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자유로운 야생마 같은 삶을 원하는 지미(크리스 오도넬)는 많은 여자들을 만났지만, 앤(르네 젤위거)을 만나기 전까지 청혼은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지미에게 ‘야생마의 마음’이 남아 있어선지 청혼은 썰렁해진다. 화가 난 앤에게 거절당하고 돌아와서, 지미는 할아버지의 유언내용을 알게 된다.서른살이 되는 날 오후 6시5분까지 결혼하지 못하면 단 한푼의 유산도 받지 못한다는 것. 부리나케 앤을 찾아 달려가지만 제대로 마음을 잡지 못한 지미의 ‘표정’ 때문에 다시 앤이 떠나간다. 시간은 24시간도 남지 않았다. 과연 지미는 결혼할 수 있을까?■ Review 결혼식이 끝나면, 신부는 부케를 던져 다음 신부를 ‘점지’한다. 세상 모든 남자들은 자기 여자친구가 그 부케를 받지 않기를 원한다? 결혼을 두려워하는 남자의 심리는 <결혼의 조건> <포스 오브 네이처> 같은 로맨틱코미디나 시트콤 <프렌즈>에서도 흔히 다뤄온 소재다. <청혼>은 거기에 하나의 게임을 덧붙인다. 일정한 시간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1억달러의 유산이 날아간다는 것. 수많은 여자들이 등장해서 ‘결혼은 싫어’라고 퇴짜를 놓고, 마침내 주인공의 친구 마르코가 신문에 구혼광고를 내기에 이른다.
<청혼>에서 압권은 신문광고를 보고 전국에서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여자들이 몰려오는 대목. 이 결혼 ‘하이에나’들은 지미에게 군침을 삼키며 성당을 포위하고, 거리를 에워싼다. 2천만달러에 이르는 영화 제작비의 대부분을 웨딩드레스 제작비 또는 대여비로 탕진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1천명의 웨딩드레스 차림 신부들이 광장과 거리를 가득 메운 장면은 장관이다. 그러나 버스터 키튼의 <세븐 챈스>(1925)를 리메이크한 <청혼>의 구성은 지나치게 평이하다. 배우들의 매력을 살리는 데도 실패했다. <제리 맥과이어>나 <너스 베티>,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빛나던, 어딘가 ‘맹’한 구석이 있는 듯 순진한 르네 젤위거의 매력은 온데간데없다. <청혼>의 앤은 진지한 커리어우먼 정도로만 비친다. 크리스 오도넬도 그냥 ‘남자’로만 비친다. 대신 흥미로운 조연을 둘 발견할 수 있다. 지미의 옛 여자친구 리스트 중에서 현재 오페라 가수인 일레나 역에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가 출연하고, 80년대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브룩 실즈는 돈을 위해 계약결혼을 하려다 포기하는 버클리 역으로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