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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의 여신 샤를리즈 테론 [1]
이종도 2006-05-10

줄리아 로버츠와 니콜 키드먼 이후 은막의 여신 후보군 가운데 여러분은 누가 우리 시대의 연기의 여신이라고 믿는가. 지성과 아름다움, 연기력에 영적인 아우라까지 뿜어내는 배우 가운데 샤를리즈 테론과 스칼렛 요한슨을 꼽지는 않는가. 아마 변신의 능력만 놓고 본다면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의 여신 후보군 가운데 으뜸일 것이다. <노스 컨츄리>로 지적인 당당함까지 보여준 샤를리즈 테론. 발레리나, <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 <몬스터>의 괴물 같은 여자에서 조디 포스터를 잇는 지적인 배우까지 그 모든 여자가 샤를리트 테론 안에 있다. 마릴린 먼로의 몸을 가진 조디 포스터, 그녀가 궁금하다.

심장이 왼쪽에서 뛰는 배우

지난달 8일, 미국 할리우드 코닥극장에 샤를리즈 테론이 들어섰다. 그저 붉은 카페트 위로 강림한 여신이 아니다. 17회 남녀동성애자연합이 주는 미디어상 수상자였다. 온몸을 던져 남의 삶을 극적으로 살아내는 한명의 배우이자, 차가운 머리와 더운 심장을 가진 지성인으로서 그 자리에 선 것이다. 동성애자연합은 그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높이 치하했다. 시상식장에서 그는 <노스 컨츄리>의 법정에서처럼 침착하고 아름다웠다.

<몬스터>(2003)에서 괴물 에일린 워노스의 실제 삶 속으로 들어간 것 같은 착각을 주는 강렬한 연기를 선사했다면, <노스 컨츄리>에선 험한 광산노동과 그보다 더 험한 남성 직장동료의 성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하면서도 지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거대한 광산회사 편을 드는 변호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당신도 당신 법률회사에 들어가기 전에 병원에서 다리를 벌리고 임신 여부 검사를 받았느냐”고 되받아치는 연기에선 품위와 굳은 심지와 지성의 조화가 느껴진다. 그래서 그의 미모는 더욱 눈부시다. 개성없는 섹스 심볼로 나오던 초기의 아름다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샤를리즈 테론(조시 에임스)은 직장의 노골적인 홀대에 분노하지만 분노를 성급하게 터뜨리지 않고,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의 반항에 힘겨워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와 불화하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깜빡이는 섬세한 눈동자, 가슴속 분노를 속으로 삭이는 미묘한 목선의 꿈틀거림, 울 듯 말 듯한 눈의 움직임이 조시 에임스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다.

조시 에임스는 폭력 남편과 헤어진 뒤 두 아이들을 건사하기 위해 철광회사에 취직하지만 남자 철광노동자들의 반감과 무시는 매우 뿌리깊다. 일선 남자동료들은 음담패설은 기본이며 강간 위협, 화장실 습격, 도시락에 성기인형 넣어놓기, 벽에 똥칠하기로 조시를 괴롭힌다. 관리자들과 노동조합은 수수방관하며 그녀의 절망을 즐긴다. 조시 에임스는 무너질 듯 무너질 듯하면서도 골리앗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이런 당당한 아름다움은 사실 샤를리즈 테론 자신에게서 온 것이다. 그는 조시 에임스처럼 고생스럽게 먼 길을 에돌아서 할리우드로 들어왔다. 이제 3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그는 자신의 상처와 경험을 길어 올려 연기에 쓰는 것이다.

vs <피고인> 조디 포스터

지성으로, 사회적 편견에 맞선다

6분마다 강간이 일어나는(<피고인>, 1988) 성폭력 사회 미국. 변두리 술집 당구대에서 세명의 남자에게 강간당한 사라(조디 포스터)는 1984년 미국 최초의 직장 내 성폭력 소송 승소사건인 ‘젠슨 대 에벨레스 광산’ 사건의 피해자인 조시 에임스의 영화사적 선배급이라 할 만하다. 사회적 차별과 냉대, 마초 사회의 몰상식과 의연하게 맞서 싸운다는 점에서 그렇다. 강간 당시 박수치며 환호하던 남자의 차를 들이박는 과격함, 법정에서 치졸한 남자 변호사들의 추궁 앞에 분노하는 조디 포스터의 연기는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와 함께 지성적인 연기의 사례로 오래 기억할 만하다. 아카데미는 <피고인>의 조디 포스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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