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빅토리아시대의 런던, 빈민가로 알려진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10주 사이에 5명의 매춘부가 난자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영국을 공포에 떨게 한 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지만 그의 별명은 지금도 연쇄살인마의 대명사로 쓰인다. 악마의 이름은 ‘난도질 잭’. <프롬 헬>은 난도질 잭에 관한 영화이다. 빅토리아시대 런던의 음울하고 창백한 분위기와 달빛에 빛나는 예리한 칼날을 떠올리면 <프롬 헬>의 이미지도 뚜렷해질 것이다. 물론 <프롬 헬>은 난도질 잭 사건을 소재로 만든 첫 영화가 아니다. B급 공포영화로 여러 번 각색됐던 이야기가 새로운 탄력을 받은 것은 앨런 무어와 에디 캠펠의 그래픽소설 <프롬 헬>부터다. 소설은 당시 떠돌던 루머를 토대로 난도질 잭이 영국 왕실과 관련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데뷔작 <사회에의 위협>부터 부패한 미국사회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휴즈 형제는 빈곤과 타락과 위선이 넘치던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이중적 모습을 <프롬 헬>에서 발견한 듯하다. 조니 뎁이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수사관으로, 헤더 그레이엄이 그를 돕는 창녀로 나오는 <프롬 헬>은 미국에서 10월 셋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남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