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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말하는 청년의 작품들
2001-07-27

“나는 청년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이상인 <어머니, 당신의 아들>

시놉: 대학 교지 편집위원인 인영은 친구의 분신자살을 접한 뒤,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전선에 나선다.

당시 이 영화를 만든 것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청년학생운동을 역사적으로 다룬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 대학 4학년생 입장에서 제도언론이 묘사하는 운동권과 학생의 모습이 너무 왜곡돼 있다고 느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얼마 전 이 영화를 다시 보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지나치게 과잉돼 있더라. 하지만 영화란 것은 저렇게 ‘무식’하게, 심플하게 찍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절실함이 있었기 때문에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 때문에 뜻하지 않게 실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도 80년대를 다룰 생각인 내게 이 영화는 중심점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정지우 <생강>

시놉: 가사와 생계, 육아까지 모두 책임지며 고단한 일상을 보내는 아내와 노동운동가인 남편의 이야기.

꽤 오랫동안 홍보비디오 등을 찍으며 마련한 제작비로 만들었다. 촬영은 실제로 굉장히 작은 공간에서 이뤄졌다. 조명이나 촬영의 편의를 위해 영화 속 공간과 촬영 공간은 달리하는 것이 상례지만 실제 공간에서 찍어야 느낌이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어안렌즈에 가까운 광각렌즈를 사용하고 동선을 정리했으며, 조명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어떤 정리된 생각으로 그런 방식을 택한 것이라기보다 닥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한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 뒤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이후 ‘촬영의 편의’라는 이유로 리얼리티 같은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준 작품이었다.

박찬옥 <느린여름>

시놉: 답답하기 그지없는 삶에 갇힌 고3 수험생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상에 빠진다.

처음엔 주유소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 <나쁜영화> <비트>가 상영되기 전이었는데 막상 영화가 나오자 고민이 됐다. 결국 내가 보통 아이였으니까 그런 애들의 고민을 그리고자 했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동시녹음을 했는데, 대사도 없거나 적은 이전 영화와 달리 내러티브에 큰 신경을 써야 했다. 또 청년의 제작비를 사용해서 만들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제작과정 곳곳에 개입하는 가운데 내 개성을 유지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됐다.

장희선

시놉: 남녀가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여성성을 조명한다.

내 첫 작품이다. 청년엔 1993년 들어왔는데 완성까지 3년이 걸렸다. 여성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페미니즘’을 표방했지만 변죽만 울리는 소설 등과는 달리 ‘여성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영화를 만들려다보니 부담이 됐다. 결국 영화 한편 만들지 않으면 말도 못 꺼내게 하는 청년의 분위기 때문에라도 제작을 서둘렀다. 내 의도와 무관하게 배우라든가 다른 사람들의 느낌이 첨가됐던 이후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솔직한 나의 내면이 반영된 것 같다.

김진상 <스트라이커>

시놉: 1996년 서울 지하철 노조의 파업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애초엔 노동자의 파업이란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각종 ‘이벤트’에 불려나가다보니 그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의도는 좋았는데 결과에선 실패했달까. 아무튼 이후 정통적인 다큐멘터리는 겁이 나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오가와 신스케처럼 만들지 않으려면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아주 착한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좋은 소재와 기회가 생긴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이다.

김용균 <그랜드파더>

시놉: 기차역에 버려진 노인은 치매에 걸려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지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연출을 하기 전 촬영을 많이 했다. 그런 식으로 연출도 잘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작품을 만들어놓고보니 스스로 만족할 수 없었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진지하게 접근하려 노력했다. 이 영화를 떠올린 것은 지하철역 벤치에 누워 자는 노숙자를 보게 된 직후다. 그 모습이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 보였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만든 단편 작품들은 이 영화보단 세련됐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나태해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다시 근원적 고민을 했고 그 결과물을 갖고 장편 <와니와 준하>에 임하고 있다.

문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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