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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2)
2001-08-31

“이 모든 일이 과연 일어나긴 한 걸까?”

나레이션, 나란히 누운 여인에게 속삭이듯

온다체: 윌라드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마이클 헤르의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은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나? 아니면 나중에 추가된 것인가.

머치: 내레이션은 존 밀리어스의 원본 시나리오에 있었다. 윌라드는 본디 내면의 목소리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1977년 8월에 내레이션을 삭제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우리는 본래 12월 개봉을 위해 4개월 안에 영화를 마치게 돼 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영화가 처한 상태를 고려할 때 비현실적인 스케줄이었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12월을 현실적 가능성으로 보았다면 유일한 방법은 내레이션을 되살리는 거였다. 앞서 말했듯 윌라드는 소극적이고 불명료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보이스오버는 더 필요했다. 그가 관객에게 대놓고 말하지도 않고 별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내레이션의 매개를 통해서니까. 결국 내레이션 아이디어가 채택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온다체: 마이클 헤르는 뒤에 내레이션을 수정하도록 영입됐다. 그가 쓴 책 때문이었나.

머치: 나는 밀리어스가 <지옥의 묵시록> 각본을 쓰면서 마이클 헤르의 <에스콰이어> 기사 일부를 각색했을 거라고 추측한다. 아마 헤르의 승인은 없었던 것 같다. 그 조치는 헤르를 영화의 협력자로서 우리 동아리 속에 끌어들이는 방법이기도 했다. 외부자로서 영화를 보며 `어, 잠깐! 저건 내가 쓴 거야!`라고 외치게 하지 말고 말이다. 결국 헤르는 내레이션 전부를 다시 썼다.

온다체: 나는 보이스오버가 아주 맘에 들었다. 내레이션이 들려주는 내용뿐 아니라 내레이션하는 방식, 관객이 그것을 듣게 되는 방식이 좋았다. 그렇게 친밀한 내면의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머치: 재미있는 사실은 프레드 진네만의 <줄리아>와 존 휴스턴의 <모비딕>의 내레이션과 <지옥의 묵시록> 내레이션이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줄리아>에서 만난 음향효과 에디터인 레스 호지슨은 <지옥의 묵시록>의 음향효과를 편집했고 <모비딕>에도 참여했다. 우리는 <줄리아>에서 내레이션이 내면의 표현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어떻게? 레스는 우리에게 <모비딕>에서 리처드 베이스하트와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있을 때 휴스턴이 내레이션의 사운드가 친밀감보다 낭독조의 느낌을 준다는 데에 불만을 표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휴스턴은 1층에, 베이스하트는 높게 설치된 부스에 있었는데, 베이스하트가 우연히 마이크가 입술에 거의 맞닿을 정도로 몸을 기울이며 `존, 다음엔 뭘 해야 하지?`라고 물었다. 휴스턴이 소리쳤다. `바로 그거야! 그게 바로 자네가 다음에 할 일이야! 모든 내레이션을 그런 식으로 하라고.` <지옥의 묵시록>에서도 기본은 같았다. 나는 마틴 신에게 마이크로폰이 자기 옆에서 베개를 베고 누워 있는 여인의 머리이고 자신은 지금 그녀에게 속삭이고 있다고 상상하라고 말했다.

온다체: 내레이션의 믹싱과 재녹음에는 특별한 방법을 동원했나.

머치: 재녹음을 하면서 우리는 싱글 사운드트랙을 스크린 뒤에 설치된 세개의 스피커로 똑같이 출력했다. 속삭이는 듯한 소리의 벽이 관객을 향해 다가올 수 있도록. 이건 보통 중앙 스피커에서만 흘러나오는 인물 사이의 대화와는 다르게 들린다. 스크린에서 들려오는 내레이션은 뚜렷한 모양이 생겨 다른 다이얼로그와는 다른 음향을 갖게 됐다.

브랜도, 커츠에서 레일리로, 다시 커츠로

온다체: 말론 브랜도가 영화 촬영중 시나리오에 관해 기여한 바가 있나.

