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의 김인식 감독이 연출하는 <얼굴없는 미녀>가 크랭크업을 눈앞에 두고 처음으로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지수(김혜수)와 석원(김태우)이 병원계단에 서서 대화하는 이 장면은 공들여 만든 양수리 세트장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지수와 석원에게 서로 다른 공간을 부여해 캐릭터를 설명하고 싶었다”는 것이 김인식 감독의 의도. 마른 나무와 전구가 가득 달린 조명, 밟을 때마다 빛이 들어오는 바닥은 죄의식을 품고 혼자 살아가는 석원의 정서를 대신한다.
제목이 주는 느낌과 달리 <얼굴없는 미녀>는 한 여자의 영혼을 해부하는 심리스릴러다. 정신과 의사 석원은 아내가 자살한 뒤 병원을 그만두었다가 1년 만에 개인병원을 열고, 우연히 예전 환자였던 지수를 만난다. 지수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남편 손에 이끌려 왔던 젊은 주부. 석원은 지수를 혼돈으로 몰고간 상처를 조금씩 치료하기 시작하지만, 동시에 점점 지수에게 집착하며 욕망에 휘둘리게 된다. 김인식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의 비주얼을 어떻게 받아들여줄까,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고 말했다. 무채색 공간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김혜수의 의상과 메이크업, 근미래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했다는 지수의 공간, CG로 창조할 예정인 지수의 환상. <얼굴없는 미녀>는 이처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영상으로 다소 난해한 스토리를 풀어갈 예정이다.
<얼굴없는 미녀>는 김혜수가 강도 높은 노출을 결심했다는 이유로 오래전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인식 감독의 이름만 듣고 시나리오를 읽어보지도 않고선 출연을 결정했다”는 김혜수는 노출을 묻는 질문에 “영화는 영화 자체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얼굴없는 미녀>는 CG와 후반작업을 거쳐 7월에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 오계옥·글 김현정
△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라 망설였지만 “혜수 선배를 자주 만날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다”는 김태우는 김인식 감독이 계속 김혜수를 칭찬하자 “다음엔 꼭 여자 감독이랑 영화할 거”라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왼쪽 사진) △ 남편에게 상처받은 지수 역을 위해 촬영 전날이면 일부러 잠을 자지 않아 핼쑥한 얼굴을 만들 만큼 열심인 김혜수는 처음엔 연기 못하겠다고 감독에게 엄살도 많이 부렸다고. (오른쪽 사진)
△ <얼굴없는 미녀>는 오전 11시경에 시작해 새벽 3시가 넘어 끝난 이날 촬영으로 7부 능선을 막 넘었다. (왼쪽 사진) △ ‘<얼굴없는 미녀>는 “스피디하고 파워풀하며 쉬운 영화가 될 거”라는 김인식 감독. (오른쪽 사진)
△ 예민한 센서가 달린 계단은 한꺼번에 세명 이상 올라가면 부서질 우려가 있어 스탭들은 초긴장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다. (왼쪽 사진) △ 고가의 이탈리아 스탠드나 가죽 의자 등으로 장식된 럭셔리하면서 모던한 석원의 병원과 개인공간 세트는 4억여원의 제작비로 공들여 만들었다. (가운데 사진) △ 빨간색 실크 원피스와 화려한 소품들로 스타일리시하게 차려입은 김혜수. 와인빛깔의 영화가 될 거라는 김인식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이 영화와 김혜수는 잘 어울려 보인다. (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