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진작가 타케루(오다기리 조)는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을 찾는다. 집에는 형 미노루(가가와 데루유키)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형의 주유소에서 일하는 치에코(마키 요코)와 마주친 타케루. 어릴 적 알던 소녀가 예쁜 아가씨가 되어 형과 일하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된다. 질투, 설렘,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뒤섞인 심정으로 치에코와 관계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형은 내일 치에코와 계곡에 놀러 가자고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세 사람 사이에는 어색함이 흐른다. 불편한 분위기를 피해 계곡을 건너온 타케루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낡고 위태로운 다리 위에 서 있는 형과 치에코를 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치에코가 까마득한 다리 아래로 추락한다. 타케루는 태연히 사건을 덮어버리지만 그때부터 두 형제의 마음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선명히 밝혀지지 않은 사건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사건의 진위가 중요한 미스터리물은 아니다. 제멋대로 굴지만 매력적인 동생과 착하고 성실한 형. 두 형제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유레루
제목 ‘유레루’는 ‘흔들린다’는 뜻. 잘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물체도, 일단 작은 진동이 일면 작은 충격에도 쉽게 움직이게 된다. 비행기를 끌 때나 그네를 밀 때처럼. 영화 속 형제의 마음도 그렇다. 평소 깊이 숨겨져 있던 선망과 질투, 모멸과 분노의 감정은 위태로운 다리에서 일어난 사건 하나로 천천히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흔들림은 점점 걷잡을 수 없어진다.
감독의 꿈은 영화도 된다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2002년 그녀가 내놓은 <산딸기>는 전형적인 일본 가정이 붕괴되는 과정을 시니컬하게 그린 블랙 코미디. 치밀한 각본과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은 데뷔작으로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 부문에 초청됐다.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 <유레루> 역시 가족을 주인공으로 인간의 심리를 파고든다.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은 감독 자신이 꾼 꿈이다. 폭포 끝에서 떨어진 여자. 그녀를 잡아주려 했던 것도 같고 밀어 죽인 것 같기도 한 것 같은 남자. 자신이 아는 사람인 (꿈 속의) 그 남자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선한 이였고, 그래서 더 컸던 놀라움. 그를 감싸주고 싶었던 마음. 그러나 뻔뻔한 태도로 외려 죽은 여자를 욕하는 남자를 보고 치밀었던 분노. 그런 것이 꿈의 내용이라고. 스스로 극본을 쓰는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이를 형제의 얘기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