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뉴스제작단(이하 노뉴단)의 김명준 대표는 영화제를 앞두고 특송업체인 페덱스(Fedex)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외초청작들 중 몇몇 작품이 아직 국내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어쩌나…. 이러다 작품 수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닐까’ 김 대표는 다급한 마음에 몇번 전화를 돌렸지만 그곳 사정을 더 들었을 뿐 마냥 기다리는 것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게 노동자들에게 더 중한 일이니 할 수 없지요”
노동자들의 든든한 메아리로 자리매김한 서울국제노동영화제가 올해로 다섯돌을 맞아 11월20일부터 25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린다. 규모는 작지만 노동운동과 미디어운동의 적극적인 결합을 모색하겠다는 뜻만은 오롯하다. 영상기기 업체인 바코 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디지털 프로젝터 6R로 상영되는 이번 영화제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상경 파업투쟁을 그린 <투쟁이 끝났다고 말하지 마라!>를 개막작으로 여성노동자, 이주노동자, 한국노동자, 비정규직 철폐 등 세부 섹션으로 나뉘어 총 24편이 상영된다.
해외상영작 중 가장 반가운 작품은 단골손님인 켄 로치의 <빵과 장미>. 미국에서 불법체류하며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 멕시코 출신의 두 자매가 이방인으로, 하층민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갈등을 섬세하게 그렸다. 두 자매가 오열하며 벌이는 설전장면의 묵직한 감동은 그중 압권. 이 밖에도 신자유주의 비판록인 <세계의 여성노동자들>, 무토지농민운동을 역사적으로 조망한 <굳센 뿌리>, 맥도널드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미소> 등 벨기에, 브라질, 러시아 등 세계 각지의 노동현장의 생생한 기록들이 보여질 예정이다.
국내 섹션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노조영상패가 올해 내놓은 성과물들이다. 인천지역 노동자 영상패 ‘씨’는 개막작 <투쟁이 끝났다고 말하지 마라!> 이외에도 장시간 노동에 매달려야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크레인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하늘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내놓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파업의 노래> <바보 공화국의 똑똑한 노동자들> <철로 위의 사람들> 등 노뉴단의 신작 3편을 비롯, <나는 날마다 내일을 꿈꾼다> <겨울에서 겨울로> 등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노동자들의 함성을 담은 작품들이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된다. 노뉴단의 김명준 대표는 “사전제작지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제는 각 지역 영상패 등과 공동기획을 하는 등 좀더 적극적인 결합을 모색할 시점”이라며, “이를 위해 마지막 날 노동영상운동의 성과를 논의하고 노동협의체 구축 등을 제안하는 토론회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자세한 일정은 02-888-5123(노뉴단)로 문의하거나 www.inp89.org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