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안성기 시시콜콜 Q&A [2]

1장 <무사>

“나는 날마다 웃었다”

-오늘부터 <흑수선> 3일 밤샘 촬영인데, 체력은 괜찮나요.

=문제없어. 배우로서 기본이기도 하고. 아침에 집에 들어갔다가 오후에 나오면 되니까…. 괜찮아요.

-<무사> 촬영장에서도 제일 부지런하셨다고요. 끝나고는 좀 쉬셨나요.

=후반작업이 한 4개월 걸려서, 그동안 잘 쉬었어요. 1주일에 세번 헬스클럽에 나가서 그동안 못한 운동 하고. 그것도 하다보면 욕심이 나서 거울에 근육 확인하고, 웃긴다고. 그렇게 쉬었더니 지금은 일할 때가 맞는 것 같아.

-<무사>는 정말 강행군이었죠.

=정말 지독했지. 마지막 한달은 날마다 주야로 촬영했어. 밤 11시까지 촬영하고 새벽 4시까지 자고, 또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아주 강행군을 했어요. 그래도 체력에는 정말 문제가 없었어. 중국사람들이 놀라더라고. 날마다 웃는 얼굴인 게 신기한가봐. 난 현장에서 즐거운 맘으로 하는 게 편하다는 걸 체질적으로 알고 있거든. 체력이 안 되는 것도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부터 슬슬 시작되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많고 할 때도 마냥 기다리면 짜증도 나고, 잡생각도 나고 그래요. 즐겁게 기다리는 방법이 필요하지. 돌이 많은 현장 같으면 예쁜 돌 같은 거 구하다보면 시간이 빨리 가요. 후배들한테도 그랬어. 현장에서 마냥 기다리지 말고 즐거움을 찾으라고.

-시사회에 간 어떤 사람은 <무사>는 안성기의 영화라고 합니다.

=아이구, 그건 아냐. <무사>는 만든 사람 모두의 영화야. 나이든 내가 무게만 잡을 줄 알았는데, 활 들고 풀쩍풀쩍 뛰어다니니까 멋있게 봐준거지.

2장 선배와 가장

“장남이랑 스노보드 타러 간다”

-배우, 감독, 스탭, 심지어 영화기자들도 선생님, 선배님이라고 부르는데 어떤 호칭이 마음에 드세요.

=선배가 제일 좋지. ‘선배’쪽이 ‘선생’보다 더 넓은 표현 같아. 후배들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애들이 많은데, 난 제발 그러지 말라고 그래. <무사>할 때 우성이도 끝까지 ‘선생님’이야. 자기는 도저히 선배님이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 우성이가 그러니까 진모는, 선배님, 선생님 헷갈려서 왔다갔다하고.

-예전에 야쿠쇼 고지와 만났을 때도 잠깐 했던 얘기지만, 이제 현장에 가면 종종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래서 외롭기도 하다고 하셨죠.

=그렇지. 그러니까 중훈이 같은 후배들하고 놀고. 아까 전화하면서도 바람 쐬러 한번 올라와라, 그랬더니 봐서 온다고 그러던데.

-박중훈씨말고 또 개인적으로 친한 분이 있다면요.

=다 작품 하다보면 만나고 그러는 거지. 아니면 행사장에서나. 내가 술을 좋아하면 더 가능했겠지. 야, 술 한잔 하자, 그러면. 전에 중훈이가 해외 촬영하러 가기 전인가 한번 후배들이 모여서 불렀어. 아무래도 못 오시겠죠? 야 이 밤에 어떻게 나가냐, 그랬지. 나중에 그때 후배들 정우성, 장동건, 이정재, 신현준 등등 해서 다시 모였는데, 선배다 보니까 자꾸 일장 훈시를 하게 되더라고. (웃음)

-주량은 어느 정도.

=소주로 치면 반병 정도. 술값이 안 들잖아. 양주는 잘 받지 않아서, 양주 나오는 술집들은 가길 싫어해요. 소주나 맥주, 포도주면 몰라도. 포도주를 제일 좋아하거든. 내가 삭일 수 있는 알코올 농도가 그 정도인가봐. 한 10몇%.

-자상하고 모범가장이라고 소문났는데. 커피 CF 이미지처럼, 실제로도 자상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세요.

=그런 편이지…? (웃음) 설거지는 잘 안 해. 와이프가 원치 않더라고. 청소해주는 건 좋아하는 것 같아. 아마 집에 있는 시간은 일반적인 남자들보다 많을 거야. 지난해처럼 장기간 나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일이 몰려서 그렇지 일 안 하는 시간이 더 많다고. 우리 일이라는 게 일 안 하고 있다고 해서 노는 것도 아니지만. 좀 미안한 건,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고 아주 가정적인 사람이라는 건 아니라고. 잘 도와주고, 하나하나 챙겨주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고. 좀 시켜먹고, 게으르고, 그런 게 있죠. (웃음)

-미국으로 유학간 장남 다빈이가 와 있다는데, 얼굴 볼 시간도 별로 없겠어요.

