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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2001-10-12

노희경, 신경숙, 심영섭, 진가신이 <봄날…>에 띄우는 네통의 연서

남녀의 짧은 만남과 사랑, 그리고 길고 아프기만 한 헤어짐의 과정을 담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는 순수하게 텍스트에 몰입하기 쉽지 않은 영화다. 영화 속의 상우와 은수가 서로 보듬다가도 싸우고 상처받아 혼자마음을 곱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어느새 자신의 모습이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상우 또는 은수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 그 순간 영화 속 주인공들의 마음속에서 이는 대밭의 ‘솨-서-’하는 소리는 고스란히 관객의 몫으로 자리잡는다. “영화를 본 건지 내 이야기를 본 건지 모르겠다”는 관객들의 이야기는 <봄날은 간다>의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봄날은 간다>는 분석의 영화라기보다는 공감의 영화이며, 극중 은수가 강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콧소리로 아련한 멜로디를 자꾸만 흥얼거리게 하는, 매우 ‘감염성’이 강한 영화다. 달콤한 판타지도, 극적인 로맨스도, 눈물샘을 쥐어짜는 자극도 없이 사랑이야기를 속살 그대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그래서 극장의 어둠 밖으로 나왔을 때 더더욱 아련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본 소설가, 방송작가, 영화평론가, 그리고 홍콩의 영화감독이 보내준 글이 작품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 <봄날은 간다>가 만들어낸 마음속의 동심원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고해 또는 독백에 가까운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편집자▶ 노희경, 신경숙, 심영섭, 진가신이 <봄날…>에 띄우는 네통의 연서

▶ <거짓말>의 작가 노희경, 두 주인공에게서 그의 과거와 현재를 보다

▶ 소설가 신경숙, 시간을 사색하다

▶ 영화평론가 심영섭, 우리 시대의 오즈 야스지로를 보다

▶ 홍콩 감독 진가신이 <봄날…>을 좋아하는 영화 외적인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