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국 철도 노동자들의 영화를 ‘네비게이터’(항해자)로 이름 지은 이유는.

본래 네비게이터란 19세기 노동자들, 특히 영국의 수로와 철로 공사에 동원됐던 아일랜드 노동자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내 영화의 배경은 남부 요크셔이고, 영국 철도가 민영화되던 90년대 중반이긴 하지만, 유래는 그렇다.

영국 철도 노동자의 상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가.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 하필 90년대 중반의 철도 노동자들을 이야기하게 됐나.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노동자들에게 일어난 여러 가지 변화들에 대해 사람들은 모르고 있거나, 알면서도 얘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처가 나빴다. (웃음) 노조가 전부 흩어지게 만들었으니까. 지금? 글쎄, 지금의 노조는 토니 블레어의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작가 로브 다우버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던데.

로브는 17년 동안 철도 노동자로 일해온 자신의 경험에 관한 편지를 보냈다. 그는 97년 철도가 민영화되기 직전까지 노조 대표로 일하는 등 영국 철도산업과 노동자들의 역사에 대한 산 증인과도 같았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겠다는 뜻을 전했고, 그렇게 그와 만나게 됐다. 직업 작가는 아니었지만, 그는 작가로서의 재능도 아주 뛰어났다. 그런데 그가 직업병의 일종인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네비게이터>의 촬영과 파이널 컷을 지켜봤지만, 올 초 운명을 달리했다. 의사가 6개월을 선고했지만, 2년을 살다 갔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장내 숙연해진다)

이번에도 캐스트의 상당수가 비전문 배우들이다. 어떻게 이들을 찾아냈나.

주연배우가 7명이다 보니,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앙상블이 필요했다. 거친 농담 속에도 애정이 묻어나도록 품성이 따뜻한 배우들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그들간의 결속이나 공감대를 표현할 수 있을 테니까. 코미디적 성격이 강한 영화이기 때문에 클럽 배우나 코미디언들을 중심으로 물색했고, 이들 중 일부는 그때 발견했다. 캐스팅 이후에 리허설이다 치고 일주일간 철도 노역에 종사한 사람도 있다.

켄 로치의 영화는 영화제의 단골 메뉴이지만,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상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번엔 어떤가.

(프로듀서 레베카 오브라이언) <네비게이터>는 <채널4>에서 제작비를 댔고, 배급에도 많은 힘을 써줄 것으로 기대한다. 11월에 몇몇 극장에서 상영한 뒤에 <채널4>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언제나 가능한 한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는 배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당신은 영국 노동자들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또 남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데 대한 책임감과 상식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요즘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방과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틴에이저도 많다. 그들의 보수는 형편없다.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이런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노동자들의 커넥션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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