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와 바퀴벌레의 콜라주 - 이미지의 실험실 부문
NFB의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독특한 기법과 실험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모았다. <신데렐라 펭귄 이야기>는 동화 <신데렐라>를 펭귄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작품. 내용은 알려진 대로지만, 신데렐라와 요정, 왕자까지 모두 귀여운 펭귄인데다 유리 구두가 유리 물갈퀴로 바뀌는 설정 등 코믹한 각색과 다양한 카메라워크가 돋보인다. <E>는 커다란 ‘E’ 모양의 상을 소재로 독재와 폭력을 비꼰 우화. 독재자와 군대까지 등장해 ‘E’에 대한 의견이 다른 사람은 머리를 열어 생각을 고쳐놓고 마는 풍자가 날카롭다. <바로크 앤 롤>은 소수 민족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룬 인형애니메이션. 터번을 쓰고 색다른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따돌림받던 아이는, 얼음이 깨진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친구를 얻는다.
서울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이 세편. 부산에서는 모래에서 태어난 모래 인간이 생명체를 만들고, 그들과 함께 모래성을 짓다가 바람에 스러져버리는 과정을 담은 <모래성>과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인형이 까마귀가 왜 까만가에 관한 이누크족의 전설을 들려주는 <올빼미와 갈가마귀> 등 코 회드만의 작품 2편을 포함해 7편이 추가상영된다. <모래성>과 <올빼미와 갈가마귀>는 각각 모래와 털에 둘러싸인 인형들의 움직임과 그들의 조그만 소우주를 눈여겨볼 만하다. 1905년 캐나다 최초로 사람들의 비웃음을 무릅쓰고 비행기를 연구했던 빌 깁슨의 비행의 꿈을 그린 <발고니의 비행사> 역시 오밀조밀한 인형나라가 돋보이는 작품.
<주크 바>는 싸구려 레스토랑에 들어온 주크박스 안에서 파티를 벌이는 바퀴벌레들의 이야기. 펑크 스타일 등 다양한 머리 모양에 선글라스까지 끼고 실사의 무대에서 ‘주크 바’ 파티를 벌이던 바퀴벌레 인형들은 뜻밖의 파국을 맞는다. 키가 작고 못생겨서 외면당하던 남자의 머리에 잘생긴 얼굴 모양의 혹이 생겨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 <혹>은 캐리커처와 콜라주 스타일의 영상이 독특한 작품. 잘생긴 혹에 애정을 표하는 사람들과 이 때문에 진짜 자신을 숨기는 남자의 비극은 허영과 위선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다. <발라블록>은 이질적인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인간의 폭력성을 정육면체와 구의 싸움이라는 만화적인 이미지로 풍자했으며, <허풍선이>는 용의 불꽃을 동력원으로 사용하자며 용을 공급하는 연료회사를 만든 남자의 기상천외한 모험을 보여준다.
젊다, 그래서 빛난다 - Beyond NFB 부문
NFB산이 아니라 캐나다의 젊은 독립애니메이터 및 스튜디오에서 만든 최신작 13편을 모았다. <밥 앤 마가렛 ‘사진기 소동’>은 NFB 시절의 단편 <밥의 생일>로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오스카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던 데이비드 파인, 앨리슨 스노덴 콤비의 따끈한 신작. 널바나와 합작으로 만든 따끈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중산층 치과의사 밥과 외과의사 마가렛 부부가 새로 산 사진기로 사진을 찍다가 벌어지는 해프닝이 웃음을 자아낸다. <빙고>는 모두들 빙고라고 부르자 그렇다고 인정해버리는 한 어릿광대의 강박을 그린 작품. 3D로 표현한 어릿광대의 얼굴 표정이나 신체의 움직임, 서커스 쇼의 무대장치에 나타나는 빛과 그림자의 효과 등은 실사처럼 정교하다.
<에드라는 이름의 세 친구>는 제목 그대로 에드라는 이름을 가진 세 친구의 일상을 보여준다. 굵고 검은 테두리에 아무런 음영이 없이 색깔을 채워넣은 고전적인 그림체는 움직이는 만화책을 보는 듯하다. <롤리 폴리 올리>는 포도처럼 동그란 눈, 쿠키처럼 동그란 얼굴을 가진 꼬마 로봇 올리의 우주여행 에피소드다. <물이 오염되면 세상도 오염돼요>는 환경에 관한 경고성 애니메이션. 하수관이 토해내는 오물로 만든 타이틀부터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도대체 왜>는 <아기 돼지 삼형제> 동화로 풀어보는 ‘호기심 천국’이다.
<POW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는 수직으로 떨어지는 빗줄기, 흑백의 화면, 가로세로로 짜인 철창이 빚어내는 도심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흑인 청년의 풍경이다. 뉴욕 뒷골목에 그려진 그래피티 같은 강렬한 화면과 힙합풍의 노래가 어우러져 음울한 한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하다. 그 밖에 애니메이션 광고와 ’96, ’98오타와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시그널 필름 등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터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펼치는 짧은 필름들이 상영된다.
실사가 애니를 만날 때 - 애니마니아 부문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절묘하게 결합된 <착각은 자유>와 <화분> 등 6편이 상영된다. <착각은 자유>는 실사의 세계에 뛰어든 애니메이션 캐릭터 벅의 시끌벅적한 면접 소동. 실제 배우가 연기한 면접 담당관이 차츰 사무적인 태도를 잊고 벅의 활기찬 애니메이션에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를 연상케 한다. <화분>은 우연히 주운 화분에 애정을 쏟는 남자와 사랑받는 만큼 쑥쑥 자라는 ‘애니메이션’ 화초의 이야기. <위대한 연주>는 실사로 촬영한 오케스트라의 첼로 구멍으로 미끄러져들어간 순간, 분주히 오선지의 마디를 옮기고 낮은음자리표와 쉼표, 빠르기 표시 등을 열심히 나르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음표들을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준다.
톱질을 좋아하는 남편과 툭하면 눈을 빼내 흔드는 아내가 핵폭발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싸우고 화해한다는 <대폭발>, 의인화된 강아지 밥의 실업과 구직의 고달픈 체험담을 뮤지컬 스타일로 풀어낸 <직장구함>, 물에 빠진 남자를 둘러싸고 준비운동만 하는 사람, 구하려 뛰어들지만 제힘에 겨워 도망가는 사람 등 인간군상들의 반응을 코믹하게 그려낸 <카스파> 등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과 만화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이 6편 외에, 프레데릭 벡의 <나무를 심는 사람>이 부산에서만 추가로 상영될 예정.
글 위정훈 [email protected]·황혜림 [email protected]
▶ 캐나다 애니메이션 영화제
▶ 상영작 48편 미리보기1
▶ 상영작 48편 미리보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