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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개봉작 70편 올가이드
2001-09-07

2001 가을을 기다리는 영화들

<갓 앤 몬스터>

감독 빌 콘돈 출연 이안 매켈런, 브랜든 프레이저 수입 씨네탑 개봉예정 10월중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투명인간> 같은 문제작으로 1930년대 할리우드를 오싹하게 만들었던 제임스 웨일 감독. 당시로서는 극히 드물게 섹슈얼리티를 공표한 게이이기도 했던 그는 21편의 영화를 남겼으나 마지막 16년 동안은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갓 앤 몬스터>는 웨일의 고요한 말년을 바라보는 영화. 은퇴한 웨일의 집에 클레이톤이라는 청년이 정원사로 들어오고, 노감독은 젊고 단순한 그를 바라보고 갈망하고 대화하는 일을 즐기게 된다.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열정적인 영혼과 거기 매료되는 순진한 젊은이의 초상을 우아하게 그려낸 만가. 셰익스피어극의 대가인 이안 매켈런의 연기가 널리 회자된 영화다.

<애니멀>

감독 루크 그린필드 출연 롭 슈나이더, 콜린 하스켈 수입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개봉예정 10월20일

말단 경찰관 마빈은 유약하고 무능한 나머지 ‘경찰의 수치’라는 험담까지 참아야 하는 신세. 그러나 어느날 닥친 교통사고는 마빈을 은둔 과학자 와일더 박사의 수술대에서 영웅으로 거듭나게 한다. 다만 이 슈퍼 히어로의 에너지원은 동물의 장기와 본능이라는 점이 골치. 물개의 수영솜씨부터 개의 후각, 종마의 성욕까지, 마빈은 새로 얻은 능력과 야성으로 말미암아 영욕을 맛본다. <듀스 비갈로>의 롭 슈나이더가 각본, 주연을 겸한 <애니멀>은 그야말로 짐승(!) 같은 사나이의 모험을 통해 ‘화장실 유머’ 코미디의 핵심인 통제불능의 남성 호르몬이 빚는 소동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그외 영화> 이보다 다양할 순 없을껄?

올 가을 개봉작에 특징이 있다면, 유난히 아트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직배사에 못지않은 국내배급사의 와이드릴리스 전략이 본격적으로 펼쳐진 올해 극장가의 특성상 이 부류 영화가 여름 스크린을 따내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다소 여유로와진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는 아트영화로는 우선 멕시코에서 날아온 <아모레스 페로스>가 있다. 지난해 칸을 필두로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환호성을 받았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이 영화는 세쌍의 남녀와 개가 자동차 사고로 얽히는 과정을 퍼즐 맞추기식으로 절묘하게 구성한 작품이다.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과 신인남우상을 받은 중국 왕샤오슈아이 감독의 <북경자전거>는 자전거 한대를 둘러싼 열일곱살 소년들의 이야기를 풋풋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그린다. <마리포사>는 스페인내전을 배경으로 여덟살 소년의 눈에 비친 세계를 향수어린 눈길로 잡아낸다.

스웨덴영화 <차스키 차스키>는 어린이영화면서 성인관객까지 만족시키는 넉넉함을 지녔다. 그리스인 아버지를 만나고파 하는 한 소년과 스웨덴인 어머니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려준다. 개성파 배우 에드 해리스가 감독 및 주연을 맡은 <폴락>은 현대 화단의 거목 잭슨 폴록의 드라마틱한 삶을 담은 영화.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빔 벤더스 감독의 <밀리언달러 호텔>은 부랑자로 가득 찬 LA의 빌딩 밀리언달러 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암울한 이야기. 올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들의 방>은 아들의 죽음을 맞은 아버지의 삶을 눈물겹게 그려낸다. 가을 분위기에 맞는 멜로영화들도 대기중이다. 호주영화 <이노센스>는 재회한 30년 전의 연인, 그리고 여자 남편의 질투가 만들어내는 거센 사랑의 화음을 그린다. 앤디 가르시아 주연의 <리빙 하바나>는 혁명기를 배경으로 재즈연주자와 한 여인의 운명적 사랑을 은은하게 보여준다. <스위트 노벰버>는 한달마다 남자를 바꿔 함께 생활하는 여성과 속물근성에 젖은 한 남성의 달콤한 사랑을 그렸다.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는 우선 <쁘띠 마르땅>을 꼽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노인과 소아암에 걸린 꼬마의 우정을 뭉클하게 그린 작품. <군인의 딸은 울지 않는다>는 지병으로 죽어가는 아버지와 그의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엮어냈다. 디즈니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자신이 자그마한 나라의 진짜 공주라는 사실을 알게 된 10대 소녀가 겪는 일을 신나게 그렸다.

코미디영화로는 우선 <아메리칸 파이2>가 있다. 전편의 주요 주인공들이 대다수 출연, 대학생의 성적 호기심을 코믹하게 버무려낸다. <비지터> 시리즈의 할리우드판 <저스트 비지팅>도 21세기 시카고에 도착한 12세기 기사의 시대착오적 행동을 그린다. <닥터 두리틀2>에서 두리틀 박사는 삼림업자로부터 숲을 지켜달라는 비버의 ‘민원’을 받고 요절복통 강행군을 펼친다. <금발이 너무해>는 서부에선 잘 나갔지만, 동부로 도망간 애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해프닝을 벌이는 금발 여대생의 이야기다. <다운 투 어쓰>는 천국의 실수로 급사한 한 흑인 남성의 영혼이 백인 백만장자의 육체로 들어간 뒤 벌어지는 ‘엽기행각’을 펼친다.

액션작품도 많다. 로버트 드 니로, 에드워드 노튼 등이 나오는 <더 스코어>는 은퇴를 앞둔 프로 금고털이범의 마지막 ‘한탕’을 그린 영화. 좀처럼 보기힘든 타이영화 <방콕 데인저러스>는 말 못하는 킬러의 이야기를 비장감 넘치게 그렸다. 이연걸이 등장하는 <키스 오브 드래곤>은 파리의 검은 마약거래조직과 장쾌한 대결을 펼치는 중국 보안요원의 쟁투를 보여준다. 덴젤 워싱턴과 에단 호크가 출연하는 <트레이닝 데이>는 부패한 경찰에 맞서는 두 형사의 하루를 묘사한 작품. <포스 엔젤>은 테러리스트들에게 가족을 잃은 한 남성의 분투를 그렸고, <건 블러스트 보드카>는 알 수 없는 연쇄살인을 저지하기 위해 나선 폴란드와 미국 형사의 코믹액션을 담았다. 호러영화팬들을 위해서는 영화학교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그린 <캠퍼스 레전드2>와 루브르박물관에 출현한 악령의 이야기 <벨 파고>가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일본영화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족에게 보험금을 남기기 위해 버스에 탄 채 집단자살을 기도하는 12명을 그린 코미디 <자살관광버스>, 경쾌한 분위기의 은행강도 이야기 <스페이스 트래블러>, 태평양전쟁의 상처를 안은 한 중년남성을 다룬 <호타루> 등도 선보일 예정. 한·일 합작영화 <GO>는 재일동포 최초로 나오키상을 받은 가네시로 가즈키의 동명원작을 영화화한 것으로, 재일한국인의 삶을 쿨하게 다루고 있다. 동일 소재의 영화 2편이 나란히 개봉하는 것도 흥미롭다. 일본영화 <아시안블루>와 북한영화 <살아있는 영혼들>은 50년 전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극화했다.

문석기자 [email protected]

▶ 2001 가을을 기다리는 영화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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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 가을을 기다리는 영화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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