이아웃, 레이아웃에서 애니메이션 등 시퀀스마다 다음 공정으로 나아갈 때, 와우, 이거 멋진데? 하는 새로움으로 아주 흥미진진하다. 그러니까 긴 과정 내내 끊임없이 보답을 받는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큰 고민이 요즘 아이들은 비명을 잘 지르지 않는다는 것인데, 사람들이 자꾸 시니컬해지는 풍조에서 픽사도 쉽게 감동받지 않는 관객을 고려한 대체 에너지를 고민할 것 같다.
피트 픽사의 작품에서는 항상 엔터테인먼트가 최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코미디가 아주 좋은 양식이지만, 그것도 훌륭한 주제와 감동이라는 기초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늘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무언가를 찾고자 애쓴다. 예를 들면 이 영화는 설리반이 아이의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한 영화다. 아이를 책임지고,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그런 삶의 부분들을 좀 다른 식으로 담고자 한다.
래세터 개인적으로는 관객이 시니컬해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할리우드가 시니컬해진 거지. LA와 뉴욕 밖에도 넓은 세상이 있고, 거기서는 진솔한 웃음과 진솔한 스릴을 미덕으로 갖춘 영화를 좋아한다고 믿는다.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사람들을 웃기려면 꼭 누군가를 망가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 이건 월트 디즈니의 영화 철학이기도 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한 얘기다.
최근 픽사와 디즈니의 불화설이 나돌았는데.
래세터 그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디즈니와는 아주 좋은 동업관계를 유지해왔다. 디즈니 장편애니메이션 부문 사장인 토머스 슈마허와 가깝게 일하는데 아주 좋은 친구고, 늘 우리 영화를 더 좋게 만들도록 도와준다. 또한 디즈니는 세계시장에서의 마케팅과 배급에 최고다. 좋은 관계인데, 이 나라의 언론이 잘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에 대해 쓰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뿐이다. ▶ <몬스터 주식회사>와 픽사 스튜디오 탐방기
▶ 제작 총지휘 존 래세터, 감독 피트 닥터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