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감독 린 타로/ 일본/ 107분/ 2001년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오토모 가쓰히로가 각본을 쓰고 린 타로가 연출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메트로폴리스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의 거대도시국가. 로봇과 과학문명의 발달은 인류에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인간 복권을 외치며 로봇 파괴에 나서는 과격파, 로봇의 권익을 옹호하는 주장 등 여러 가치들이 혼재하는 시대. 도시의 실권자 레드공은 로봇 티마를 이용해 세계 지배를 꿈꾸고, 사립탐정 오야지와 켄이치는 그의 음모에 맞선다. 초현대적인 도시 디자인의 규모와 정교함은 그 자체로 장관. 캐릭터는 데즈카의 원작에 가깝지만, <아키라>와 의 감독이 합작해서 그린 미래 스케치는 좀더 어둡고 음울한 매력을 발한다.
감독 기타쿠보 히로유키/ 일본/ 50분/ 2000년
굳게 다문 도톰한 입술에, 쏘아보듯 강한 눈빛의 소녀 사야는 흡혈귀 사냥꾼. 미 정부요원의 의뢰로 요코타 미군기지 내 학교에 숨은 흡혈귀를 찾고자 위장 입학한 사야는, 같은 반의 흡혈귀들과 혈전을 벌인다. <공각기동대> <인랑>의 프로덕션 IG가 45억원을 들여 만든 100% 디지털 애니메이션. 시간이 짧아선지 극 사이사이 모호한 빈틈이 아쉽지만, 다채롭고 박력있는 카메라워크가 빚어낸 유혈낭자한 액션, 어두운 색감과 실사에 맞먹는 정밀 묘사가 돋보이는 영상은 매혹적이다. 세일러복에 일본도를 든 소녀 전사의 고투, 음습한 도시 곳곳에 웅크린 공포는 전후 일본의 암울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로봇 카니발>의 일부분과 <노인 Z> 등을 연출한 기타쿠보 히로유키가 감독을 맡았다.
<미개의 행성> <시간의 지배자> <강다하>
감독 르네 랄루/ 프랑스/ 각편 72분, 78분, 83분/ 1973년, 1982년, 1987년
르네 랄루는 사색적인 SF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프랑스의 대표적인 감독. 거인족의 원시 행성에서 길러진 소인족의 아이가 그들의 앞선 기술력을 훔쳐 소인족의 역습을 이끄는 <미개의 행성>, 황량한 행성에 홀로 남겨진 아이와 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시간의 지배자>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강다하>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강다하에 침입한 철제군단, 그 배후에 숨겨진 문명의 비밀에 맞서는 사람들의 모험을 그린다. 발달된 기술문명과 야생의 환경, 원시 공동체적인 삶이 공존하는 랄루의 미래상은, 회화적이면서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와 풍성한 색감으로 문명과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옐로우 서브머린>
감독 조지 더닝/ 영국/ 70분/ 1968년
30년도 더 된 작품이지만, 여전히 시각적으로 새롭고 풍부한 애니메이션. 사랑과 평화, 음악이 넘쳐나는 해저의 낙원 페퍼랜드가 악당들에게 습격당하자, 도움 요청을 받은 비틀스는 노란 잠수함을 타고 모험에 나선다. 비틀스의 목소리와 얼굴을 빌린 캐릭터들의 여정은, 회화와 그래픽 디자인,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법이 뒤섞인 이미지의 여행이다. 예술적인 실험의 전방에 섰던 조지 더닝의 연출작으로, 비틀스의 명곡과 사이키델릭한 60년대 팝문화의 향취에 젖어들게 하는 작품이다.
<원령공주>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135분/ 1997년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로마치시대까지 거슬러올라가 들려주는 또 하나의 자연과 인간 이야기. 재앙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난 소년 아시타카는 숲 개발에 한창인 타타라에 이른다. 타타라의 사람들은 자연을 적극 개척하려 하고, 야성의 소녀 산은 그로 인한 숲과 생태계의 파괴를 막기 위해 싸운다. 전작보다 수위가 높아진 폭력 묘사와 민간 신앙 등 일본의 전통문화를 토대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이유’를 미야자키식 판타지로 보여준다.
<아리테 공주>
감독 가타부치 수나오/ 일본/ 105분/ 2001년
미소년, 소녀들의 활약이나 화려한 액션, 각종 메커닉과는 거리가 먼 서정적인 동화 같은 작품. 평범한 외모의 아리테 공주는 마법사의 유물을 찾아 오는 사람들 중 짝이 결정될 때까지 성 꼭대기에 격리된 채 지낸다. 하지만 비밀통로를 통해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봐온 아리테는 자신만의 삶을 꿈꾼다. 마법사의 후예에게 자의식을 봉인당한 채 끌려간 아리테의 모험과 중세 유럽의 풍경을 세밀하게 살려낸 영상은 무공해의 판타지를 담고 있다.
<카이트> <메조포르테>
감독 우메즈 야스오미/ 일본/ 각편 30분×2/ 2000년, 2001년
성인용 비디오애니메이션. 하지만 흔히 봐왔듯, ‘성행위’를 화면의 중심에 놓는 게 아니라, 폭력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카이트>는 부모가 살해당하고, 악덕 경찰인 스카이에 의해 킬러로 키워진 소녀 사야의 이야기. 사야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청년 오부리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좀더 화사해진 <메조포르테>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비합법 청부업을 하는 세 남녀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카이트>의 화장실 격투신이나 <메조포르테>의 당구장 액션신은 극장판은 물론 실사영화의 육중함과도 충분히 겨룰 만하다. <메가존23>과 <로봇 카니발>, 18금인 <쿨 디바이스> 등에 참여해온 우메즈 야스오미는 비극적인 아우라를, 세속적인 욕망과 폭력의 소용돌이로 묘사하는 독특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천지무용-In Love1> <천지무용-In Love2>
감독 네기시 히로시/ 일본/ 각편 95분/ 1996년, 1999년
금기의 동굴에 봉인된 료코를 깨우면서 자신이 외계 줄라이 왕가의 후손이고, 특별한 힘을 가졌음을 각성한 톈치와, 그를 돕는 미소녀들의 모험을 다루는 <천지무용>의 극장판. 1편은 과거의 어머니에게 위험이 닥쳐 현실의 톈치가 사라지려고 하자 어머니를 지키러 70년대로 가는 이야기를, 2편은 과거 할아버지의 연인이 톈치를 자신의 세계로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디지몬 어드벤처 02>
감독 야마우치 시게야스/ 일본/ 64분30초/ 2000년
<포켓몬>의 뒤를 이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디지몬> 시리즈의 극장판. 정체불명의 디지몬에게 공격받는 타이치 일행이 미국 소년 워레스와 함께, 그의 과거에 연결된 디지몬의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 SICAF 2001
▶ 초청 장편 - 중세에서 미래로 달려가는 판타지 포르티시모
▶ 초청 단편 - 애니메이션 장인들의 색깔있는 단편 모음
▶ 경쟁부문 - 오! 당신의 상상력, 애니메이션의 빅나이트
▶ 전시 - 명랑만화 주제전과 북한만화, 유럽현대만화 등 보강된 기획전
▶ SICAF 2001에서 만나는 엽기의 원조 빌 플림턴, 그가 21세기에 더 각광받는 이유
▶ 빌 플림턴 주요 필모그래피
▶ 2001년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만난 빌 플림턴
▶ SICAF 2001 상영시간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