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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두 남자의 스크린 성장 본능 [2] - 조한선
장미 2006-11-09

남자로 크기 위해 조폭으로 변신하다

<열혈남아>

“꽃미남은 부담스럽고 그냥 멋있는 놈이 되고 싶었다.” 조한선의 고백에도 고개를 내젓는 건 순전히 출연작 때문이다. 카메라폰 세례를 받는 학교짱 반해원(<늑대의 유혹>), 연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던 전직 바람둥이 민수(<연리지>) 모두 순도 100% 꽃미남이 아니던가. 멋진 마스크의 소유자답게 조한선의 출발점은 서글서글한 성격의 동명 대학생(시트콤 <논스톱3>)이었다. 별다른 고민이 없어 보이던 유유자적한 청춘은 여고생들의 비명을 음악 삼아 스크린에 이식됐다.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불량학생 반해원은 서늘한 미남자 정태성(강동원)과 더불어 흥행돌풍을 일궈냈고 조한선은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안착하는 듯했다. 병든 여인을 사랑하는 민수(<연리지>)는 쉽게 예측 가능한 선택이다. ‘지우히메’ 최지우와 동반출연했음에도, 한층 길어진 머리를 드리운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은, 그러나 사랑을 지키는 데도 흥행을 지키는 데도 모두 실패하고 만다. 이후 고민할 틈도 없이 조한선이 마음에 품은 인물은 어머니의 병 때문에 조직생활에 발들인 치국(<열혈남아>). 선한 눈매를 지닌 치국은 가슴에 칼을 품은 재문(설경구)에게 “아무리 건달이어도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소리를 내지르다 “건달은 시키믄 하는 것잉께 내는 하나도 안 미안허요!” 눈물을 쏟아낸다. 남자로 자라기 위해 조한선이 발들인 곳은 조폭의 세계다. 그곳에서는 수하들을 끌고와 폼나는 싸움을 벌이는 대신 피비린내만이 남을 때까지 처절하게 서로 물고 뜯는다. 사랑만을 노래하던 얄팍한 캐릭터는 배반이란 낱말을 안은 채 다시 태어났고 이것은 조한선의 성장이라 표현해도 모자람이 없는 큰 보폭의 변화다.

강동원의 맞수로 스크린에 데뷔하다

반해원과 정태성은 피가 나도록 싸우지만 악의는 없다.(<늑대의 유혹>) 학교의 자존심을 걸고, 혹은 한 소녀를 앞에 두고 끊임없이 라이벌 관계를 내세우는 그들은 사실 좋은 친구 사이다. 조한선에게 또래 남자는 중요한 성장의 계기였다. 소녀들의 눈길을 끌면서도 남자다움을 잃지 않았던 그는 언제나 앞장 서 또래 무리를 이끌었다. 반해원을 도발하던 정태성조차도 상대가 좋은 녀석임을 기꺼운 태도로 인정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81년생 동갑내기인 그들은 현실 속에서도 돈독한 친분을 자랑해 눈길을 끌었다. “제 친구들이 한선이를 좋아해요. 구레나룻이 참 멋있대요. 남자다운 게 매력이에요. 남녀 안 가리고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는 게 한선이의 장점이죠.”(강동원) “동원이는 같이 다니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예요. 여자애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주 난리가 나죠. 특히 청바지 입으면 엉덩이가 얼마나 예쁜데요. 영화에서 우산 받쳐줄 때 짓는 살인미소 보셨죠?”(조한선) 그림같이 어울리던 두 배우의 젊음은 극장을 즐거운 비명으로 가득 채웠다. <늑대의 유혹>을 반추하며 바로 조한선-강동원의 조합을 떠올리는 것은 두 배우가 청춘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끌어냈기 때문이다.

