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EVERYBODY! SHOOT!”
영화 대사가 아니다. 강원도 강릉의 한 편의점에서 한창 촬영중인 영화 <아프리카>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그 진원은 배우보다 더 배우 같은 연기로 연기자들에게 지도를 하는 신승수 감독. 그는 스탭들과 팡팡 튀는 20대 초반의 미인 연기자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이렇게 격려한다. 촬영을 마치고 나면 또 스탭들의 동의를 구한다. “난 괜찮은데…, 어때요?” <아프리카>는 우연한 기회에 권총 두 자루를 손에 쥐게 된 학생 지원(이요원)과 소현(김민선), 그리고 그들의 여정에 동참한 시골 다방의 영미(조은지)와 양품점의 진아(이영진), 이 네 소녀의 아슬아슬한 도주담을 그린다.
이들이 편의점에 들어가 점원을 위협하고 권총을 난사하고 돈을 털어 달아나는 장면이 이날 촬영할 분량이었다. 점원으로 출연한 탤런트 김동수의 코믹연기와 커다란 총소리, 특수효과까지 곁들인 촬영은 새벽 두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하지만 모처럼 영화촬영장면을 구경하게 된 시민들은 돌아갈 생각을 않고, 혹시나 하고 촬영장소 주변을 기웃거렸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아프리카>는 ‘보통사람들이 권총을 손에 쥐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을 제각기 다른 사연과 배경을 가진 네 여자를 통해 풀어보는 영화. <얼굴> 이후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신승수 감독의 신작으로 12월에 그 여정을 마친다. 그러고나면 감독은 관객 앞에 서서 이렇게 동의를 구할지 모른다. “난 괜찮은데…, 어때요?”
사진·글 손홍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