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에도 질적 차이가 있는가?
예전에 <미스터 맘마> 만들면서 있었던 일이다. 애 기저귀를 최민수가 갈아서 던지면 옆에서 볼일을 보고 있던 남자 얼굴에 똥과 함께 퍼덕 묻는 신이 있었다. 당시 제작실장이던 차승재 대표가 강우석 감독에게 이건 좀 저질 아닌가요, 그랬더니 자기는 이 장면 꼭 넣고 싶다고. 나중에 개봉해서 사람들이 이 장면에서 웃는지 안 웃는지 내기를 걸었다더라. 근데 극장에서 사람들이 그 장면이 나오니까 뒤집어지더라고. 그래서 좀 씁쓸했고 사람들이 왜 그럴까 고민했다는데, 관객은 스스로도 그게 저질이란 걸 알고, 또 그것대로 즐기는 것 같다. 패럴리 형제 영화를 보러 갈 때와 우디 앨런 영화를 보러 갈 때 자세가 다른 것이라고나 할까. 웃음에 대해 질을 너무 따지거나 맥락이나 의미를 따지고 들면 오히려 정작 웃을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지 않을까. 결국 수준이 높고 낮은 문제라기보다 다름의 문제인 것 같다.
봉준호가 본 <킬러들의 수다>
웃음들이 편안하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더 많은 웃음을 찾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웃기는 걸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 세부적인 웃긴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는 게 편안하고 즐겁다. 신현준이라는 배우가 웃음을 전해주는 것도 좋았다. 킬러들의 슬랩스틱코미디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은 것도.
다음 영화 <날 보러와요>
‘향토 스릴러’라고 해야 하나? 15년 전 전두환 정권 말기에 화성에서 벌어진 9명의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다. 하지만 진지하게만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형사들이 경운기 타고 등장하고, 범인을 잡아달라고 점집에 가는 등 코믹한 시퀀스는 실제 에피소드다. 웃기려는 것이 직접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사회가 급변하는 데서 발생하는,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의 웃음을 줄 것이다.▶ <킬러들의 수다> 장진 감독,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과 대담, 혹은 수다 150분 (1)
▶ <킬러들의 수다> 장진 감독, <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과 대담, 혹은 수다 150분 (2)
▶ “새로운 것에 끌린다” - 장진 생각
▶ “저질? 관객은 다 알고 웃는다” - 봉준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