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피에르 주네의 영화세계를 함께 일군 친구들은 더러는 그 곁을 떠나고 더러는 그 곁에 남았다. ‘주네와 카로’표 영화의 한쪽 날개였던 마르크 카로와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이후 헤어졌고, 그들이 만든 이미지를 생생하게 육화해낸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쥐는 <에일리언4> 이후 할리우드에 매어있다. 이들의 ‘우호적인 결별’은 그러나,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뜻이 맞는 작품에서 언제고 다시 만나자는 다짐을 해 두었다니까. 주네는 마르크 카로와 74년 앙시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났다. 각기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던 그들은 쉽게 의기투합했고, <탈출> <회전목마> <최후의 참호> 등의 단편을 함께 만들었다. 카투니스트와 애니메이터 경력이 있는 카로는 처음부터 둘의 합작 영화에서 미술을 담당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 번득인 만화적 상상력과 어둡고 기괴한 이미지는 카로의 영향. 공식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지만, 주네가 카로와 결정적으로 부딪힌 부분은 “감상적인 걸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 취향의 문제였을 듯. 주네와 카로의 백일몽을 생생한 이미지로 뽑아낸 테크니션은 바로 다리우스 콘쥐였다. 다리우스 콘쥐는 주네와 카로의 영화들, 그리고 <세븐>을 통해 일급 촬영감독으로 부상했다. 그는 주네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에일리언4>의 촬영을 맡아, 두 편의 전작에서 선보인 바 있는 수중촬영을 재시도했고 깊은 색감과 날카로운 음영 대비가 어우러지는, 다리우스 콘쥐 특유의 영상을 뽑아냈다. <에일리언4>가 주네의 작품인 동시에 콘쥐의 작품이라는 말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데뷔 때부터 오늘날까지 주네 곁을 지키고 있는 ‘가족같은’ 배우들도 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의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도미니크 피뇽은 왜소한 체격에 넓은 이마, 합죽한 입모양이 인상적인 배우. 그는 톱연주에 능한 떠돌이 어릿광대였다가, 천재 과학자의 실패작인 클론이었다가, 이번엔 카페 여종업원의 스토커로 출연했다. 주네는 “도미니크는 나의 영화세계에 딱 어울리는 배우라, 계속 출연시키게 될 것 같다”며 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아멜리에>의 아버지를 연기한 뤼피, <델리카트슨>의 푸줏간 주인으로 열연한 장 클로드 드레퓌스 등이 주네가 편애하는 배우들이다.▶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세계 (1)
▶ 장 피에르 주네의 작품세계 (2)
▶ 주네의 조력자들
▶ 장 피에르 주네 인터뷰 (1)
▶ 장 피에르 주네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