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가 황금종려상을 바친 영화 <아들의 방>은 슬픈 영화다. 단란한 중산층 가정, 40대인 지오반니와 파올라 부부는 딸 이렌과 아들 안드레아와 함께 살고 있다. 정신상담의인 지오반니는 아들과 함께 뛰는 것을 즐긴다. 어느 화창한 일요일, 지오반니는 오늘도 아들과 조깅을 나가려하는데 환자로부터 “급한 일로 만나자”는 전화를 받는다. 환자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지오반니를 기다리는 것은 아들이 스킨스쿠버를 나갔다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지오반니 가족은 갑작스런 불행에 어쩔 줄 몰라한다. ‘그날 그 전화만 안 받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지오반니의 머리를 맴돈다. 과연 그들 가족은 어떻게 비극을 극복할 것인가? <아들의 방>은 ‘이탈리아의 우디 앨런’이라 불리는 중견감독 난니 모레티의 영화다. 정치풍자적인 코미디로 널리 알려진 난니 모레티는 이 영화를 정치적인 암시나 코믹터치 없는 솔직담백한 드라마로 만들었다. 유럽의 평단은 난니 모레티의 이런 태도를 ‘어른스러워진’ 혹은 ‘성숙해진’ 모습이라 평가했다. 그의 변신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나이를 먹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았던 경험 때문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난 그때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것은 타인의 죽음과 관련된 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그의 죽음 뒤에 삶은 대체 무엇인가?” 난니 모레티는 이탈리아 일간지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방>을 만들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남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