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quiem
for a Dream 제작
에릭 왓슨, 팔머 웨스트 감독·각본 대런 애로노프스키
출연 엘렌 버스틴, 자레드 레토,
제니퍼 코넬리, 말론 웨이언스 수입·배급 미로비젼 개봉
8월18일
세상을 뒤흔든 데뷔작. 그리고 두 번째 영화를 맞이하는 감독들은 무엇을 희망하고 두려워할까? 그들은 용감하게 첫 고고성을 올렸지만 아직 못다한말이 가슴에 고여 있고, 한번 인정받았으나 어디까지 세상이 자신들의 영화를 받아줄지 알지 못한다. 독창적인 렌즈로 광기의 심연을 향한 한 인간의
다이빙을 포착해 찬사받았던 <파이>의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브루클린의 마지막 비상구>의 작가 허버트 셀비 주니어의 소설을
각색한 두 번째 영화 <레퀴엠>에서 다시 한번 사로잡힌 영혼들을, 사로잡힌 스타일로 추적하며 ‘마의 제2라운드’의 운을 과감히 시험했다.
<레퀴엠>은 뉴욕의 코니 아일랜드에 사는 네 남녀의 꿈과 환각, 악몽이야기. 해리는 마약에 중독돼 있고 그의 친구 타이론과 애인
마리온도 마약에 중독돼 있으며 해리의 홀어머니 사라는 TV에 깊이 중독돼 있다. 서로가 서로의 절망을 비추는 거울 같은 그들은 모두 꿈을 꾼다.
해리와 타이론은 마약딜러로 돈을 벌고 싶어하고, 마리온은 디자이너가 되어 가게를 갖길 원하며 사라는 TV 게임쇼에 출연하는 상상을 주체할 수
없다. TV에 나가려고 살을 빼기 시작한 사라는 급기야 TV 대신 다이어트약에 중독되고 만다.
그러나 <레퀴엠>의 관객은 아마 마약보다 영화의 마술에 홀리게 될 듯. 애로노프스키 감독은 화면분할과 점프컷, 굴절된 이미지로 극사실과
초현실을 넘나드는 네 사람의 네온빛 지옥을 관객의 눈앞에 들이댄다. 약물중독의 참상을 생생히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NC-17등급을 받아 결국
등급없이 미국 개봉됐던 <레퀴엠>은 “비위가 튼튼하고 정신이 성숙한 사람을 위한 영화”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이미지로 써갈긴 ‘중독’에
관한 혈서 <레퀴엠>은 진혼곡의 리듬으로, 7월12일 2001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커튼을 조용히 걷어올린다.글 김혜리 기자·사진제공 미로비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