머치: 말론 브랜도는 필리핀제도에 도착할 때부터 스크립트에 불만이라고 공언했다. 이어진 토론은 그가 약속한 것보다 체중이 불어 역할이 요구하는 연기를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악화되기만 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코폴라는 `좋아, 그럼 그냥 <암흑의 심장>을 읽으시오`라고 말했고, 브랜도는 `나는 <암흑의 심장>을 읽었고 아주 싫은 책이었소`라고 대답했다. 프로덕션은 일주일간 스톱됐고 브랜도와 코폴라는 브랜도의 요트에서 승강이를 계속했다. 그런데 우연인지 의도였는지 그 요트에는 <암흑의 심장>이 한권 나뒹굴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브랜도는 머리를 싹 민 채 나타나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선명해졌소`라고 말했다. 그는 존 밀리어스의 시나리오가 <암흑의 심장>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브랜도는 한번도 원작소설을 접한 적이 없었다. 앞서 그가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브랜도는 `나는 커츠라는 이름이 싫소. 미국 장군들은 그런 이름 갖고 있지 않아요. 그들은 남부 출신의 화려한 이름을 갖고 있어요. 나는 레일리 중령으로 불리고 싶어요`라고 말했고 코폴라는 동의했다. 그런데 브랜도는 콘래드의 책을 읽고 나더니 갑자기 다시 `커츠`가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윌라드가 자기 임무를 받는 신을 비롯해 여러 신이 이미 `레일리 중령`이라는 이름을 써서 촬영된 다음이었다. 결국 우리는 대사를 다시 녹음해야 했다.

윌라드의 시선, 우리가 베트남전쟁을 경험하는 눈

온다체: 촬영 방식 때문에 편집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었나.

머치: 코폴라가 배우들로 하여금 카메라를 직접 들여다보도록 한 연출은 대단했다. 프레임을 깨부수거나 인물이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보통은 액션을 멈춰가면서 카메라를 쳐다보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배우들이 끊임없이 카메라를 쳐다보는 행동이 아주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통합된다. 어떤 흐름이 제지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영화에 관한 어떤 연구나 관찰도 그 점에 대해 지적한 것을 읽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 윌라드가 장군에게 임무 브리핑을 받는 장면에서 장군, CIA 요원, 부관 모두가 윌라드에게 말할 때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본다. 만약 그렇다면 윌라드도 카메라를 보게 하는 것이 수학적으로 올바른 처리일 것이다. 그러나 윌라드는 관습적인 영화의 문법에 따라 카메라의 왼편을 쳐다본다. 장군의 경우 관객은 그가 관객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고 윌라드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신을 찍은 카메라 오퍼레이터는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코폴라는 그에게 `당신이 지루해지면 언제든지 카메라를 움직이시오`라고 지시했다. 그 장면에서 윌라드가 매우 심한 숙취로 고생하고 있는 상태였고 카메라의 포지션은 윌라드의 시점이었다. 하지만 편집에서는 이런 촬영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과제였다. 대체 언제 누가 카메라에 잡힐지 예상할 방도가 없었다. 긴 대사 중간에 카메라는 갑자기 왼쪽으로 흘러가버리곤 했다. 카메라가 언제 그들을 주목할지 확신할 수 없었던 배우들은 연기에 관해 불안정한 감을 가졌고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다른 장면에서 윌라드가 카메라를 쳐다볼 때 관객은 그가 관객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을 당신은 믿을 수 있나?`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는 이 영화가 지닌 강력한 주관성, 즉 윌라드야말로 우리가 베트남전쟁을 경험하는 눈과 귀라는 사실과 연관된다고 본다. 모든 점이 논리적으로 들어맞는다. 그러나 그런 영화적 장치들이 이만큼 물흐르듯 억지스러움 없이 작동한다는 점은 여전히 경이롭다. 나는 이런 성취를 해낸 어떤 다른 영화도 알지 못한다.

▶ <지옥의 묵시록> Now and Then

▶ 오리지널 <지옥의 묵시록>의 제작기

▶ 영화사에 등재된 디렉터스 컷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1)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2)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