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과 배우의 점심시간. 감독은 가장 먼저 촬영장소에 들어와 다음 장면을 구상한다. 2시, 양복차림의 신현준과 원빈이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 원형 로비에 등장하자 “자 테스트 갑니다. 모두 원위치 해주세요!” 확성기 소리가 울려퍼진다. 1층 홀은 물론이요 2, 3층 난간까지 여기저기서 서성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원위치’로 간다. 남녀노소 엑스트라들은 모두 이날 찍을 <햄릿> 공연장에 관객으로 동원된 단역배우들. 감독 사인이 떨어지자 상연(신현준)과 하연(원빈)이 로비를 가로지른다.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을 잡았다 오페라하우스의 천장을 비추고, 곧 로비 한켠의 조 검사(정진영)에게로 옮아간다. “용의자가 왔다. 전 대원 대기. 용의자가 매표구 창구로 간다.”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스테디캠으로 찍는 이 장면의 카메라워크를 장진 감독은 사전에 몇 차례나 손을 카메라처럼 들고 시연해보였다. 그래도 오케이 사인이 나기까지는 2시간여.
<킬러들의 수다>의 이날 촬영은 ‘사랑과 배신’ 에피소드에 속하는 장면. 얼마 전 LG아트센터에서 찍었던 공연장 내부와 이어질 공연장 바깥장면들이다. 사랑을 배신한 연극배우에게 복수하려는 여자 아나운서의 증오를 대신 풀어주는 킬러들. 저녁, 주차장에서는 자동차 한대가 폭발했다.글 최수임 기자 사진 정진환 기자
◀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차량폭파장면 킬러 정우(신하균)는 휴대폰을 이용한 원격조정장치로 차량을 폭파시킨다. 휴대폰을들고 춤을 추는 듯한 몸짓, 뒤쪽에선 어느새 검은 연기가 피어난다. ◀ 건닥 보스 탁문배(손현주)와 조검사(정진영)의 술자리에 나타난 킬러 상연(신현준)이 조용한 목소리로 탁문배에게 속삭인다. "행동 똑바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