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피트 게리슨. 미국 국가안보국의 비밀요원이다. 20여년 전 대통령을 총격에서 구한 뒤로, 백악관의 안보만이 내 관심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절친한 동료 찰리가 살해당한 뒤로, 대통령 암살음모가 수면 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가 막힌 것은 내가 유력한 용의자라는 것이다. 지난 25년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일한 결과가 고작 이거란 말인가? 뭔가 음모에 휘말린 게 틀림없다. 분명 적은 내부에 있을 텐데. 지금, 나는 내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백악관 X파일을 뒤지는 중이다. 이 수많은 문서더미 속에는 과거 백악관 역사의 온갖 사건사고들이 뒤엉켜 있다. 거기서 나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정의로운 미국의 심장부가 이렇게 진실이 은폐된 곳이었다니! 내 상황을 수습하기도 벅차지만, 이 X파일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혹시 모른다. 내가 빠진 함정의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단, 사건의 비밀스러운 결말이 낱낱이 공개돼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나라는 강하고 개인은 약하다?파일명: 앱솔루트 파워(Absolute Power) 담당요원: 클린트 이스트우드
사건전말: 1997년, 워싱턴 DC의 정계 실력자 월터 설리번의 아내가 자택 침실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사인은 총상이었다. 평소 월터 설리번과 친분이 있었던 앨런 리치몬드 대통령(진 해크먼)은, TV 연설에서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반드시 범인을 잡겠노라 약속했다. 이때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은 대도(大盜) 루터 휘트니(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도둑질을 하러 침입한 건 맞지만, 살인사건의 범인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휘트니가 목격한 바에 의하면, 설리번의 아내와 대통령이 변태적인 성관계를 가졌고, 우발적인 사고가 일어나자 대기 중인 두 비밀요원이 여자를 총살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그의 범법행위는 만천하에 드러났다. 심지 굳은 대통령인 줄 믿고 있었던 국민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큰 동요가 일었다. 한참 동안 미국을 뒤흔들었던 이 사건은, 결국 리치몬드 대통령이 자살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수사결론: 리치몬드의 자살로 수사 종결. 그러나 타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를 꼭두각시 삼아 백악관을 조종하려던 세력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파일명: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담당요원: 앨런 J. 파큘라
사건전말: 1974년, 닉슨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직을 자진 사임했다. 한동안 미국을 들끓게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이 종결되는 순간이었다. 청문회를 통해 백악관 및 정보기관의 다수가 이 사건에 개입됐음이 밝혀졌는데, 이 사건에 단초를 준 이들은 다름 아닌 <워싱턴 포스트>의 두 초보기자였다.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먼)과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퍼드)가 절도사건을 조사하던 중, 정치적 음모가 개입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정보제공자 ‘딥 스로트’(Deep Throat)의 도움으로, 워터게이트 빌딩 내 민주당사에 일어난 도청장치 사건이 백악관의 음모임을 파헤쳤다(그로부터 30년 뒤인 2005년, ‘딥 스로트’가 마크 펠트 전 FBI 부국장임이 밝혀졌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었지만, 진실을 추구하는 미디어는 결국 승리했다.
수사결론: 미디어의 이상적인 사례. 그러나 항간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지나치게 미화됐다며, 이들이 없었다 해도 양심적인 공무원들과 FBI의 노력으로 진실에 다가갈 수 있었을 거라 주장하고 있다.
파일명: 대통령을 죽여라(The Assassination of Richard Nixon) 담당요원: 닐스 뮐러
사건전말: 닉슨 정부 시절, 워싱턴 공항의 한 여객기 안에서 일어난 사건. ‘샘 빅’(숀 펜)이라는 한 남자가 총으로 승객과 승무원들을 위협하고, 급기야 조종사 한명을 쏘아 죽였다. 그는 남은 승무원들을 협박해 백악관으로 저공비행을 시도하려 했으나, 유리창 너머로 날아온 총에 맞아 숨졌다. 샘 빅은 승객과 함께 죽으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한 동기는 뒤에 그가 남긴 음성녹음을 통해 밝혀졌다. 그는 가구 세일즈를 하며 살아가는 이혼남으로, 계속되는 실패를 국가의 위선 탓으로 돌렸다. 그러던 중 한 육군 일병의 테러 시도에서 영감을 얻어, 닉슨을 암살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끝내 백악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그의 대통령 암살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역사는 이 일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정권을 바꿀 수는 있어도 날 잊을 순 없을 겁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수사결론: 샘 빅은 자신이 미국이라는 해변의 작은 모래알에 불과하지만, 모래알에도 파괴력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러나 그는 무기력한 개인일 뿐이었다. 아마 닉슨은 샘 빅이라는 소시민의 존재조차 몰랐을 것이다.
