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흘리며 죽어가는 개를 태운 채 쫓기며 질주하던 두 남자의 차가 치명적인 충돌사고를 일으킨다. 멕시코시티 시내 한가운데서 일어난 이 사고의 전모는 과연 무엇일까.

<아모레스 페로스>는 이 충돌사고를 매개로, 예기치 않게 운명의 교차로에서 부딪친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파고든다.

옥타비오는 사랑하는 형수 수잔나와 도망치기 위해 투견으로 돈을 벌어 모으지만, 갱단의 음모와 사랑의 배신에 뒤통수를 맞는다.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잡지 편집장 다니엘과 톱 모델 발레리아의 관계는 발레리아의 교통사고 이후 위기에 처하고, 가족에게 잊혀진 채 떠돌이 개를 돌보며 살아가는 게릴라 출신 킬러는 딸을 만나고 싶어한다.

각 사연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퍼즐조작을 맞춰나가듯 인물간의 연결고리를 발견해가는 과정은 정교하고, 대도시의 인간군상을 따라잡는 카메라는 거친 생기를 품고 있다.

TV에서 활동해온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장편 데뷔작으로, 판타스포르투영화제 신인감독상 및 작품상을 수상했다.

황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