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충무로 지하철 역사 안에 있는 활력연구소 활력극장에서 제17회 십만원비디오페스티발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1997년 6월 홍익대 앞 한 카페에서 1회 행사를 연 이래 6년 동안 이뤄진 ‘십만원영화제’를 마무리짓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중간은 슬퍼도 마지막은 해피엔딩이 좋아요’라는 슬로건은 마지막 행사를 맞이하는 영화제쪽의 심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당초 ‘10만원의 제작비만으로 영화를 만들자’는 D.I.Y 정신에서 출발한 이 영화제는 해를 거듭하면서 창조적인 영상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아왔다. 영상을 놀이로 받아들이는 ‘유희정신’이야말로 그동안 이 행사를 받쳐온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17회 행사를 끝으로 영화제를 마치게 된 이유에 대해 십만원영화제 관계자들이 주축이 됐던 활력연구소에 대한 서울시 등의 지원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주최쪽은 밝힌다. 활력연구소의 장기적 발전방향에 대한 의견이 맞지 않는 가운데 십만원영화제 관계자들은 활력연구소 운영을 중단키로 결정했고, 십만원영화제 또한 접기로 결단을 내린 것.
17회 십만원비디오페스티발에는 본선작 3편을 비롯, ‘어쩌면 해피엔딩’이라는 주제 아래서 만들어진 기획전의 6편, 시미즈 히로유키 감독의 작품 등 일본 독립영화 16편이 상영될 예정이다(문의: 02-2263-0056, www.videofest.net).
본선작
최숭기 감독의 <세사람>(7분41초, DV6mm)은 쓸데없이 진지한 한 남자와 두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우스꽝스럽게 그린다. 남자는 맞은편 여자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평하다가 ‘당신과 정반대의 여자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정말 정반대의 여자가 나타난다. 무성영화적 기법을 통해 신선한 느낌을 전달하는 작품. 한동석 감독의 <Sounds of the Sea>(18분, DV6mm)는 현실과 판타지, 꿈 등의 경계가 혼재되는 가운데 남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는 혼자 바다로 여행을 간다. 바닷속으로 던진 돌이 어느새 다시 자신의 발밑에 올라오고, 빈 조개껍질이 살아 있는 조개로 바뀌자 여자는 남자의 존재를 생각한다. 이명진 감독의 <골렘>(45분49초, DV6mm)은 보르헤스의 ‘골렘’과 장자의 ‘나비 이야기’를 엮어놓은 듯한 영화. 세명의 여자가 서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세명의 여자는 서로 얽혀들어가게 되고, 이야기의 주체는 애매모호해진다. 다소 긴 감이 있지만, 문제제기 방식이 참신하다.
기획전
김홍준, 김지운 감독과 독립영화계의 이난, 곡사(김곡, 김선), 채기, 박효진 감독 등이 6편을 준비했다. 김홍준 감독의 <나의 한국영화 에피소드4-키노99>는 얼마 전 폐간한 <키노>에 관한 추억을 매우 사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곡사의 <정당정치의 원리>는 김곡, 김선 감독이 ‘덤 앤 더머’ 수준의 연기를 펼치며 한국사회 이데올로기의 골을 질주한다. 김지운 감독의 <서울 가는 길>은 한 지체부자유자의 서울상경기를, 박효진 감독의 <All about Boys>는 소녀와 소년의 기억과 감정을 그리는 영화들이다. 이난 감독은 <Bitch & Asshole>, 채기 감독은 <너의 눈 속에는 나의 신념이 남아 있다>를 선보일 예정.
초청전
일본 독립 다큐감독인 시미즈 히로유키는 교과서 왜곡을 풍자적으로 보여주는 코믹다큐멘터리 <GO! GO! fanta-G>를 선보인다. 평범한 일본인들의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매우 아름다운 애니메이션 <Bird’s Life> <Study with Digital Cinema> <도쿄 애니마라톤>이나 <Studies for SERENE VELOCITY> 같은 실험영화도 볼 만하지만, <두뇌특공대 구비레인저> <Subway Jap/Waltz>처럼 황당함의 끝을 보여주는 ‘바보영화’ 또한 놓치면 아까운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