백악관 주최 쇼! 쇼! 쇼!파일명: 왝 더 독(Wag the Dog) 담당요원: 배리 레빈슨
사건전말: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둔 어느 날, 대통령(진 해크먼)이 백악관에 견학온 걸스카우트 소녀를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난다. 비난의 여론이 들끓을 무렵, 때마침 알바니아 전쟁이 발발한다. 알바니아는 미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나라였지만, 뉴스에서 연일 전쟁속보를 보도하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사는 온통 국제분쟁에 쏠렸다. 뉴스에서는 포화를 뚫고 나오는 알바니아 소녀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슈만’이라는 전쟁 영웅이 알바니아에 억류돼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발 벗고 나서서 슈만의 생환운동을 펼쳤고, 이에 힘입어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는 워싱턴과 할리우드가 결탁한 희대의 사기극이었다. 국민들이 생생하게 지켜본 뉴스릴은 모두 할리우드 제작자 모스(더스틴 호프먼)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알바니아 상품’의 전말이 폭로될 무렵, 모스는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우리는 백악관쪽이 그를 죽였을 거라 믿고 있지만, 불행히도 아직은 증거가 없다.
수사결론: 전쟁도 연출될 수 있다. 우매한 국민과 부패한 정부, 교활한 미디어가 만난다면. 그러니 한번쯤 의심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이 갑자기 이라크 강경정책을 쓴 것,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가했던 진짜 의도를.
파일명: 아메리칸 드림즈(American Dreamz) 담당요원: 폴 웨이츠
사건전말: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얼마나 멍청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사건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조셉 스테이튼(데니스 퀘이드). 그는 재선이 확정된 이후 3주 동안이나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매일 파자마 바람으로 신문더미에 파묻혀 살았고, 중국 주석이 방문했을 때는 “북한이 무서워요, 악몽을 꿔요”라며 응석을 부리기도 했다. 보다 못한 수석보좌관(크리스토퍼 워컨)은 지지율 만회를 위해 인기 쇼 제작자와 모종의 거래를 한다. 그리고 얼마 뒤, 대통령은 스타 발굴쇼 <아메리칸 드림즈>의 결승전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연한다. 공교롭게도 결승에 오른 두 후보 중 하나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테러리스트였다. 그럼에도 눈치없는 대통령은 방송에서 “중동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요상한 분위기로 몰고 갔다. 결국 이날 행사는 애꿎은 사람 둘이 폭탄 테러에 희생되면서 끝이 났다. 보좌관의 깊은(?) 뜻은 관철되지 못한 반면, 무식함이 만천하에 드러난 대통령은 지금도 잘 먹고 잘살고 있다.
수사결론: 부끄러운 줄 아시오, 부시! 웁스~ 조셉 스테이튼!
파일명: 대통령의 연인(The American President) 담당요원: 로브 라이너
사건전말: 앤드루 셰퍼드(마이클 더글러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이었다. 그가 집권할 당시의 백악관은 프랭크 카프라의 시대를 연상시킬 정도. 유일한 스캔들이라면, 환경단체 로비스트였던 시드니 웨이드(아네트 베닝)와의 염문설이었다. 재선을 앞둔 당시 홀아비였던 대통령은 웨이드와 사랑에 빠졌고, 언론은 대서특필하기에 이른다. 문제는 웨이드가 과거 시위에 앞장서서 성조기를 태운 전력이 있다는 것. 이를 이용해 상대 후보와 언론은 대통령의 윤리의식을 비난했지만, 그는 “사생활과 정치는 별개”라며 묵묵히 맞섰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와 범죄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던 대통령은, 연인의 편에 서서 에너지 법안을 통과시키고 범죄 법안을 철회했다. 심지어 성조기를 불태울 권리까지 옹호하기도 했다. 셰퍼드는 사랑과 정치신념을 모두 지킨, 믿음직스러운 대통령으로 추대받고 있다.
