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의 것이 아닌 듯한 초월적이고 신비로운 미소, 성냥개비를 꼬나문 삐딱한 입매, 검은 바바리 코트의 주윤발은 천하무적 백발백중의 스나이퍼일 뿐 아니라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총탄 속에서도 언제나 무사했더랬다. ‘혹시 저 몸은 방탄이 아닐까’ 하며 탄복하게 했던 <영웅본색>과 <첩혈쌍웅> 시절의 주윤발이 돌아왔다. 옛 동지 오우삼의 부름을 받아, 이름하야 <방탄승>이라는 영화로.
수백년 동안 티베트 고승들 사이에 전해 내려온 전설의 두루마리가 있다. 읽기만 하면 엄청난 힘과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비기가 담긴 두루마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린 무명승(주윤발)은 악의 무리가 쏜 총에 맞아 천길 벼랑 아래로 떨어진다. 60년 뒤 뉴욕. 그때 그 무명승은 후계자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지하철에서 위험에 처한 아기를 구한 소매치기 카(숀 윌리엄 스콧)를 발견한 무명승은 그를 후계자로 낙점하고 특별 훈련을 강요한다.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하는 이들. 과연 세계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방탄승>은 플라이페이퍼 프레스의 동명 코믹북을 접한 오우삼과 테렌스 창의 주도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티베트 승려가 뉴욕의 날건달과 짝패를 이뤄 악의 무리에 맞선다는 이 이야기는 소림 무술에서 현대 액션까지 다양한 볼거리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탐나는 프로젝트였던 것. 직접 연출할 여건이 안 됐던 오우삼의 눈에 든 이는 마이클 잭슨, 마릴린 맨슨, 에미넴 등의 뮤직비디오와 나이키, 코카콜라의 CF에서 독특한 영상미를 선보였던 폴 헌터 감독. 이 밖에도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무술감독 스티븐 텅, 뤽 베송의 음악 파트너 에릭 세라, 팀 버튼의 촬영 파트너 스티븐 크자브스키 등 다양한 개성, 다양한 국적을 지닌 스탭들이 함께 뭉친 것도 이채로워 보인다. 박은영
60년 전 악당의 총탄에 쓰러졌던 무명승. 그는 어떻게 돌아온 걸까? 무명승 역의 주윤발과 호흡을 맞추는 이는 <아메리칸 파이><내차 봤냐?>의 숀 윌리엄 스콧과 모델 출신의 제이미 킹이다.