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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계의 재능을 모은 프로젝트, <보이지 않는 물결>
김혜리 2006-05-09

마카오에서 일하는 일본인 요리사 코지(아사노 다다노부)는 보스의 아내와 밀회를 나누다 이를 알아차린 보스의 명령으로 애인을 독살한다. 죄를 짓고 혼미한 상태에 빠진 코지는 보스의 지시에 따라 올라탄 푸껫행 배에서 한국 여자 노이(강혜정)를 만나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푸껫에 도착한 코지는 강도의 습격을 받아 보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보스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다. 코지의 여행은 속죄와 복수의 여정이다. 살인의 여파는 잠시 보이지 않았을 뿐 결코 사라지지 않고 코지의 인생을 집어삼킨 것이다.

킬러가 등장하고 총성이 울리는 스릴러지만 <보이지 않는 물결>은 마지막 막에 이를 때까지 <바톤 핑크> 풍의 나른한 유머와 괴짜 주변인물들이 공기를 지배하는 영화다. 감독의 전작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무난한 선택이 될 것이다.

범아시아 프로젝트

타이, 홍콩, 마카오에서 촬영한 <보이지 않는 물결>은 국경을 넘어 아시아 영화계의 재능을 모은 프로젝트다. 감독의 전작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에 참여한 작가 프랍다 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가 재회했고 한국 배우 강혜정, 타이의 툰 히라냐숲, 일본의 미쓰이시 겐, 홍콩의 증지위가 합류했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배우들은 몇 개의 언어를 동원해 느리게 그러나 무리없이 교감한다. 이는 국적과 언어는 개인이 어떤 인간인지 말해주지 않으며 참다운 의사소통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펜엑 감독의 신념에서 비롯된 선택이기도 하다.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호주 출신이지만 왕가위, 관금붕, 첸카이거, 장이모, 에드워드 양 등 아시아 거장들의 확고한 파트너로 정평이 난 촬영감독이다. 특히 왕가위의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화양연화>는 배우와 환경을 극히 유미적인 시선으로 잡아내는 촬영감독으로서 그의 평판을 확고히 했다. 1999년 감독으로도 데뷔한 크리스토퍼 도일은 개봉을 앞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레이디 인 더 워터>의 카메라를 잡기도 했다. 마카오에서 여객선으로 다시 푸껫으로 이동하는 로드무비 <보이지 않는 물결>에서 그의 카메라는 장소마다 특정한 색감을 부여하며, 거리나 통로에서 이동하는 인물을 마치 지나가는 행인처럼 무심히 건너다본다. 기분파인 그는 <보이지 않는 물결>을 마친 뒤 “펜엑 감독과 앞으로 40편을 더 같이 만들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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