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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캐릭터들 [2]
이종도 2006-09-06

제가 트랜스젠더라면(소사전 참조), 멋쟁이 이모 헤드윅은 트랜스섹슈얼이죠. 제가 <라이크 어 버진>을 부르는 마돈나를 꿈꾸었듯, 이모는 동베를린에서 어릴 적부터 AFKN으로 흐르는 루 리드, 이기 팝, 데이비드 보위 등의 야시시한 음악을 들으며 로커를 꿈꾸었답니다. 자, 제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이모 헤드윅에게 마이크를 넘깁니다.

“여자로 세상을 활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헤드윅>-헤드윅

안녕, 안녕, 안녕. 이런 드넓은 잔디밭에 앰프 스피커 다 갖춰놨는데 손님들은 모두 토미한테 가버리고. 아, 토미는 날 사랑했던 소년이었어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스펙 장군의 보모로 들어갔는데 그집 둘째인 서툰 로커 토미가 날 넘보더라구요. 그래서 록음악 ABC부터 눈썹 다듬기, 로커처럼 입기 등등을 가르쳐줬는데 내가 쓴 곡을 갖고 튀어서는 최고의 록스타가 됐죠. 왜 도망쳤냐구요? 내 늘씬한 다리를 넘봤는데 돌팔이 의사가 수술하다가 남겨놓은 1인치를 알고선 줄행랑을 친 거죠. 그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야. 그지, 동구야?

<헤드윅>

난 통일되기 전 동베를린에서 태어났죠. 하도 록음악에 맞춰 침대에서 발광을 하니까 엄마가 시끄럽다면서 음악을 들을 때는 내 머리를 안 쓰는 오븐에 집어넣었어요. 아, 내 옆의, 백보컬을 맡은 이 예쁘장하고 멋진 청년이 누구냐구요. 남편이죠. 이츠학. 밴드가 가난해서 한방에서 모두 한꺼번에 자지만 우리 둘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워 자요.

어렸을 적부터 트랜스젠더는 아니었어요. 미군이었던 아버지가 나를 추행한 거랑은 상관없는 거 같아요. 동구 아버지처럼 죽도록 날 패는 아버지는 다행히 아니었어요. 나쁜 짓을 한 걸 엄마가 알고 쫓아냈죠. 베를린 장벽 근처에서 벌거벗고 낮잠을 자는데 로빈슨 하사가 날 여자인 줄 알고 유혹했다가, 병원으로 데려가서 수술시키고 나와 결혼을 했죠. 그때 이름을 한셀에서 엄마 이름인 헤드윅으로 바꿨어요. 뭐, 허리랑 등이랑 미끈하게 빠져서 여자인 줄 알고 모두 다 속아요.

동구는 크로스 드레서이긴 한데 가발에 대한 취향은 없니. 밴드들이 좁은 호텔방에 복작거리는데도 내 수십개의 가발만큼은 건들 수 없어요. 밴드 멤버들이 내 브래지어를 함부로 세탁기에 집어넣는 것도 용납 못하죠. 줄이 꼬이거든요.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내가 여자로서 살아간다는 거죠. 단 1분이라도 내가 여자로서 세상을 활보하는 거. 그럴 수만 있으면 돼요, 안 그러니 동구야? 아, 참 까먹을 뻔했다. 나한테 삐쳐서 도망갔다가 돌아온 남편 이츠학 말이에요. 실은 여자랍니다. 멋진 수염을 붙여서 깜빡 속았죠?

트랜스젠더 소사전

동구는 트랜스젠더일까, 트랜스섹슈얼일까

트랜스베스타이트 이성의 옷차림을 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끼는 사람.

크로스드레서 이성의 옷을 입는 것 자체를 즐기는 사람.

쉬메일 가슴은 여자처럼 수술했지만 남성 성기는 그대로인 사람.

여장남자 남자의 성을 버리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여자 옷을 입는 것.

풀업 여자 옷에 화장까지 한 것.

러버 여장남자나 트랜스젠더, 또는 쉬메일을 좋아하는 남자.

트랜스섹슈얼 성전환자.

트랜스젠더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으로 사회적으로 다른 성으로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러나 모든 트랜스젠더가 성전환을 원하지는 않는다.

