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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영화와 가족영화의 사이 <달려라 루디>
이주현 2008-08-27

루디 달리기 지수 ★★★★ 아역배우 성장 기대 지수 ★★★ 감동 지수 ★

귀여운 동물 캐릭터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두루 사랑받는다. 동물이 직접 출연해 연기를 펼치는 동물영화의 경우, 동물들의 빼어난 감정 연기는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달려라 루디>는 아쉬운 게 많은 영화다. 영화는 꼬마돼지 루디의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지 못한다. 동물영화와 가족영화 사이를 어정쩡하게 오가며 어설프게 줄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디는 ‘전설의 레이싱 돼지 가문’ 출신에, 잡티 하나 없는 핑크빛 피부, 영롱한 눈과 촉촉한 코를 가졌다. 엄마를 여의고 아빠 토마스와 단둘이 사는 니켈(모리스 타이체르트)은 농장 견학에서 그런 루디를 보고 ‘이 돼지가 내 돼지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니켈이 루디와 동거하는 사이, 출장 갔던 아빠는 새 여자친구 아냐(소피 폰 케셀)와 그녀의 딸 필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죽은 엄마를 잊지 못하는 니켈이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만큼 토마스와 아냐도 루디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루디가 지나가고 난 자리는 쓰레기 더미로 전쟁터가 되고, 집안 곳곳에는 돼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앙숙이었던 니켈과 필리는 각자의 아빠와 엄마가 재혼하는 것을 막으려고 루디와 힘을 합친다. 그러던 중, 결혼반지가 사라지고, 루디는 구박받고, 니켈은 화가 나서 루디와 함께 가출한다. 일이 커지자 필리도 니켈을 찾아 집을 떠나고 이들은 돼지들의 낙원을 향해 무작정 동쪽을 향해 걸으며 모험을 시작한다. 모험은 실종 신고된 니켈과 필리를 납치해 아이들에게 걸려 있는 보상금을 타내려는 멍청한 두명의 악당과 아이들의 소동으로 꾸며진다.

<달려라 루디>에서 루디는 사실 조연이다. 크고 작은 사건의 중심에 루디가 있기는 하지만 따져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고 후반부로 갈수록 존재감도 옅어진다. 난데없이 강아지들의 레이싱에 루디가 뛰어들어 1등을 하는 장면도 루디의 달리기 실력에는 감탄할 만하지만 그 이상의 감흥을 주지는 않는다. 사람의 손에 의해 미화되지 않은 담백한 꼬마돼지 루디의 모습은 그나마 여타 동물영화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tip/<타인의 삶>에서 극작가 드라이만을 연기해 전세계에 이름과 얼굴을 알렸던 세바스찬 코치가 니켈의 아빠 토마스 역을 맡았다. 분위기를 180도 바꿔 얼굴에는 힘을 풀었으며 코믹하고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당연하겠지만, 토마스의 얼굴에서 드라이만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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