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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와 고구마의 `죽이는 이야기`
2001-06-13

<우렁각시> 촬영현장

경기도 연천의 한 벽돌공장. 어스름 해가 저물자 주위가 소란스러워진다. 30여명의 보조출연자들이 특수제작된 우렁이 옷을 입고 분장을 시작한 것이다. 분장하는 데만 4시간여가 걸려 정작 조명 세팅하고 촬영에 들어간 시간이 새벽 1시경. 우렁각시 설화에서 기본컨셉을 가져온 발칙한 영화 <우렁각시> 촬영현장이다. 다음날 아침 10시경까지 마라톤으로 강행한 촬영은 100% 밤신만으로 만들어질 <우렁각시> 촬영의 시작일 뿐이다.

무기를 불법제조 거래하는 ‘뒷거래철공소’ 직원 건태(고구마)가 어느날 우렁이를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독을 얻게 되어 우렁각시(채명지)를 만나면서 좌충우돌 스토리가 전개되는 판타스틱 무비 <우렁각시>는 남기웅 감독의 두 번째 디지털 장편영화로 인츠닷컴의 창립제작영화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우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남기웅 감독은 96년 잠깐 찍다 돈이 없어 중단했던 <우렁각시>를 5년 만에 살려내 “늘 보는 재미없는 세상말고 볼 수 없는 그런 세상”을 그려보겠단다. 그래서인지 영화 스토리뿐 아니라 의상과 세트까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한 것들이다. 또한 치고받는 대사의 연결이 다분히 연극적이라 배우들의 즉흥적인 애드리브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긴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어야 하는 배우들은 어려움이 많다. <죽이는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를 찍는 고구마는 “처음엔 내 안에서 건태를 찾아내려 했는데 연습하다보니 그게 어려워서 그냥 ‘건태같이’ 하려고” 한단다.

지난해 디지털 장편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도 대학로에 있다>로 주목을 받았던 남기웅 감독의 새 영화 <우렁각시>는 6월과 7월 두달 동안 촬영한 뒤 한가위 무렵 그 면모를 드러낼 것 같다. 연천=사진·글 오계옥 기자

◀ “일어나보세요. 일어나보세요.” 자고 있는 건태를

깨우는 우렁각시. 원래 오리지널 설화에서처럼 둘 사이의 애틋한 사랑은 없지만 대신 카바레가 나오고 총격전이 난무하는 희한한 사건에 휘말린다.

◀ 우렁이들을 사람으로 만들어줬지만 인간들을 증오하는

우렁이들에게 밧줄로 묶이게 된 건태(고구마). 고구마는 처음 시나리오 받고 “이게 뭐냐?” 싶었는데 캐릭터가 만화적이라 연기하는 재미가 쏠쏠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