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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배우를 기억하십니까?
2001-06-20

<동양극장> 촬영현장

1930년대에서부터 1950년대까지 동양극장을 주무대로 실존 배우들의 애환을 그린 <동양극장>(KBS2 토,일 7:50, 김종찬 연출)의 12회분 촬영현장은 단 한 곳이 아니었다. 새벽 3시 삼청공원에서 시작된 촬영 일정은 덕수궁과 효창공원, 수원의 야외 세트장을 거쳐 온양의 민속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삼청공원 안, 19세에 동양극장의 여주인이 되어 26세에 요절하는 차홍녀(이승연)와 23살의 나이에 희대의 연극배우로 급부상하여 한국전쟁 당시 월북한 황철(이재룡)과의 수줍은 랑데뷰 장면이 완성되자, 부지런히 덕수궁 돌담길로 자리를 옮겨 조선시대 실업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쉴 틈도 없이 이번엔 김두한과 황철의 만남이 효장공원에서 기다리고 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심각한 표정으로 김두한을 기다리던 이재룡은 빈 속에 매운 담배 연기가 고통인 표정이다.

수원으로 이동하기 전, 잠시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이 주어진다. 다음은 수원의 실내세트장. 차홍녀가 처음으로 자신이 쓴 대본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가난 때문에 자식의 목숨을 끊은 여인이 모진 운명을 한탄하는 대목에서 이승연이 주춤한다. "자신이 장발장이라고 생각해. 빵 하나 때문에 감옥으로 끌려가는 장발장말야" 얼른 감독이 나서 감정선을 쳐준다. 야외 세트장에서는 다시 황철과 차홍녀가 나란히 선다. 일본경찰에 쫓기는 황철을 대신하여 홍녀가 고문을 받은 것. 토라진 홍녀를 마음을 돌리느라 열심인 황철, 그러나 컷이 울리기도 직전 무심하게도 트럭 지나가는 소리가 마이크에 쑥 들어온다. "미안합니다 다시 갑시다" 그래도 얼굴 찌푸리는 사람 하나 없다. 온양에서는 황철의 단독씬만 있기에 풀려난 이승연의 얼굴에는 슬며시 안도의 웃음이 떠올랐다 사라졌다.글 심지현/ 객원기자 ·사진 오계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