=오늘도 나올 때 일찍 오냐고 물어보더라고. 그 녀석 아주 나를 지그시 보고 그러거든. 중학교 2학년짜린데, 그 녀석 꿈도 배우예요. 아빠처럼 연기를 하고 싶대. 뭐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줘야지. 겨울엔 스키장 가서 둘이 스노보드도 타고 그래.

3장 세월

“내 주름은 중학생 때 거야”

-수십년간 공인으로 살아왔는데 사생활은 참 안 드러난 편이죠.

=오히려 너무나 간단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 가장으로서 평범하달 수도 있고. 가정은 늘 화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고 있고. 잘살고 있다고 얘기하면 그것도 좀 어리석어 뵈는 것 같고, 애써 아니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그냥 놔두는 거지. 우리끼리 즐겁게 살아가면 된다,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그렇게 오순도순.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을 보면, 가정이 화목했던 분은 나이가 들어도 괜찮은데, 그게 흔들렸던 분들은 대부분 뒤가 굉장히 힘들더라고. 평화로운 가정과 프로페셔널하게 일에 몰두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가족들 얘기를 안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나 때문에 좋은 점보다 피해가 더 많아. 애들이나 와이프는 괜히 남의 눈총이나 받지. 불편한 거야. 괜히 얘기하면 너무 하자없이 살아가니까 좀 안됐으면 좋겠다, 그런 시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 그건 싫지.

-20년 넘는 배우생활인데, 남달리 평탄해 보입니다.

=그건 운이 참 좋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 난 반드시 뭐가 될 거라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 상황에 충실히 살아야겠다, 층계를 건너뛰지 않고 힘들지만 하나하나 다져나가자, 그러면서 좌절하질 않았던 것 같아. 그때 조금씩 쌓아온 것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이 생긴 거지. 사람들한테 일생에 기회가 3번 있다고 하잖아? 그런 기회도 나한테 잘 찾아왔고.

-기회라면, <바람불어 좋은 날>을 만나 성인배우로 인정받은 것 말인가요.

=80년대에 이장호 감독을 만나고, 그 조감독했던 배창호 감독을 만난 건 나로서는 굉장히 큰 힘이었지. 그뒤 이장호 감독과도 몇 작품 하고, 배 감독하고는 꾸준히 80년대 영화를 채웠으니까. 또 하나 운이라면 운인 게, 70년대 배우생활 했으면 주연하기엔 좀 배우 같지 않다 그랬을 거야. 배우 같지 않다는 분위기 때문에 80년대에 배우를 할 수 있었던 거니까. 그때만 해도 영화가 할 얘기를 잘 못할 때라 어리숙하고, 뭔가 좀 모자란 듯해야 모든 걸 통과할 수 있었으니까 잘 만난 거지.

-배우 같지 않은 배우라고 했는데, 실제로 무기력한 이웃, 소시민 같은 캐릭터를 많이 해오셨죠. 스스로 보는 자신의 이미지는? 잘생겼다는 생각 드시나요.

=잘생긴 건 아니고, 괜찮게 생겼네… 하하. 그래도 내가 잘생긴 얼굴이 아니라는 말은 좀 잘못된 것 아닌가 싶어. 그런 말을 들어도 가만히 있긴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뭐 그런…. (웃음) 그런 대로 괜찮게 생겼지.

-혹 혼자 거울 보다가 언제 이렇게 늙었지, 할 때가 있나요.

=음… 확실히 이제 나이가 좀 든 거 같네, 이런 건 있어. 왜 이렇게 늙었지는 아니고. 일을 마치고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 씻고 거울 볼 때. 사람이 나이와 상관없이 힘이 있으면 늙은 게 아니거든. 근데 일을 끝내고 에너지를 다 소진했을 때는 그런 게 보이는 거지.

-흰머리는 없는데요.

=흰머리 많아. 지금은 염색한 거지. 주름도 깊어졌고. (이마를 짚어보이며) 예전에는 한선이었는데 언제 두선 됐지? 이런 거 있어. 주름이 워낙 어렸을 때부터 있던 거라…. 중학교 다닐 때부터 있었거든. (하회탈 웃음을 지으며) 난 웃을 때 이렇게 구기면서 웃어서 주름이 생길 수밖에 없어. 나이가 들면서 골이 깊어지는 거지. 그래도 내가 젊지 않고, 노숙하다는 표현이 맞을 거야 아마. 실패할 걸 뻔히 알면서도 무모하게 달려든다거나, 패기로 밀어붙인다거나 하지 않고 차분하게 파고드는 쪽이라 어려서도 젊다는 느낌을 별로 안 줬어. 그래서 오히려 지금 젊다는 이야기도 듣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처음 시작했을 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보면 맞겠다. 근데 난 그거 참 좋거든. 사람이 한 10년 뒤에 만나도 전혀 오랜만에 만난 것 같지 않은, 변하지 않는 거. 상대방을 볼 때 변함없는 그 모습이 있으면 아주 반갑고, 고맙기까지 할 때가 있거든. 상대방도 나를 보며 그렇지 않을까.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먼, 그게 가장 좋은 거 아닌가.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