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섬의 지각 아래에 있는 플레이트의 대이동으로 일본 전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과학자 다도코로(도요카와 에쓰시)는 일본의 침몰까지 338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곧 일본 전역이 지진과 화산 폭발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죽은 수상을 대신해 위기관리의 전권을 이양받은 문부과학장관 다카모리(다이치 마오)는 다도코로의 도움을 받아 열도의 완전한 침몰을 막기로 결심한다. 핵폭탄보다 더 큰 위력을 지닌 N2 폭탄을 투여함으로써 바닷속으로 열도를 끌고 들어가는 플레이트를 열도에서 분리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1차 시도에서 폭약은 심해 속으로 사라지고, 잠수정 파일럿 오노데라(구사나기 쓰요시)가 돌아올 길 없는 2차 시도에 나선다.
<일본침몰>의 원작
<일본침몰>은 SF작가 고마쓰 사쿄의 73년작 동명 소설과 같은 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화와는 달리 고마쓰 사쿄의 원작은 방대한 양의 과학적 조사에 입각해서 쓰인 ‘하드 SF(Hard SF)’계열의 소설이며, 일본에서 출판된 당시 400만권이 팔려나가며 오일쇼크와 인플레이션으로 불안정하던 일본사회에 일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고마쓰 사쿄는 수천통의 전화와 편지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중 많은 전화들이 일본이 침몰하기 전에 부동산을 팔아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었다고 한다. 같은 해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는 모두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74년과 75년에는 TV시리즈로도 제작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히구치 신지
<일본침몰>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문법보다는 전통적 일본 특촬물의 감수성이 더욱 강렬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는 메가폰을 쥔 히구치 신지 감독이 특촬물과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히구치 신지 감독은 도호 영화사에서 <고지라> 시리즈의 세트를 제작하는 것으로 영화계에 입문, 일본 괴수물의 신기원을 이룩한 <평성 가메라>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가이낙스의 걸작 애니메이션 <나디아>와 <신세기 에반게리온>등에 참여했고, 2005년에는 후쿠이 하루토시 원작의 <로렐라이>를 감독하며 실사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