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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모든 게 이뤄지진 않는다”
2001-09-21

<비밀투표> 감독 바바크 파야미 인터뷰

최근 이란영화의 일반적인 경향인 리얼리즘영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는데.

그렇다. 그렇게 봐주길 바란다. 리얼리즘영화를 만든 게 아니니까.

소녀와 병사의 여행은 하나의 우화인 동시에 매우 리얼한 인류학적 보고서 같은 느낌이다.

민주주의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해석을 갖고 있는지, 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민주주의가 어떤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그런 사회에서 말이다. 선거관리원인 소녀는 교과서적 이상을 갖고 외딴 마을을 찾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이 배운 것과는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놀라워한다. 사회 또한 그녀의 이상과 노력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었고, 이런 상호작용을 담아내려 했다.

편집과 조명 등으로 강조된 자연 풍광의 느낌이 운명론적이랄까 체념적인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이 영화에는 인공조명을 쓰지 않았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룻동안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모든 시퀀스에 시간 관념이 있다. 그런데도 자연 조명만을 고집하다보니,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 당신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운명론적이다, 체념적이다,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선거관리원 소녀는 자신의 낙관적인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절박하게 뛰어다닌다. 반면 사람들은 그녀에게 저항하며 협조하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 소통하는 데 실패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첫걸음은 내디딘 것이다.

당신은 이란의 정치와 사회, 문화적인 측면의 여러 모순점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건 나의 선택일 뿐이다. 객관적으로 최선의 수단이 아니라, 나의 기준에서 최선이기 때문에 선택했다. 이런 문제들은 진지하고 직접적으로 묘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태클을 걸었다고 할까. 코믹적인 요소는 이란인에게 주어진 환경과 감수성을 좀더 글로벌하게 어필하고, 극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실제로 많은 기여를 했다.

이란 내에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그 점에 관해서는 낙관적이다. 역사적으로 대외적으로 이란은 다양한 재난을 당해왔지만, 민족성과 문화를 잘 보존해 왔고, 그것이 좋은 증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끼는 극중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한번에 모든 게 이뤄지진 않는다.” 수난을 극복해왔다는 것은 나름대로 자연적으로 자발적으로 진보해나갔다는 얘기다. 어떤 나라보다 민족적으로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행운으로 생각한다.

당신은 캐나다에서 성장했는데, 모국을 알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했는지.

나는 인생의 대부분,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캐나다에서 보냈다. 하지만 엄연한 이란인이고, 줄곧 민족과 나라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3년 전에 이란으로 돌아왔고, 이란영화계에 몸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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