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화선>은 조선말기 화가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릴 작품. 격동의 시대를 살면서 취해야 붓을 들었던 기인 장승업의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함께 그의 예술적 고뇌와 성취가 임 감독의 둘도 없는 파트너 정일성 촬영감독의 카메라에 담긴다. <춘향뎐>에서 판소리와 영상의 합일을 추구했던 임 감독이 이번엔 전통화와 동영상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시도하는 것이다. 소리가 아닌 그림이라면 카메라와 좀더 쉽게 어울릴 것 같지만, 실제론 변함없이 지난한 작업이다. 동양화는 한 작품 안에 다른 앵글이 섞여 있고, 프레임 역시 카메라와 전혀 달라 두 노장의 고민이 깊다.
임 감독은 이날 시종 밝은 표정이었지만, 신작 구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머리 속에 뭔가 있지만 똑 부러지게 말하긴 힘들다. <춘향뎐> 때처럼 찍는 과정에서 좀더 분명한 길이 나타날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도 “임 감독이 하는 영화니까 무조건 믿고 밀어주지만, <춘향뎐> 못지않게 어려운 작업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긴장하기는 배우들도 마찬가지. 장승업을 맡은 최민식과 상대역의 유호정은 인물 익히기와 함께 그림은 물론이고 단소, 생황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 안성기씨가 장승업의 후견인 역으로 참여하고 김여진과 신인 손예진도 뛰어들어, 출연진의 중량감은 대단하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첫 촬영은 장승업이 기방에서 그림을 그리는 장면. 테스트를 겸한 촬영이라 비교적 여유있게 진행됐지만, 너무 많은 보도진이 몰려들어 현장을 통제해야 하는 스탭들이 진땀이 뺐다. 촬영은 연말까지 계속될 예정인데, 봄 풍광은 이미 1만자 분량을 찍어두었다. <취화선>의 순제작비는 50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양수리에 짓고 있는 9월 완공예정의 2천평 규모의 거대한 세트에만 11억원이 들어간다. 이태원 사장은 “아직 투자가 전액 확정되진 않았지만, 해외에서도 투자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글 허문영 기자·사진 손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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