드래그퀸 여장남자. 남장여자는 드래그킹. <프리실라>의 주인공처럼 쇼에 출연하는 여장남자가 드래그퀸이다.

제 실제 핏줄이 아닌 영혼의 핏줄 가족 중 가장 소중한 내 역할모델 헤드윅이구요, 이제 동기들을 소개합니다. 마이클과 왕칼언니는 저처럼 크로스드레서구요. 두눈박이는 돈을 모아서 고등학교 때 벌써 수술비를 마련하려 한다는 점에서 저랑 무척 비슷해요.

“꼭 여자의 몸을 가져야 여자가 되는 건 아니잖니?”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 <다세포 소녀>의 왕칼소녀와 두눈박이

왕칼언니: 어, 동구야. 자기 운명을 자기 힘으로 바꿔 보려는 조숙한 삶의 자세는 좋은데 우리 가족 소개가 너무 칙칙하다, 얘. 모여서 문희준 옵빠 얘기도 좀 하고 수다떨면서 놀자. 먼저 사진 찍자, 사진.

마이클: 아, 난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도 아닌데 포즈를 잡으려니까 좀 쑥스럽다. 난 빌리의 단짝 친구예요.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누나 옷이구요. 엄마 옷도 가끔 입어봐요. 립스틱이오? 동구처럼 엄마 거죠. 우리 아빠도 엄마 몰래 엄마 옷 입고 다니는데. ㅋㅋ

두눈박이: 어 진짜 이쁘다. 근데 넌 빌리가 왕립 발레학교로 떠나서 너무 슬프지 않았어?

마이클: 빌리가 떠날 때 내 목에 키스해줬잖아.

왕칼언니: 두눈박이야. 넌 교복이 참 잘 어울린다. 혹시 남는 세일러복 없니?

두눈박이: 언니는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한테 물려받기로 했잖아요. 언니는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아요?

왕칼언니: 어머머, 무식하긴. 난 이렇게 코드드레서로 남는 게 좋아. 꼭 여자의 몸을 가져야 여자가 되는 건 아니잖니? 난 남자의 몸을 갖고 태어난 레즈비언일 뿐이야.

<다세포소녀>

<빌리 엘리어트>

마이클: 그런데 우리 동구 씨름대회 보러 가야 할 시간 아니에요?

두눈박이: 그래, 장학금 500만원을 타야 수술을 받을 수 있잖아.

왕칼언니: 그런데 동구야 넌 발볼이 유난히 넓어서 수술할 때 발까지 손을 좀 봐야겠다. 285mm 힐 신고 다닐 순 없잖니.

헤드윅: 언니의 굵직한 바리톤 목소리, 목에 걸린 씨알 좋은 아담의 사과, 천하장사 같은 떡대에 비하면 얼마나 양반이야….

그밖의 트랜스젠더 영화들

<플로리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전직 경찰 왈트(로버트 드니로)와 게이클럽 가수 러스티(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으르렁거리는 사이. 왈트가 사고를 당한 뒤 마비된 입을 회복하기 위해 물리치료사의 권유로 노래 교습을 받기로 하는데 노래 강사가 바로 얼굴만 봐도 식욕 떨어지는 러스티. 두 사람은 노래 교습을 하면서 서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서던 컴포트>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로버트가 난소암을 치료하는 여정을 담았다. 의사들이 로버트의 난소암 치료를 거부하는 모습을 담아 사회적 편견을 비판했다.

<아이언 레이디> 1996년 타이의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배구팀 아이언 레이디의 실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으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이 친구들을 규합해 배구팀 아이언 레이디를 만든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마누엘라는 남편이 여성의 가슴을 달고 나타나자 임신 사실을 숨기고 집을 나간다. 마누엘라는 아들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20년 만에 남편을 찾는다. 영화 속 남자들은 여느 남자들과 달리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애쓴다. 마누엘라의 남편 롤라는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음경을 갖고 있으며, 마누엘라의 친구 아그라도는 돈을 모아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 한다.

<나의 장미빛 인생>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의 삶을 동경하고 지향하는 어여쁜 소년 루도빅과 그의 가족은, 루도빅의 성 정체성 혼란 때문에 숱한 갈등과 애환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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