수사결론: 언론과 정계의 여론조성에 휘말리지 않은 것은 대단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막판에 에너지 법안에만 힘을 쏟은 것에는 의혹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과연 그의 말대로, 사생활과 정치는 별개일까?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파일명: JFK 담당요원: 올리버 스톤
사건전말: 1963년 11월22일, 미국의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가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던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다. 현장에서 체포된 암살범은 해병대 출신의 리 하비 오스왈드(게리 올드먼). 그러나 이틀 뒤, 오스왈드는 구치소로 수감되던 중 FBI 정보원 잭 루비에게 살해되었고, 잭 루비 역시 4년 뒤인 1967년 감옥 안에서 사망했다. 이후 얼 워렌 판사를 중심으로 한 조사위원회는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짐 개리슨 검사(케빈 코스트너)는 암살사건의 배후인물을 재판장에 세우며 의문을 제기했으나, 아직도 JFK 암살사건은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
수사결론: 군산복합체, 닉슨 대통령, 존스 부통령, FBI 혹은 CIA, 마피아…. JFK 암살배후에는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올리버 스톤 요원의 주장대로 누가 케네디를 죽였는지가 아니라, 왜 케네디를 죽였는지가 사건해결의 본질이다.
파일명: 화씨 9/11(Fahrenheit 9/11) 담당요원: 마이클 무어
사건전말: 2001년 9월11일, 뉴욕은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아침을 맞았다. 작은 비행기 두대가 세계무역센터를 들이받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마천루는 어이없이 무너져내렸다. 콘크리트더미 속에서 누군가의 소중한 남편이, 아내가, 아들딸들이 고통 속에 죽어갔다. 그 시각,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의 한 초등학교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얼마 뒤, 정부는 테러 배후인물로 오사마 빈 라덴을 지목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테러가 일어난 지 얼마 안 지나, 사우디의 한 자가용 비행기가 미국 상공을 비행해 빠져나간 사실이 밝혀졌다. 빈 라덴 가문과 모종의 사업관계를 맺어왔던 부시. 그는 평소에 테러 근절을 외쳤으면서도, 자신의 부를 위해 테러를 묵인했다. 백악관의 추악한 이중성 때문에 미국과 중동의 시민들은 살해당했던 것이다.
수사결론: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비논리적이고 멍청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국민을 속였고, 진실을 은폐했다. 이 지점에서 좀더 수사가 진행되어야만 한다.
파일명: 루스 체인지(Loose Change) 담당요원: 딜런 애버리
사건전말: 9·11 테러 이후, 부시 행정부는 ‘테러대책법’이라는 명목하에 시민들의 인권을 침해해왔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해 석유 이권을 챙겼으며, 강화된 군사제재로 막강한 권력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제 진실을 밝힐 때다. 9·11 테러의 주범은 알 카에다나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니다. 9·11은 미국의 자작극이었다.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견고하게 설계된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와의 충돌이 아니라 정교한 폭파공법에 의해 붕괴되었다는 사실, 건물주 래리 실버스테인이 테러 발생 6주 전 가입한 보험에서 22억달러 보험금을 챙겼다는 사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 빌딩 내 폭발물탐지견이 철수했다는 사실, 부시의 동생이 세계무역센터의 보안과 보험을 담당했다는 사실 등등. 무엇보다 백악관쪽은 테러의 결정적인 증거자료를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보건대 수천명의 사상자를 낸 비극 뒤에는 구린내나는 음모가 있음에 틀림없다.
수사결론: 이 증거자료에는 과학적인 오류가 꽤 많다. 부시 행정부의 태도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백악관이 투명해지지 않는 한, 여전히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