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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에서 비난까지, 100인 100평
2001-11-16

영화제 인사들의 <흑수선> 관람평

대중영화 선언과 함께 돌아온 배창호의 영화, 부산이 선택한 개막작. 두 요인이 상승효과를 내며 <흑수선>에 관한 기대와 호기심을 발효시켜왔다. “이건 <박하사탕>이 아니다. 감독이 거듭 밝혔듯 관객과 교감을 염두에 둔 영화다.” 첫 대면을 앞둔 이들에게 영화제 관계자들이 마지막으로 강조했듯이 스릴러와 멜로드라마와 전쟁 액션에 혈연을 댄 복합장르영화 <흑수선>은 배창호적 개성을 품이 넓은 대중성 속에 용해하려는 시도였다. 반응과 평가의 스펙트럼도 그만큼 넓었다.

“배창호 감독의 역량이 결집된 영화다. 예술성도 있고, 재미도 있다. 사랑도 곁들인 배창호 스타일이다. 아주 좋다. 안 그랬으면 개막작으로 선정했겠나.”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의 극찬이다. 한국전쟁기를 드라마의 발원지로 삼겠다는 결단을 도와준 영화로 배 감독이 거명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제작자 이은 감독은 “굉장히 열심히, 고생해서 찍은 것이 화면에 보여서 좋았다”고 감상평을 했다. 최근 몇년, 한국영화 전문가가 되어버린 미국잡지 <버라이어티>의 수석기자 데릭 엘리에게 “좋아하는 감독”은 배창호, 허진호다. “우리 잡지에 평을 써야 하니까 말을 아껴야 한다”면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배창호 감독이 한국영화산업을 향해 ‘내가 돌아왔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단평을 남겼다. 중견감독들이 한국영화의 든든한 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

프랑스의 한국영화통 피에르 리시앙은 감독 배창호보다 영화 <흑수선>에 방점을 찍었다. “<흑수선>은 잘 만든 장르영화다. 40년대와 50년대의 스튜디오 영화를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반면,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은 네덜란드 영화평론가 피터 반 뷰렌은 “1952년의 역사적 상황을 단지 섞어놓았을 뿐,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나는 이 영화를 싫어한다.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심사위원이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의 오디오비주얼 프로그램 페스티벌의 사무국장 장 미셸 오세이도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테마가 빈약하고, 불필요한 카메라 효과가 많았다. 연기는 좋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장난이 너무 심해서 가려져버렸다.” 스위스에서 활동하는 영화평론가 임안자씨는 “에너지가 있어 보이고, 현대적이다. 다만, 전쟁영화치고는 너무 인위적, 미학적 야심이 많다”고 아쉬워하며, “차라리 소규모로 진솔하게 했으면 더 낫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위정훈▶ 장인의 세기와 영화청년의 패기가 뒤엉킨 <흑수선>을 말한다

▶ 영화제 인사들의 <흑수선> 관람평

▶ 배창호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