사랑에 목숨을 걸다

<늑대의 유혹>

이 남자, 애인이 한둘이 아니다. 여자와 함께 누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처음 받은 전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울먹이는 다른 여자의 것이다. 나비처럼 꽃들을 오가는 그의 삶에 과연 사랑이란 것이 찾아들기나 할까? <연리지>의 민수는 이른바 ‘선수’다. 어떤 지경인지 쉽게 설명하자면 이제 막 호감이 생긴 여자와 거리를 걷다가 왜 연락 안 하느냐며 하소연하는 옛 연인을 만날 정도다. <늑대의 유혹>의 반해원은 또 어떤가. 여자들은 물론, 남자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인 반해원은 수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의 사랑을 받는 즉시 반 아이들이 모두 적으로 돌변하고 심각한 경우 목숨을 위협받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옛 친구가 한때 그의 여친이었는가 하면, 그를 차지하려는 목적에서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모함하는 사람마저 생겨날 정도다. 반해원의 연애사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수많은 여자로 점철돼 있다는 점에서 민수의 그것과 비슷하다. 쿨하기 그지없는 이 남자들은, 그러나 지독한 순정파다. 화려한 여성편력에도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 조한선의 매력은 극중 역할이 지닌 아이러니에서 온다.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여자들의 판타지를 언제나 자극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여전히 통용되는 미덕임이 틀림없다.

배우 이전에, 축구선수

조한선은 축구선수,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골기퍼 출신 배우다. 대학 시절까지 12년 동안 축구선수로 활동했지만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이후 배우가 됐다. “12년 동안 축구를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죠. 어머니와 대화할 시간이 없어 갈등도 있었어요.” 차기작 <특별시 사람들>를 찍으며 학창 시절 경험했던 괴로움 때문에 무작정 축구에만 몰두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조한선의 축구사랑은 유별나다. 강동원, 이민기, 이천희 등과 함께 연예인축구팀인 ‘아디다스FC’에 소속해 있는가 하면 스위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던 중, 스위스 관광청의 초청으로 스위스를 방문, 스위스 유소년 축구단과 시합을 펼치기도 했다. 다음은 조한선이 축구에 대해 남긴 얘기다.

“저는 <열혈남아>를 찍어서 열혈남아입니다. (영화를) 안 찍었을 때는 열심히 축구만 하는 축구선수였습니다.”

“오후 늦게까지 운동만 했어요. 축구연습하고 숙소에만 있었죠. (<늑대의 유혹>에 나온) 해원과는 많이 다르죠. 쌈박질 많이 한 게 비슷하다고 할까요?”

<열혈남아>의 치국

“건달이 뭔지요. 이제야 알것습니다. 지도편달 감사합니다.”

소년원 시절을 공유한 재문(설경구)과 민재(유승룡)는 건달로 자라났다. 자기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한발 앞서 상대를 응징해야 하는 처절한 소년원 생활 때문에 재문은 자연스레 잔인한 성품의 소유자가 됐다. 더군다나 친형처럼 따르던 민재가 세상을 떴으니 그가 더욱 살벌하게 굴 수밖에. 조직의 명령으로 살인에 나선 민재는 엉뚱한 사람을 작업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상대조직의 중간보스 대식(윤제문) 일당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운명처럼 대식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하는 재문은 조폭 후배 치국을 데리고 대식의 고향 전라도 벌교로 내려간다. 재문이 찾은 곳은 대식의 어머니 점심(나문희)이 운영하는 국밥집. 말투는 무뚝뚝해도 결 고운 마음씨를 지닌 점심에게 재문은 묘한 감정을 느끼지만 끝내 복수의 칼날을 내리지 않는다. 치국은 이 모든 드라마에 파국을 가져오는 인물이다. 비칠 듯 투명한 눈동자에도 치국의 속내를 읽어내기란 불가능하다. 도내 태권도 대회에서 메달까지 땄으면서도 어머니의 병 때문에 깡패의 길에 들었고 깡패일이 몸에 배지 않아 그저 착하게만 보이는 이 인물은 조한선의 가능성을 한껏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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