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몬트리올에서 NYC라는 이름의 재즈 바를 경영하는 닉 웰스(로버트 드 니로)의 진짜 직업은 금고털이. 절대로 캐나다에서는 일을 하지 않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절대 무리하지 않고 포기한다는 철칙으로 25년간 감옥에 가지 않고 경력을 쌓아왔다. 이제 나이도 들었고, 6년간 사귄 다이앤(안젤라 바셋)과 함께하기 위해 닉은 은퇴하고 싶어한다. 마침 닉의 파트너인 맥스(말론 브랜도)가 큰 건을 물고 온다. 타깃은 몬트리올 세관에 압류된 프랑스 왕의 홀. 무려 600만달러를 받기로 약속하고 일에 뛰어들지만,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을 깨야만 한다. 자기 동네인 몬트리올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모든 일을 계획하고 협력해야 할 사람이 낯선 인물이라는 것이다. 젊고 야심만만한 잭(에드워드 노튼)은 장애자로 위장하여 세관에 잡역부로 취직을 했고, 모든 계획을 짰다. 닉은 자신이 지휘를 한다는 조건으로 잭과 함께 작업에 들어가지만 상황은 간단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Review21세기에 액션 없는 범죄영화가 과연 가능할까? <스코어>를 본다면, 좀 부정적이다. <스코어>에는 별다른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자동차 추격전이나 요즘 유행인 와이어액션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먹질이나 총질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거나,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수놓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세관을 털기 위한 준비과정과 그 실행에 모든 것이 바쳐진다. 지독한 프로페셔널리즘. 단지 그것뿐이다. 모든 것을 암시하고, 모든 것을 보여준다. 만약 <스코어>가 6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잘 다듬어진 장르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스코어>는 60년대의 리듬과 이야기로 만들어진, 시대착오적인 범죄영화다.
<스코어>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 3명이 한꺼번에 등장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긴 하지만 산란할 뿐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은퇴를 바라는 닉과 막대한 빚을 갚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맥스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선배들 사이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잭의 관계는 <스코어>를 파닥거리게 만들어줄 중요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스코어>는 닉과 잭의 밀고 당기는 긴장을 너무 느슨하게 드러낸다. <스코어>는 복선도 없고, 충격적인 반전도 없다. 잭이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는 정도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스코어>가 밋밋해진 이유는 이미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감독인 프랭크 오즈는 <흡혈식물 대소동> <밥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인 앤 아웃> 등의 수작을 만들어낸, 다사다난한 드라마와 코믹한 상황 만들기에 일가견이 있는 중견감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서스펜스와 스릴, 액션이란 요소를 찾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긴장감이 넘쳐야 할 <스코어>는 프랭크 오즈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다. 역시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