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주요 관객 열광 예상지수 ★★☆ 신기술 눈요기 지수 ★★★☆ 캐릭터 호감 지수 ★★★★
30대 미숙성 남성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욕구 해소를 위한 자극적인 성인물이라고 넘겨짚진 말자. <그녀는 예뻤다>는 서른 넘어서도 갈팡질팡하는 세 남자(아이)의 뒤늦은 성장기다. 외국에서 범죄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허풍쟁이 백일권(김수로), 고시 합격에 실패한 뒤 성격마저 거칠어진 보습학원 강사 김태영(강성진), 영어 하나로 대기업 직원이 됐으나 이내 전출되어 프로농구 용병 통역사로 일하는 성훈(김진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3란성 쌍둥이처럼 붙어다니며 헤헤거렸던 이 세 친구의 유일한 공통점은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일권은 여자만 보면 침 튀기며 껄떡대지만 실속은 전혀 없다. 태영은 한 차례 실연 뒤 난잡한 성생활을 즐기다 이제는 그마저도 흥미를 잃어버린 눈치다. 성훈은 상상 속 그녀 제시카를 잊지 못하고 정절을 지키면서 요리와 집 꾸미기에만 전념한다.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이들이 갑작스럽게 연적 사이로 발전한 건 아름다운 그녀, 강연우(박예진)가 등장하면서부터. 그런데 관계가 좀 복잡하다. 일권의 맞선녀인 연우는 알고 보니 태영이 과거에 사귀었던 여자. 게다가 성훈까지 연우를 현실에 내려온 제시카로 여기고 마음을 품게 되고, 이들은 결국 주먹다짐까지 벌인다.
한 여자로부터 낙점을 받기 위한 세 남자의 구애로 전개되는 <그녀는 예뻤다>는 러브 삼각게임에 머물지 않는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극중 연우는 결국 한 남자와 맺어지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우를 통해서 세 남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실은 한발도 내딛지 못했음을 깨닫게 되는데 과거에 집착하는 태영, 현실을 내세우는 일권, 상상에 만족하는 성훈은 모두 연우라는 가상의 거울을 통해 고착 상태를 벗지 못한 자신들의 초라한 모습을 확인한다. 에필로그의 한 장면. 아프리카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던 태영은 서른이 넘어서야 정작 아프리카행 직행 비행기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 허둥지둥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도 그들처럼 동병상련. 한순간도 쉬지 않고 꿈꾸지만 그전에 현실을 뛰어넘을 용기를 지니고 있진 못했다. 덧붙여 로토스코핑이라는 일종의 보안경이 아니었다면 30대 남성들의 꿀꿀한 일기를 훔쳐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을 것 같다.
TIP/ 로토스코핑은 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된 실사 푸티지를 초당 12프레임의 애니메이션 이미지로 출력하는 작업. 각 시퀀스를 대략 2048X1109 픽셀 사이즈로 출력한 뒤 이 소스에 선을 덧붙이고 색을 입힌다. 인물과 배경, 전경과 원경 등 한 프레임 안에 있는 레이어들을 해체해서 선과 색을 입히고 난 뒤 움직임을 주고 카메라 무빙을 하는 방식으로 조립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포토숍으로도 가능하니 직접 실습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