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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행선의 남자, 하행선의 여자
2001-07-19

<봄날은 간다> 촬영현장

지난 7월 3일 강원도 묵호의 조용한 국도에서 허진호 감독의 새영화 <봄날은 간다>가 막바지 촬영을 맞이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인 탓인지 차량 통행이 잦지 않은 이곳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스팔트 열기 사이로 주연 이여애와 유지태는 서로에게 상심한 내면을 표현했다.

남녀의 사랑에 어떤 거창한 논리나 치밀한 인과관계가 통하지 않듯, 어느새 여자와 남자 마음 한 구석에 살포시 올라앉았던 사랑의 감정은 스스로도 알아차리자 못하는 가운데 두려움 또는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강원도 지역방송사의 아나운서인 은수(이영애)는 연하으 남성과의 사랑이 자칫 이혼의 상철르 덧나게 할까봐 겁을 내고, 순수하지만 '사랑의 기술'에선 미숙하기 그지 없는 상우(유지태>는 자신의 속내 깊숙한 곳을 보여줄수록 먼 곳으로 옮아가는 여자에게 상처받는다.

이날 국도 한가운데서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각각 향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허진호 감독의 나직하고도 섬세한 연출에 의해 절제된 표현력을 얻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완만한 감정의흐름을 담기 원하는 감독의 스타일과 이영애, 유지태 두 배우의 연기는 잘 어우러지는 듯했다.

봄날 나른한 햇살 같은 사랑의 감흥을 슬며시 가슴 속에 밀어 넣어줄 <봄날은 간다>는 6일 촬영을 마쳤고, 9월 29일 개봉을 위해 본격적인 후반작업에 돌입했다.

묵호=사진/글 손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