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ING POINT_<워터보이즈> vs <가면 라이더 쿠우가>
2001년, 그해 여름은 어느 때보다 유쾌했다. 뜨거운 햇살과 야외수영장, 그리고 파란색 삼각 수영복. 아찔한 패션의 이들은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둔 고교 3학년 남학생들이지만, 수중발레와 마지막 여름방학에 대한 열정만큼은 아무한테도 뒤지지 않았다. “고교 시절의 마지막 여름방학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 지금이 아니면 수중발레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외치는 청춘의 목소리는 다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영화는 일본 내에서 크게 히트했고, 이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이 영화로 확실한 ‘워터보이’로 자리매김한다. 그는 <워터보이즈>로 ‘25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상과 우수 남우주연상을 차지했으며, <블랙잭에게 안부를>을 통해서는 TV드라마에서 첫 주연을 맡게 된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닌 그는 주로 순수한 열정을 지닌 청년을 연기했다. <블랙잭에게 안부를>의 에이지로는 일본 의료계의 현실이 가진 모순들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인턴생이며, <워터보이즈>의 스즈키는 ‘말도 되지 않았던 남고생 수중발레팀’을 훌륭하게 완성하는 주역이다. 쓰마부키의 해맑은 미소는 항상 그에게 정의감이 충실하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캐릭터를 안겨주었다. <블랙잭에게 안부를>의 제작진은 “그가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일본의) 미로 같은 의료계에 정의감을 갖고 돌진하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쓰마부키가 지금과 같은 톱스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그의 미소가 가진 밝음이다.
가면 라이더 쿠우가? 고독한 미청년, 오다기리 조에게선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가면과 라이더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오렌지 음료의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쿠우가는 웬말인가. 하지만 그의 출세작은 엄연히 가면을 쓰고 변신을 하며 우레매 수준의 액션을 선보이는 쿠우가가 맞다. 당시 이 시리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오다기리 조를 유명인으로 ‘변신’ 시켜줬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가면 라이더 쿠우가>는 원래 초등학교 남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시리즈물이지만 의외로 여성들의 지지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미청년’의 매력은 가면에도 가려지지 않는 법일까. 하지만 오다기리 조에게 이 유치찬란한 출세작의 기억이 편하지만은 않다. “<가면 라이더 쿠우가>는 확실히 저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하지만 대표작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가면 라이더 쿠우가=오다기리 조’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 두려웠어요.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의 캐릭터를 연기해도 이전의 캐릭터를 지울 수 없다면, 차라리 배우라는 직업을 관두고 싶어요.” 그래서 그는 이후 쿠우가의 정반대 지점에서 경력을 쌓아간다.
드라마 <천체관측>의 방황하는 청춘 기자키, 영화 <플라토닉 섹스>의 고독한 디제이 토시, 이들은 그에게 어둠을 가져다준 역할들이다. 그리고 <밝은 미래>, 본인이 제2의 데뷔작이라고 부르는 이 영화는 이후 오다기리의 영화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평소에 존경한다겅 아사노 다다노부와 함께 작업했던 이 영화를 통해 그는 ‘연기하지 않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고, 극의 흐름을 읽는 방법을 터득했다. 어항 속 해파리가 하천을 타고 강으로 흘러가듯, 그의 연기도 이제 조금씩 넓은 곳을 향해 헤엄치고 있었다.
PEAK POINT_<오렌지 데이즈> vs <밝은 미래>
<워터보이즈>이후 쓰마부키 사토시는 미이케 다카시가 연출한 TV특집극 <사부>, 시바사키 소와 함께 연기한 드라마 <오렌지 데이즈>,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오늘의 사건사고>, 이상일 감독의 <69 식스트나인> 등 수없이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다. 2004년에는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가 모두 7편이다. 그만큼 일본 내에서 주목도 많이 받았다. 2003년에는 드라마 <블랙잭에게 안부를>로 ‘일본 T 드라마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을 탔고, 2003년에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안녕, 쿠로> <드래곤 헤드> 등으로 ‘키네마 준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4년, 그는 드라마 <오렌지 데이즈>로 다시 한번 ‘일본 TV드라마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오렌지 데이즈>의 카이 역은 <워터보이즈> 이후 달라진 그의 연기 흐름을 보여준다. 마냥 밝은 미소로 희망만을 말했던 스즈키는 이제 그곳에 없다. 쓰마부키의 캐릭터들은 이제 좀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며, 그 잔인함에 좌절도 한다. <런치의 여왕>에서 준자부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뒤로 미루고 아버지의 오무라이스 가게을 지켜야 했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쓰네오는 하반신이 불구인 조제와 매우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오렌지 데이즈>, 청각장애인 사에(시바사키 고)의 옆에서 또다시 쓰네오가 된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는 희망을 전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 ‘삼각 팬티의 젊음’이라는 에너지만을 갖고 세상에 덤비진 않는다. 사회복지 심리학을 전공하는 카이는 사에와 대화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고, 그녀가 가진 상처에 조심스레 다가간다.
