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장편과 단편, 학생 및 졸업작품, TV 및 비디오, 파일럿, 인터넷 애니메이션으로 나뉘는 SICAF 2001 경쟁부문에 접수된 작품은 20개국 280여편. 그중 본선에 오른 94편의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우선 장편부문 상영작은 <뮤턴트 에일리언>을 비롯해 <헬프! 아임 어 피쉬> <오! 나의 여신님> 등 해외작품 3편과 <별주부 해로> <더 킹> 등 국내작품 2편.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작이기도 한 <뮤턴트 에일리언>은 섹스와 폭력의 판타지로 알려진 미국의 애니메이션 감독 빌 플림턴의 최근작. 고위층의 음모로 우주를 떠돌게 된 우주비행사가, 자신처럼 우주로 내몰린 실험용 동물들과의 이종교배로 ‘돌연변이 외계인’ 군단을 형성한 뒤 지구로 돌아와 복수극을 펼치는 코미디물이다. 컴퓨터 작업보다 직접 그린 선의 질감을 좋아한다는 플림턴의 만화체 그림과 각종 권력에 야유를 보내는 상상력이 여전하다. 덴마크산 셀애니메이션 <헬프! 아임 어 피쉬>는 사람을 물고기로 바꾸는 약물을 잘못 먹은 세 아이들의 바다 속 모험이야기. 다시 사람으로 바꿔주는 해독제를 바다에 빠뜨린 아이들은, 우연히 이를 마시고 점점 인간화되면서 지능이 높아져 해저는 물론 지상 정복까지 꿈꾸는 악당 물고기에 맞서 싸운다. 일견 디즈니를 벤치마킹하면서도 음악과 이미지 곳곳에 유럽애니메이션의 질감을 묻어둔 작품으로 누구나 유쾌하게 볼 수 있는 판타지모험극이다. 일본산 <오! 나의 여신님>은 천상의 여신 3자매와 같이 살게 된 대학생 케이이치의 이야기를 담은 원작만화와 OVA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제작된 극장판. 옛 스승 ‘세레스틴’과 재회한 베르단디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기억을 잃어버리고, 배후에는 천상계와 지상계의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세레스틴의 음모가 숨어 있다. 이미 개봉은 됐지만, 각각 다윗왕 이야기와 <별주부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더 킹>과 <별주부 해로> 등 오랜만에 제작된 두편의 국산 장편애니메이션도 상영된다.
단편부문에는 <다운 투 더 본> <존재> 등 이미 안시와 히로시마 같은 해외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많이 올라 있다. 멕시코 감독 르네 카스틸로의 <다운 투 더 본>은 안시에서 단편 데뷔작에 주어지는 장 뤽 시베라상을 수상한 클레이애니메니션. 묘지에 묻힌 남자의 영혼이 관 아래 더 깊은 땅 속 사후세계로 떨어져 죽음을 인정하고 백골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백골들이 모여 신참 영혼에게 술을 권하며 여가수의 노래를 듣는 사후 풍경에서 라틴 민족의 낙천적인 세계관이 묻어난다. ‘그녀’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사계절을 고양이의 시점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2D애니메이션 <그녀와 고양이>는 일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 짝짓기를 하느라 더욱 밝은 빛을 띠고 날아다니며 법석을 떠는 개똥벌레들의 밤을 그린 헝가리의 3D애니메이션 <개똥벌레들의 성생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점토와 모래, 유리 위에 그림을 그리는 등의 여러 기법으로 표현한 <소금 조각>, 우아한 만찬을 난장판으로 바꾸는 플림턴의 셀애니메이션 <이트> 등 다양한 화구로 빚은 작품 25편이 상영된다. 한국작품으로는 비오는 밤 집에서 쫓겨난 고양이와 그를 위로하려는 개의 대화를 담은 <존재>, 일제 치하의 삶을 경험한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은 추억을 3D로 빚은 <할머니>, 자동비행품으로 날다가 새떼를 만난 조종사의 이야기인 3D애니메이션 <오토> 등 5편이 올랐다.
학생 및 졸업작품부문에서는 근친 성폭력을 다룬 <아빠하고 나하고>, 언청이 소녀의 하루를 담은 <언년이> 등 한국작품 21편과 상상 속에서 죽은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가는 소년의 이야기인 폴란드작품 <내가 소년일 적에> 등 해외작품 68편이 상영된다.
특별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는 영국감독 마크 베이커의 <빅 나이트>가 상영되는 TV애니메이션도 챙겨볼 만하다. 각각 “세상에서 제일 가는 무사”와 “가장 열정적인 무사”를 자처하는 보로디아의 기사 보리스와 모리스 형제가 등장하는 <빅 나이트>는 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TV시리즈. 쇠를 금으로 바꾸는 이웃나라 마법사의 주문을 빼내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연금술’, 휴가중에 뱀파이어 소굴로 들어갔다가 마늘을 먹은 뒤 트림을 해서 뱀파이어를 전멸시킨다는 ‘뱀파이어의 땅’ 등은 멍청하리만치 우직한 두 거구 형제의 기행이 폭소를 자아낸다. 그 밖에 마을의 모든 동물들을 돌보는 수의사가 등장하는 정교한 인형애니메이션 시리즈 <수의사 페치>와 한국작품 <하얀마음 백구> <미래전사 런딤> 등도 상영된다. 파일럿부문에서는 <출동!로봇브이> 등 기획 혹은 제작중인 애니메이션의 데모를 무료로 소개하며, 인터넷 애니메이션은 영화제 기간 SICAF 2001 홈페이지(www.sicaf.or.kr)에서 상영한다.
황혜림 기자 [email protected]
▶ SICAF 2001
▶ 초청 장편 - 중세에서 미래로 달려가는 판타지 포르티시모
▶ 초청 단편 - 애니메이션 장인들의 색깔있는 단편 모음
▶ 경쟁부문 - 오! 당신의 상상력, 애니메이션의 빅나이트
▶ 전시 - 명랑만화 주제전과 북한만화, 유럽현대만화 등 보강된 기획전
▶ SICAF 2001에서 만나는 엽기의 원조 빌 플림턴, 그가 21세기에 더 각광받는 이유
▶ 빌 플림턴 주요 필모그래피
▶ 2001년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만난 빌 플림턴
▶ SICAF 2001 상영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