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사방이 꽃 천지다. 여의도엔 벚꽃이 만발하고, 뒷동산엔 개나리와 진달래가 노랗고 붉은색의 향연을 보여준다. 봄처녀의 마음이 싱숭생숭할 만도 하다. 게다가 올해는 유달리 극장가의 꽃구경이 볼만했다. <메종 드 히미코>의 게이청년 하루히코, <나나>의 기타리스트 노부, <오늘의 사건사고>의 영화감독 지망생 나카자와까지. 일류(日流)의 기운이 세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국적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귀차니즘에 꽃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할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쓰마부키 사토시와 어둠 속에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남자 오다기리 조. 두 미청년이 내뿜는 향연을 맘껏 즐기시기 바란다. 꽃보다 남자라 하지 않았던가.
START POINT_오락실 VS 영화관
쓰마부키 사토시의 출발은 로또 같다. 고등학생 무렵, 우연히 게임센터에 간 그는 오디션용 프로그램에 응시한다. ‘합격’이란 표시가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종이를 오디션 회사에 보내봤고, 결과는 ‘제1회 초빅오디션’ 그랑프리 수상. 3백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등을 차지한 그지만 그가 이전부터 배우를 꿈꾸던 소년은 아니었다. 오히려 친형과 ‘Basking Lite'란 록밴드로 음악을 하고 있었고, 이것도 그냥 재미라고만 생각했다. “당시 연예계라고 하면 쉽게 놀면서 돈을 벌고, 좋은 차를 타고, 여자도 많이 만나는…, 그런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이 로또 대박의 순간은 이후 쓰마부키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인생역전 로또, 이 말 그대로다. “(배우를) 시작하기 전에는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정반대였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무기력했어요.” 그래서 그는 결심한다, 좀더 솔직하게 진심으로 연기를 대하자고.
잡지 <스트리트 뉴스>의 모델로 시작한 그는 1998년 드라마 <멋진 나날들>로 배우 신고식을 치룬다. “제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노력하는 과정이 좋았고, 그 순간 배우라는 직업이 좋아졌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배우란 사랑에 빠지듯이 어느 순간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천천히, 하나에서 시작해서 나중엔 모든 게 좋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를 평생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시작은 운이었지만요.” 이후 그는 유명 드라마의 작은 배역으로 연기경력을 쌓아간다. 나가세 도모야와 야마시타 도모히사가 주연한 TV드라마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후카쓰 에리가 출연한 <가바치타레!> 등은 그의 얼굴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작품들이다.
오다기리 조의 출발은 실수다. 그는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한 때문에 줄곧 어머니와 생활해왔고,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영화관에서 보냈다. 남들이 친구들과 놀며 시간을 보낼 때 그는 어두운 극장 안에서 혼자 하루하루를 보냈다. “자연스럽게 영화를 좋아하게 됐어요. 나중에는 꼭 영화와 관련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할리우드로 유학간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영화 연출을 꿈꿨던 감독 지망생. “처음엔 정말 감독이 되려고 했어요. 그런데 입학원서에 필름이나 디렉터, 뭐 이런 단어들이 없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궁리하고 있는데, 시어터라는 단어가 눈에 띄더라고요. 거기다 체크했죠.” 그가 말하는 시어터라는 항목은 어이없게도 연기와 관련한 것이었다. 그렇게 연기수업을 받고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이후 점점 연기에 흥미를 갖게 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비록 실수로 시작한 거지만, 이전부터 영화는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오다기리는 일본의 한 배우 양성소에 들어갔고, 그 뒤 연극 <러너>와 TV드라마 <온천으로 가자> <주말혼 스페셜> 등에 출연한다. 그의 연기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공통 키워드로 본 쓰마부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조
음악 | 쓰마부키 사토시_데뷔 1년 뒤인 1999년, 형 신야와 함께 밴드 ‘Basking Lite’를 결성한다. 지금까지 발매한 싱글앨범만 4장. 하지만 최근 그의 형은 다른 밴드에 합류해 앞으로 밴드활동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려워졌다. 음반 재킷의 이미지처럼 음악도 신나고 활기차다. 쓰마부키의 저음이 매력적이다.
오다기리 조_2001년 <가면 라이더 쿠우가> 때, 싱글 <T>를 발매한다. 워낙 창조적인 작업을 좋아하는지라 음반 외에도 그림, 글짜 등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음반 재킷의 이미지와 ‘흐릿한 눈에 초점을 맞춘 후 45도의 열을 가해 깨끗하게 완성된 총을 가슴에 품었다’는 가사는 그의 엉뚱한 이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아사노 다다노부 | 이 배우를 존경하지 않는 일본 배우를 찾기가 더 어렵겠지만, 쓰마부키 사토시와 오다기리 조 모두 연기를 논할 때 그의 이름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밝은 미래>에서 아사노 다다노부와 함께 연기했던 오다기리 조는 그와의 경험을 “꿈만 같았다”고 고백했으니.
플라토닉 섹스 | 쓰마부키 사토시는 <플라토닉 섹스> TV(2001)판에, 오다기리 조는 영화판에 출연했다. 물론 사토시는 드라마 방영 당시 무명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했다. 오다기리 조는 디제이 토시 역을 맡았다.
영어 | 일본인에게 영어 발음은 쥐약이다. 하지만 오다기리 조와 쓰마부키 사토시에겐 조금 먼 얘기. 할리우드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오다기리 조는 지난해 영화 <빅 리버>의 촬영을 위해 미국에서 머물렀다. 올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된 이 영화에서 오다기리 조는 모든 대사를 영어로 했다고. 최근 쓰마부키 사토시는 할리우드 카액션 영화 <패스트 & 퓨리어스3: 도쿄 드리프트>에 출연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단 한장면에 출연, ‘고(Go)’라는 대사를 날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