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제한상영관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8월30일 “헌재 결정으로 인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보완장치인 ‘제한상영관’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골자로 하는 영진법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 제한상영관 도입을 추진하는 분위기. 하지만 지난해 영화계와 정부, 그리고 국회에서까지 일었던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란을 볼 때 서둘러 추진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일단 지난해 문화부가 제한상영관 도입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면서 일었던 찬반 논거들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진위가 출판한 <제한상영관 도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찬성하는 논거들은 1)성인용 영화의 양성화를 통해 산업규모 확대 2)표현의 자유 확대 등이다. 반대 논거는 1)폭력물의 범람 2)등급위의 제한상영 등급남발 우려 3)제한상영관의 비수익성 4)청소년 출입통제 불가 등이다.
이같은 찬반 논의는 단순히 표현의 자유 대 청소년 보호라는 단순 대립구도로 나뉘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표현의 자유를 대변해온 영화인회의를 비롯한 영화단체들은 제한상영관 도입에 반대했다. 이유는 제한상영 등급이 기존의 등급기준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가령, <거짓말>에 제한상영 등급을 부여하면 이 영화는 망한다. 제한상영관은 스크린 수도 몇개 되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일반 관객들은 출입을 꺼릴 것이다. 문화관광부의 영진법 개정안은 제한상영 등급 영화의 광고와 비디오 출시도 금하고 있어 손발을 다 묶는 셈이다. 요컨대 “성과 폭력 등의 묘사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화”들은 이미 18세 관람가라는 등급분류를 통해 걸러지는데, 똑같은 이유로 제한상영 등급을 두는 건 기존 등급분류를 강화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 보호가 시급하다고 주장해온 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같은 단체는 당시 <거짓말>과 같은 영화를 제한상영관으로 갈 것이라는 전제로 제한상영관 도입에 오히려 찬성했다.
어쨌든 정부는 “표현의 자유 확대와 청소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제한상영관안을 마련했지만, 이번 결정을 제한상영관의 몇 가지 전제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등급위의 민간자율심의기구로의 재편 필요성, 18세 관람가 등급과 제한상영 등급을 가르는 객관적인 등급분류 기준 마련, 완전등급제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 등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또한 영상물을 유해환경으로 지정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의 대체입법화 논의 등과 병행할 필요도 있다. 이점을 놓친다면 제한상영관 도입은 오히려 규제 강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