쓰마부키 사토시는 이제 어린 소년의 해맑은 미소를 거두고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제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움이에요. 연기자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는 연기가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일본 영화계는 이제 그의 내면에 촉수를 세우고 있다. 쓰마부키는 지난해 2차 세계대전을 그린 역사극 <로렐라이>에서 일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군인으로 출연했으며,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봄의 눈>에선 메이지 유신 시대의 순수한 사랑을 연기했다. 한여름의 햇살 같기만 했던 미소년은 어느 새 일본 하늘의 큰 태양이 되었다.
<밝은 미래> 이후, 오다기리 조에겐 정말로 밝은 미래가 펼쳐졌다. 2004년엔 5편, 2006년엔 7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올해는 미국에서 찍은 영화 <빅 리버>로 베를린영화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가 보여준 연기의 층도 매우 다양하다. <메종 드 히미코>의 매력적인 게이 하루히코는 <박치기!>의 히피 패션 청년과 함께 찾아왔고(<메종 드 히미코>와 <박치기!>는 한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폭력과 어둠에 갇혀 있던 다케시(<피와 뼈>)의 이미지는 이혼한 뒤 우연한 사고로 고장난 ‘중요한 물건’ 때문에 속을 썩는 남자의 모습(<인 더 풀>)으로 삭제됐다.
그의 연기는 항상 어둠과 빛을 오가는 조화 속에 존재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상반된 이미지가 결합했을 때 그의 연기는 빛을 낸다. 많은 여성들은 그의 고독한 눈동자에 눈시울을 적시다가도, 그가 사정없이 망가지는 모습 앞에선 폭소를 터뜨린다. 최근 그가 출연한 드라마 <시효경찰>의 기리야마는 그의 엉뚱함이 물씬 풍겨나는 캐릭터다. 공소시효가 다 된 사건을 취미로 수사하고, 범인에게는 ‘이 사건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습니다’카드를 주고 오는 남자. 오다기리의 연기는 전혀 다른 두 영역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자유분방함에 있다. 그래서 그의 고독엔 빛이 보이고, 그의 웃음엔 그림자가 스친다.
꽃미남을 둘러싼 소문들
오다기리 조는 게이다? 쓰마부키 사토시와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사귀었다? 꽃미남에게 항상 따라다니는 게이설은 오다기리 조와 쓰마부키 사토시도 피해갈 수 없었다. 두 배우 모두 정기적으로 여배우와 스캔들이 났지만 이와 별개로 게이설도 자주 도마에 오르내렸다. 심지어 쓰마부키 사토시가 후배 배우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사귀는 것 같다는 소문은 팬 사이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실. 이는 아마 드라마 <I.W.G.P> <런치의 여왕> 등 함께 연기한 작품이 많아서인 듯하다. 오다기리 조의 게이설은 <메종 드 히미코> 이후 ‘혹시~’하는 마음에 그 누군가가 퍼뜨린 유언비어가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장 그럴듯하다.
오다기리 조는 새벽에 홈리스 복장으로 돌아다닌다? 일본 내에서는 오다기리 조가 새벽에 홈리스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소문이 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이는 아마도 그가 외출하기를 싫어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주로 새벽에 외출을 하기 때문인 듯하다. 게다가 그의 패션감각은 꽤나 특이하지 않은가. 홈리스 복장? 오다기리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쓰마부키 사토시, 실제로는 싸가지없다? 너무나 착실하게 보이는 이 배우에 대한 누구의 험담인지는 모르나, 실제로 그의 성격에 대한 악평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 모 게시판에는 쓰마부키와 함께 작업했던 영화의 스탭이 ‘그의 성격이 좋지는 않다’라는 요지의 글을 남겼다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이병헌 앞에서 90도로 절을 한 청년인데. 글쎄~, 누구 말이 맞을까.
오다기리 조는 성형미남이다? <가면 라이더 쿠우가>의 모습을 보고 가끔씩 새어나오는 얘기.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답은 확실하다. 오다기리는 <가면 라이더 쿠우가> 이후 치아교정을 했다. 최근 불거진 모 여배우의 성형논란처럼 그의 ‘성형미남설’도 사실 치아교정 때문인듯. 쿠우가 얼굴에 살을 좀 찌우고 치아를 가지런히 하면 지금의 오다기리 모습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