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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지옥의 묵시록>의 제작기
2001-08-31

“뭘 만들고 있는지, 나도 몰라”

<지옥의 묵시록>의 씨앗은 남가주대(USC) 동창인 조지 루카스와 존 밀리어스가 뿌렸다. 베트남전쟁을 무대로 한 강박적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하던 그들에게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조셉 콘래드의 1902년작 소설 <암흑의 심장>을 각색하라고 권했다. <암흑의 심장>은 오슨 웰스도 영화화를 기획했던 소설. 웰스는 연출은 물론 커츠와 말로우(<지옥의…>의 윌라드에 해당하는 인물)를 1인2역으로 연기하고 영화 전체를 말로우의 1인칭 시점 숏으로 찍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이루지 못했다. 밀리어스는 시나리오를 완성했지만 코폴라의 조감독이었던 루카스는 코폴라가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고 있다고 느끼고 <스타워즈>를 연출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옥의 묵시록>은 결국 코폴라의 손에 안착했다.

<지옥의 묵시록>의 필리핀 촬영은 ‘피크닉 가듯 해치우자’고 생각한 코폴라의 예상과 달리, 제작진 전체를 파월된 미군 병사들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빠뜨렸다. 차이라면 군인들쪽이 훨씬 양호한 날씨에서 정글을 헤맸다는 정도. 촬영기간은 238일까지 늘어났고 제작비는 1300만달러에서 3천만달러로 뛰어오르면서 코폴라의 집까지 저당으로 잡아먹었다.

하루 1m씩 퍼붓는 폭우와 허리케인 올가는 세트를 완파해 스탭들을 두달간 집으로 보냈고, 공중폭격장면에서는 영화의 미술부와 소도구 창고가 초토화됐다. 배우들의 고역 역시 만만치 않았다. 바그너의 발키리를 울려대며 폭격을 지휘하는 킬고어 역의 로버트 듀발은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하비 카이틀을 대신해 영입된 마틴 신은 심장마비에 시달렸다. 마틴 신은 취한 채 주먹을 휘두르는 오프닝신 촬영을 위해 계속 술을 마시며 이틀간 바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 영화의 진로가 통제불능이라고 느낀 코폴라는 마약에 손을 댔고 무엇에 홀린 듯 낭비를 멈추지 않았다. 코폴라는 스스로 커츠 대령의 정신상태에 빠져가면서 ‘메소드 연출’을 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메이킹 필름을 만든 코폴라 부인 엘레노어는 남편이 “이 영화는 사상최악이야”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면 위로는커녕 “방금 그 말 다시 크게 해볼래요?”라고 대꾸했다고 전해진다. 완성된 <지옥의 묵시록>은 북미지역에서만 3730만달러를 벌어 제작비를 거둬들였지만 코폴라 개인은 빚더미에 앉았다. 그러나 험한 소용돌이도 빠져나오고 나면 담담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리덕스>의 개봉에 즈음해 지난 7월 말 의 <투데이>에 출연한 코폴라는 “진정으로 개인적인 작품이나 고전으로서 가치를 유지할 영화를 만들다보면 스스로 답을 모른 채 만들 수밖에 없다”라고 정리했다.

김혜리 기자

▶ <지옥의 묵시록> Now and Then

▶ 오리지널 <지옥의 묵시록>의 제작기

▶ 영화사에 등재된 디렉터스 컷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1)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2)

▶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의 탄생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