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관한 긴 이야기 - 장편 2편
<말괄량이 삐삐>는 잉거 닐슨의 연기로 기억되는 TV시리즈 및 영화로 이미 만들어진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명소설의 애니메이션 버전. 부모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꿋꿋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면서도 늘 유쾌한 주근깨 소녀 삐삐의 모험담으로, 널바나의 공동창업자이자 캐나다 상업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감독 클라이브 스미스가 공동연출했다. 판화와 스크래칭, 컷아웃 등 다양한 기법과 이미지를 시도해온 NFB 출신의 작가 피에르 에베르의 <인간 식물>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장편. 도서관 사서직을 은퇴한 뒤 개를 돌보고, 죽은 아내의 무덤을 찾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미셸의 외로운 일상 틈틈이 걸프전 등 갖가지 사회풍경을 겹쳐놓는다. 동화에서 추상화까지 - NFB 단편걸작선 부문
‘Beyond NFB’를 제외한 섹션들은 사실상 다 NFB 단편걸작선이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11편을 따로 묶었다. 한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우리 할머니는 왕의 셔츠를 다리셨다>는 동화책 첫장을 넘기는 듯, 자애로운 표정의 할머니 사진이 초상화로 바뀌면서 시작된다. 할머니가 2차대전중 오슬로에서 일하면서 노르웨이 저항군의 활동을 어떻게 도왔는지를 보여준다. <아침이 올 때>는 식품점에서 수탉의 죽음을 목격한 돼지가 도시 생활에 회의를 품고 방랑하다 예기치 않은 곳에서 답을 구한다는 이야기. 세밀한 정물화와 목탄화를 연상시키는 그림과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군데군데 찌그러진 음악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바보들의 마을>은 고향 헬름에서 사는 것에 싫증난 남자가 길을 떠나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되돌아온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고향과 똑같은 새로운’ 헬름에 이르러 벌이는 해프닝을 다룬다.
<바디 리듬>은 리본, 공 등을 가지고 리듬체조를 하는 인체의 곡선을 리드미컬하게 묘사한다. 곡선이 빚어내는 다이내믹한 율동감과 파키스탄의 전통음악 ‘쿼왈’ 가수인 누스랏 파테 알칸의 목소리는 선(禪)적이기까지 하다. <모자>는 모자에서 어린 소녀로, 성기로, 여성의 신체로,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다시 모자로 물결치듯 형상을 바꿔가며 소녀가 어린 시절 당한 성적 학대와 극복과정을 보여준다. 추상적인 묘사에도 불구하고 슬픔이 치밀어온다. 동일작가의 <어느 예술가>는 음악을 좋아해서 부엌의 식기들로 음을 만들어내는 소녀의 이야기를 실사와 사진, 컴퓨터그래픽을 합성한 모노톤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열대 우림에 사는 두 카멜레온이 벌레 하나를 놓고 서로 먹겠다고 싸우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둘을 위한 저녁식사>, 사이 나쁜 두 마리 두더지가 서로의 굴에 흙을 집어던지는 등 싸우다가 공멸한다는 <소동이 가라앉고>는, 갈등과 반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관한 교훈적인 우화. 가스불과 콘센트, 열린 창문 등 집안의 사소한 위험요소에 부주의한 주인 부부와 아기를 지키고자 동분서주하는 강아지 윌리를 그린 <가정안전수칙>, 구름 속에서 ‘낙하’한 순간부터 흘러다니며 가정과 상하수도를 거치고 오염물질과의 전쟁을 벌이는 빗방울들의 모험을 통해 물의 순환을 보여주는 <스플래쉬>는 일상 생활을 돌아보는 지혜를 담고 있다.
버려진 아이가 이집 저집을 전전하다가 쓰레기장 아저씨에게 간신히 구제되는 과정을 그린 <모든 아이들>은 유니세프의 아동권리선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역시 교훈적인 작품이다.
▶ 캐나다 애니메이션 영화제
▶ 상영작 48편 미리보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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