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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연애특강 [1]
이종도 2006-03-22

<오만과 편견> <엠마> <클루리스>(<엠마>가 원작), <센스, 센서빌리티> <설득>…. 할리우드와 영국에서 쉬지 않고 TV 미니시리즈와 영화를 만드는 이 작가는 연애소설, 로맨틱드라마의 원조 소리를 듣는다. 오늘도 밤잠 설치며 백마 탄 남자의 노크 소리를 기다리는 이라면 이 언니를 만나야 한다.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없지만, 연애와 결혼에 관해서는 척척박사요, 뭇 관객을 울렸다 웃겼다 로맨틱한 결혼의 판타지로 관객을 집단 익사시키는 데 귀재인 이분을 특별히 모셨다. 230년 전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여전히 연애와 결혼의 비밀에 관해 목말라 하는 전 세계 언니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안겨주는 제인 오스틴 언니를 소개한다. 평소 궁금한 것, 사정없이 질문 던지시라. 제인 오스틴 언니, 준비되셨나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제인 오스틴의 연애 방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담자로 ME의 골수 애독자 언니들을 모셨다. 오빠들은 다음 기회에~

제1강. 바람둥이 퇴치하기

조급녀: 제가 성격이 급해서요. 바람둥이 퇴치법부터 알려주세요. <센스, 센서빌리티>(이하 센스)의 윌러비, <엠마>와 <클루리스>의 엘튼, <오만과 편견>(이하 오만)의 위컴 같은 바람둥이를 어떻게 하면 감별할 수 있을까요?

오스틴: <센스>의 마리안처럼 성격도 급하세요. 크게 당하신 적이 있나봐요. 20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사정은 비슷한 것 같아요. 윌러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던가요. 결과적으로 여자에게 나쁜 짓을 하기는 했지만, 때에 맞는 적절한 말을 꺼내는 솜씨, 들판에서 꽃을 가져오는 센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외우는 로맨틱한 마음은 아름답지 않은가요. <오만과 편견>에서 리즈에게 유산상속을 들먹이며 ‘자기가 결혼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결혼해달라’고 멋없이 프러포즈한 콜린스 같은 남자보다 훨씬 낫지 않아요?

<센스, 센서빌리티>

조급녀: 아니,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여자 등처먹는 남자들은 몽땅 다 혼을 내줘야 해요. 그런데 오스틴 언니는 윌러비를 혼내기는커녕, 마지막 장면에 우수어린 모습으로 등장시키기까지 하셨더군요, 흥!

오스틴: 글쎄요. 그 시나리오야 제 원작소설을, 제가 아끼는 후배이자 명배우이며 주인공 엘리노 역까지 맡은 엠마 톰슨이 썼으니까 뭐라고 할 수는 없고. 하지만 내가 엠마 톰슨이라도 그렇게 하겠어요. 사랑엔 여러 가지 표정이 있잖아요. 어떤 사랑만 유독 옳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 소설로 만든 영화들이 행복한 결혼식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랑이 해피엔드가 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윌러비는 적어도 그때 감정에 충실했으니까요. 발목을 다쳐 누워 있는 마리엔에게 ‘들에 나오실 수 없어서 제가 들판을 직접 가져왔노라’며 들꽃을 꺾어 갖다준 윌러비를 당신이라면 문전박대하실 건가요? 물론 엘튼이나 위컴처럼 나쁜 사람도 있죠. 하지만 결국 겪어보는 수밖에요. <센스>의 마리안, <클루리스>의 셰어, <오만>의 리즈는 실수를 연발한 끝에 지혜를 얻지요. 시도도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시도해보고 후회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다만, 윌러비나 위컴처럼 남의 험담을 즐겨 하거나, 엘튼처럼 가식적이라면 한번 더 생각해 봐야겠지요.

제2강. 상대 알아차리기

똑똑녀: 저 언니 너무 흥분하셨네. 전 이지적인 질문을 드릴까 해요. 내 영혼의 짝이 누군지 콕 찍어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오스틴: 제 영화들 보시면 알겠지만 주인공들은 거의 모두 끝까지 자기 짝이 누구인지 몰라요. 그건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죠. 영혼과 마음과 몸을 가랑비 적시듯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해요. 혹시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센스, 센서빌리티>

똑똑녀: 파랑새는 옆에 있다, 이런 말씀하려고 하시는 거죠?

오스틴: 그 사람이 <센스>의 브랜든 대령처럼 나이가 너무 많아 보일 수도 있어요. <엠마>의 나이틀리, <클루리스>의 조시 오빠처럼 매력 없는 잔소리꾼처럼 보일 수도 있죠. 또 <오만>의 다시처럼 무뚝뚝하고 오만한 사람일 수도 있죠. 언뜻 보면 그들은 윌러비처럼 감미로운 매력도 없고 섹시하지도 않죠. 제 고귀한 입으로 ‘섹시’ 그러니까 얼굴이 화끈거리는군요. 암튼, 섹시하다는 건 미끄덩거리는 첫 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적시는 영혼의 능력이죠. 브랜든 대령처럼 아플 때 곁을 지키며 시를 읽어주고, 다시처럼 여동생의 곤궁을 남몰래 도와주는 그런 남자가 결국은 당신의 인생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다구요. 참, 그리고 여기 나오는 다시랑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다시랑 너무 닮았죠?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니까요. 그런 남자가 진짜 진국이라니까요.

제3강. 낙심에서 벗어나기

절망녀: 그놈의 자식이 절 차고 가버린 뒤로 전 울음에 절어 살아요. 어떻게 하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죠?

<오만과 편견>

오스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잘 울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길다고 그러더군요. 윌러비한테 걷어 차인 뒤 마리안도 한참을 울죠. 우세요. 엘리노처럼 남을 위로해주느라, 그것도 자기랑 똑같이 에드워드를 좋아하는 여자를 위로하느라 자기는 울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의젓한 척하는 엘리노의 방법도, 펑펑 우는 마리안의 방법도 다 옳아요. 정답은 사람마다 ‘그때 그때 달라요’. 늘 자기다워야 해답도 나오는 거겠죠. 울 수 있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좋은 친구도 준비해야죠. 제 작품에서 전 주인공들을 위해 단짝을 마련해뒀어요. 엘리노와 마리안(<센스>), 셰어와 디온(<클루리스>), 엠마와 스미스(<엠마>), 아 그리고 놀라지 마세요 <오만>에서는 다섯 자매랍니다! 물론 제인과 리즈가 가장 친하긴 하지만요. 제가 8남매 사이에서 자라서 그런지 주인공 혼자만 달랑 있는 건 싫더라구요. 그렇게 친한 사람들 어깨에 기대어 후련하게 울다보면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시 보일 거예요. 파랑새를 앞에 두고 너무 먼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헤맨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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