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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상경 이야기>의 후루카와 다쿠
2001-08-24

나는 이순의 청년, 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나와 비슷하게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동료들은 다 유명 감독이 돼 있다.” 후루카와 다쿠 감독이 웃음을 띠며 건넨 이 한마디는 의미심장하다. 이 ‘유명 감독’들에는, 41년생 동갑내기로 일본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열리던 60년대 중반 함께 출발선에 섰던 미야자키 하야오와 린 타로가 포함된다. 하지만 40여년이 흐른 지금, 이들은 제각각 다른 고지에 이르러 있다.

그 중 후루카와 다쿠는 “늘 혼자 투계장 같은 스튜디오에서” 독립애니메이션을 고수해왔다. 후루카와 다쿠는 일본 독립애니메이션의 2세대 감독. 60년대 일본 독립애니메이션을 개척한 구리 요지와 마찬가지로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꾸준히 실험적인 작업을 해왔다. 이번 SICAF에서도 상영된 그의 작품들은, 자유로운 실험과정을 짐작게 한다. 74년작인 <페나키스티스코프>는 19세기의 동화(動畵) 장치를 응용해 18개로 분할된 그림을 동시에 보여주며, 78년작 <모션 루미네>에서는 사람의 관절 위치대로 종이에 구멍을 뚫고 빛을 비춰 점들의 일렁임으로 사람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82년작 <캘리그래피티>에서는 필름을 긁어 그린 그림으로 한 남자의 일생을 담아내는 식이다.

어떻게 저런 이미지를 만들어낼까 하는 의문은, 보는 이에게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주는 동시에 그가 실험을 계속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만화와 낙서를 좋아하고, 툭하면 교과서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채워 책장을 넘기며 움직이곤 했던 소년의 꿈은 만화였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라곤 없던 60년대라 오사카외국어대 스페인어과를 다녔지만, 3학년 때 애니메이션프로덕션 TCJ에 입사하면서 제 길로 들어섰다. <철인 28호> 같은 TV시리즈에서 군중신을 하면서 “내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다른 사람식으로 따라해야만 하는 게 재미없던” 무렵, 새로운 자극을 만났다. “23∼24살 때였나? 시내 아트센터에서 매일 밤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는데, 유럽과 미국의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그런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는 내겐 충격이었다.” 필름 표면을 긁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채색한 <블링키티 블랭크> 같은 노먼 맥라렌의 작품들, <옐로우 서브머린>을 만들기 전 조지 더닝의 단편 등 갖가지 기법으로 선과 색채, 음악의 유희를 펼쳐보이는 애니메이션들은 데즈카 오사무와 디즈니의 팬이었던 그에게 또다른 신천지를 열어줬다.

‘실험만화공방’을 설립하고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선배 구리 요지를 만난 것도 그즈음이다. 대학 졸업 뒤 ‘실험만화공방’에 합류해 몇편의 단편을 만든 후루카와는 독립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생계를 꾸리며 개인 작업에 전념했다. “하나의 그림이라는 이미지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 움직임의 감성 자체를 좋아한다. 스토리는 그 다음이다.” 다양한 실험 가운데서도, 원시사회부터 미래까지 문명의 진화를 담은 <스피드>, 여행 경험을 토대로 아프리카의 색감을 화사하게 살려낸 <타잔>처럼, 단순한 만화체의 그림을 기본으로 물흐르듯 바뀌는 선과 색채의 움직임에 문명에 대한 촌평을 얹는 스타일은 그의 장기. 90년작 <타잔>부터는 “좀더 폭넓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내러티브를 강화했고, “일기처럼 내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져서” 일상을 녹여냈다.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의 패러디 같은 99년작 <상경 이야기>가, 자식들에게 연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즐기기로 하는 노년의 부부를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엔딩은 나 자신을 위해 바꿨다. 난 더 많은 작품을 만들고 싶고, 아직 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젊으니까.” 아니나다를까, 그는 이미 일본의 전통시를 소재로 여러 감독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만드는 옴니버스 신작을 준비중이다. 다카하다 이사오 등 일본감독들과 러시아의 유리 놀슈테인 같은 해외감독들이 함께하는 이 작품은 이마지카에서 제작할 예정. 환갑의 나이보다 한결 동안인 그는, 지금까지도 하고 싶은 일로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다.

글 황혜림 기자 [email protected]·사진 오계옥 기자 [email protected]

▶ SICAF에서 만난 애니메이션 작가들

▶ <메트로폴리스>의 린 타로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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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발제작자>의 슈테픈 셰플러

▶ 단편 <상경 이야기>의 후루카와 다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